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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광진 행정사의 국회 입법 속살 ㉒] 국회의원직, 던졌다 주어 담는 가벼운 자리 아니다

함광진 행정사

기사입력 : 2021-04-02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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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직 사퇴' 잦은 번복으로 국회의원 권위와 신뢰 나락으로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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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연합뉴스]
[더파워=함광진 행정사] 양복과 넥타이로 ‘남장(男裝)’을 했던 것으로 유명한 김옥선 전 국회의원은 사실 유신정권에 항거하며 국회의원직을 던진 인물이다. 김 전 의원은 1975년 10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서슬 퍼런 유신정권을 향해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정권’이라 통렬하게 비판했다.

이에 당시 여당이었던 공화당이 김 전 의원의 제명을 추진하자 김 전 의원은 “국회의원 자격이 여당 측에 의해 제명될 때 파생되는 국내외적으로 추락할 국가의 위신을 생각해 스스로 국회의원직을 사퇴한다”는 말을 남기고 스스로 국회를 떠났다.

최근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1번 김진애 전 의원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국회의원직을 내려놓았다. 국회에 입성한지 불과 열 달 만의 일이다. 그동안 국회의원이 선거에 나가기 위해 의원직을 내려놓은 경우는 많았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은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와의 단일화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낮았고 실제 패배했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쉽게 저버렸다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현행 ‘국회법’ 제135조에 따라 의원직을 사퇴하려는 국회의원은 본인이 서명·날인한 사직서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하고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표결로 해당 의원의 사직을 허가할 수 있다. 다만 폐회 중에는 의장이 허가할 수 있다. 김진애 전 의원은 지난 3월 8일 사직서를 제출했고 국회는 같은달 24일 본회의를 열고 김 전 의원의 사퇴건을 의결했다.

우리 국회사(史)에서 국회의원들이 사퇴를 결의하거나 사직서를 제출한 사례는 부지기수다. 정치적 항의 표시 또는 본인의 정치 신념, 선거에 나갈 때 등에 주로 ‘의원직 던지기’가 활용됐다.

이중 정치적 항의 표시로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예컨대 1990년 7월 국회에서 김대중 의원 등 평화민주당 소속 의원 전원이 민주자유당의 쟁점 법안 단독처리에 대해 의회민주주의의 폭거라고 항의하면서 사직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국회의장이 허가하지 않았다.

2009년 7월 국회에서 최문순 의원, 정세균 의원, 천정배 의원은 이명박 정권의 폭정과 언론 관계법을 막지 못해 의회민주주의가 존중되지 않는 18대 국회에서는 국민이 주신 국회의원직의 본분을 성실히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이후 스스로 철회했다.

정치적 신념과 명분을 이유로 사직서를 낸 경우도 더러 있다. 2003년 12월 김홍신 의원은 국민의 대표와 당원으로서 소신이 충돌할 때 국민이 먼저였다며 탈당을 감행해 의원직을 상실했다. 2005년 3월 박세일 의원도 행정도시법 통과에 반발해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하고 당을 탈당한 뒤 의원직을 상실했다. 공직선거법 제192조에 따라 비례대표의원이 소속 정당을 탈당할 경우 의원직은 상실된다.

이외에도 2003년 11월 한나라당 의원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측근 비리 의혹에 대한 특검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자 사퇴서를 당 대표에게 제출했다. 2004년 3월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자 16대 국회의 사망을 선언하며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했지만 이후 철회했다.

2016년 12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의원들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부결시 의원직을 총사퇴키로 하고 사퇴서를 당 지도부에 제출했다. 2019년 12월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처(공수처) 법안 처리에 반발해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하기도 했다.

다음으로 공직선거에 입후보하는 경우다. 공직선거법 제53조 제2항에 따라 국회의원이 보궐선거 등에 입후보하는 경우나 지방자치단체의 장 선거에 입후보할 때에는 선거일 전 30일까지 그 직을 그만둬야 한다.

예를 들어 지난 20대 국회(2016~2020)에서 박남춘 의원, 김경수 의원, 이철우 의원, 양승조 의원이 광역지방자치단체장 입후보 이유로 사직했다. 한편 박근혜 전 대통령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각각 2012년 11월, 2017년 4월 대통령 선거 출마의 사유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고위 공직에 임명돼 사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2009년 3월 이달곤 의원은 행정안전부 장관에, 2010년 7월 임태희 의원은 대통령실장에, 2011년 6월 김효재 의원은 청와대 정무수석에, 2020년 1월 김성수 의원은 국무총리 비서실장에 임명됨에 따라 각각 의원직을 사퇴했다.

국회의원은 선거를 통해 유권자로부터 강력한 권한과 권력을 위임받은 국민의 대표자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자이자 국회의 구성원으로 법률 제정·개정권, 예산 심의, 국정감사·조사, 국무총리·국무위원 정부위원 출석요구권 및 질문권, 선전포고에 대한 동의권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지며 헌법상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이 인정된다. 국회의원에게 이러한 권한·특권을 부여한 이유는 국민의 대표자로서 의정활동을 충실히 해서 대의민주주의를 실현하라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정치적 신념이나 항의 표시로 ‘의원직’을 걸었지만 결국 약속을 너무 쉽게 번복해 왔다. 때문에 국회의원의 권위와 신뢰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국민이 원하는 국회의원은 겸손하고 신중하며 국민의 대표다운 믿음직한 사람이다. 국회의원직은 함부로 던졌다 주어 담는 가벼운 자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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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광진 행정사 ham987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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