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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제약업계 리베이트 관행, 허울아닌 규제 강화한 진짜 '선샤인액트' 도입해야

2018년 도입 K-선샤인액트, 정보 공개제한·의사면허번호 불기재 등 곳곳 허점

김필주 기자 | 2020-12-2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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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파워=김필주 기자] 최근 한 공중파 방송이 국내 대형 제약사 중 한 곳이 지난 2016년 한 해 동안에만 100억원이 넘는 리베이트를 종합병원과 의사들에게 건넸다고 보도했다.

제약업계의 리베이트 관행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07년 D제약 등 10여개의 제약사들이 병원·의원 등에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약값을 인하하지 못하도록 한 사실을 적발해 이들에게 총 200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그동안 정부는 제약사들의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해 쌍벌제 도입, 자율통제시스템 강화, 처벌 강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매년 공염불에 그쳤고 리베이트 관행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제약업계에서 만연한 리베이트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허울뿐인 현행 ‘선샤인액트’가 아닌 규제가 더 강화된 진짜 ‘선샤인액트’를 시행해야 한다.

미국은 지난 2013년부터 ‘선샤인액트(sunshine act or Open payment)’라는 제도를 시행해 제약회사·의료기기 제조사 등이 의사 등에게 건당 10달러(약 1만1000원) 이상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경우 관련 정보를 모두 제출하고 공개토록 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제약사는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의사의 소속·이름, 의사에게 제공한 컨설팅수수료·스톡옵션·휴양지 여행 비용 등 경제적 이익에 대한 자료를 미 정부에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제약사들이 제출한 데이터들을 수집한 미 정부는 국민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CMS(Centers for Medicare&Medicare Service) 홈페이지를 통해 모두 공개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정보를 누락할 경우 미 정부는 제약사를 상대로 정보 누락의 과실 여부 등을 따져 최소 1000달러(약 110만원)에서 최대 10만달러(약 1억1000만원)까지의 벌금을 부과한다. 또 누락한 정보에서 리베이트의 불법성이 확인될 시에는 법적제재에까지 나선다.

우리나라도 이를 본떠 지난 2018년 1월부터 이른바 K-선샤인액트로 불리는 ‘경제적이익 제공 지출보고서 작성 의무화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법 위반시 조치는 달랑 시정명령·200만원 벌금 부과에 그쳐 미국과 비교해 하늘과 땅차이다.

또 제약사가 지출보고서를 작성한 뒤 5년간 이를 보관토록 하고 있고 보건당국이 요구할 때에만 제출하도록 하는 등 정보 공개도 제한돼 있다.

지난 10월 국감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건복지부가 제약사·의료기기 업체 등의 지출보고서 검토를 거의 시행하지 않다가 지난 2018년에 작성된 지출보고서에 대해서만 4곳의 제약사·의료기기업계로부터 샘플조사 형식으로 자료를 제출받아 ‘수박 겉핧기’ 식으로 검토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현행 지출보고서는 제약사 등이 의사에게 제공한 ‘기념품비·식음료비’는 1만원 이하인 때 기재를 생략해도 되고 지출보고서 전 항목에는 의사면허번호·서명을 기재하지 않아도 되는 등 곳곳이 허점투성이다.

정부가 수 십년간 제약업계에서 반복된 리베이트 관행을 끊겠다면서 기껏 미국의 선샤인액트를 참조해 K-선샤인액트를 도입했지만 정작 도입 후에는 현장 실정에 맞춘다는 명목 아래 여기저기 가위질해 가짜 선샤인액트를 만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러한 문제들을 인식한 정부와 국회가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는 점이다.

올해 10월 국감에서 이같은 문제가 지적되자 당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당시 K-선샤인리액트를 지적했던 고 의원은 지난 1일 지출보고서를 모두 온라인에 공개토록 하고 작성 위반시 벌금 1000만원 이하 또는 1년 이하 징역으로 강화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부가 진정 제약업계의 리베이트 관행을 끊고자 한다면 그동안 시행해왔던 가짜 선샤인액트를 모두 원점으로 돌리고 미국 수준 보다 규제를 더욱 강화한 진짜배기 K-선샤인액트를 시행해야 할 것이다.

김필주 더파워 기자 news@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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