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6일부터 7월 27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는 노래가 있다. 비 오는 날이든 햇발 눈부신 날이든 상관없다. 노랫말이 ‘툭’ 튀어나온다. 어느 순간 따라 부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해도, 가사를 완벽하게 외우지 못해도 흥얼거리는 순간 기분이 좋다. 중독성 강한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넘버 이야기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2011년 ‘CJ 크리에이티브마인즈’ 선정 작품으로 처음 관객 앞에 소개됐다. 2012년에는 서울 뮤지컬페스티벌 예그린 앙코르 최우수선정작으로 뽑혀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작품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13년에는 충무아트홀 소극장에서 초연돼 총 63회차 공연 중 90% 이상의 회차가 전석 매진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2014년에는 세 번째 앙코르 공연을 올렸다.
공연을 처음 보고 온 날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그날은 눈물 콧물 제대로 쏟아냈다. 버스 안에서는 ‘왜 이제야 이 공연을 본 걸까!’ 책망의 시간을 가졌다. 그만큼 충격적이었다. ‘창섭’, ‘석구’, ‘동현’의 이야기는 나를 울리기 충분했다. 불러도 닿을 수 없는 어머니, 누이동생, 사랑하는 누나, 아버지는 이들의 가슴 속에 ‘여신님’이 됐다. 그들의 이야기는 내가 경험해 본 적 없는 이야기였다. 그렇다고 먼 남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공감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에 더욱 빠져들었다.
나, 너, 우리가 사랑했던 순간 ‘누나, 내가 많이 좋아해요’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의 넘버는 공연 후에도 인물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했다. 공연 후유증이 따로 없었다. 뮤지컬 넘버는 공연을 보고 온 다음 날부터 머리와 입을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꽃봉오리’가 강한 중독성을 보였다. 물론 작품에는 흥얼거리기 쉽고 독특한 추임새가 끌리는 곡이 많았다. 뮤지컬 넘버 ‘꽃봉오리’는 ‘석구’의 테마곡이다. ‘석구’의 이야기가 와 닿은 만큼 오랫동안 맴돌았다.
가사는 ‘석구’의 마음을 보여준다. 특히 ‘간절한 내 마음은 자꾸자꾸 커지는데. 우리는 멀어져요. 점점 더 멀어져요. 나에게는 너무 아픈 사랑인데 모두가 아니래요. 사랑이 아니래요’가 인상적이다. ‘석구’는 오래전부터 좋아하던 누나가 있다. 그 누나는 한 번 시집을 갔지만 남편이 일찍 죽어 다시 고향 집으로 돌아온다. 그는 점점 더 커지는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고백한다. 수줍게 전한 마음은 거절당한다. 고백의 순간, 누나와 이별을 맞이한 ‘석구’의 상황은 안타까움을 더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사랑을 한다. 불같은 사랑, 스쳐 지나가는 사랑 등 다양한 사랑의 경험이 있다. 짝사랑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것은 참으로 편한 사랑이다. 내가 원하면 언제든지 시작할 수 있고 내가 원할 때 조용히 끝낼 수 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짝사랑도 분명 아프다. 아픈 사랑의 경험이 뮤지컬 넘버 ‘꽃봉오리’를 입체적으로 만든다. 곡은 ‘아, 나도 이런 사랑을 해봤지’ 혹은 ‘아! 내가 느낀 감정이 이거였어!’라고 깨닫는다.
물론 ‘석구’의 상황은 나와 다르다. 우리와도 다르다. 어쩐지, 그의 마음은 내가 경험한 사랑과 닮았다. 곡의 가사 중 ‘숨겨온 빛깔을 알기 전에. 아껴둔 향기가 닿기 전에. 시들어 끝내 져버린 꽃봉오리’처럼 닮은꼴이다. 뮤지컬 넘버 ‘꽃봉오리’는 잔잔하게 흐르지만 그 안에 ‘석구’의 마음을 오롯이 담아낸다. 노래를 통해 관객은 ‘석구’의 마음을 엿본다.
전쟁도 빗겨간 그곳, 무인도에서 보낸 ‘100일’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6.25 전쟁을 배경으로 한다. 작품은 무거운 소재에 기발한 상상력(‘여신님’)을 더해 전쟁의 참혹함을 한 편의 동화로 풀어낸다. 한국 전쟁 당시, 남한 국군위대 ‘영범’은 부하 ‘석구’와 함께 인민군 4명을 포로수용소로 이송하는 임무를 맡는다. 이들을 실은 이송선은 기상악화로 무인도에 고립된다. 이야기는 남한군과 북한군이 무인도에서 함께한 100일을 담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실제 갈대를 사용해 실감나는 무인도를 표현했다. 인물들을 무인도로 이끈 배는 정교한 철골 구조물로 현실감을 높였다. 새롭게 ‘액자 구성’도 도입했다. 객석과 무대 사이에 액자 틀을 설치해 관객들이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작품을 바라보게 유도했다.
‘영범’ 역은 김종구, 정문성, 조형균이 맡는다. ‘순호’ 역은 신성민, 이재균, 전성우가 연기한다. ‘창섭’ 역은 진선규, 최대훈이 분한다. 이외에도 안재영, 정순원, 윤석현, 백형훈, 주민진, 문성일, 이지숙, 손미영이 함께한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4월 26일부터 7월 27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