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이민우 기자]
2018 러시아 월드컵이 무르익은 가운데, 16강으로 진출하기 위한 막바지 조별리그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오늘 월드컵 하프타임이 준비한 이야기는 첫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을 노리는 아이슬란드의 이야기다. 아이슬란드는 2년 전 유로 2016에서 깜짝 8강에 진출하며 축구계를 놀라게 한 다크호스다. 단단하고 짜임새 있는 역습 축구와 국가 명칭 때문에 ‘얼음벽’이란 애칭으로도 불린다.
아이슬란드는 북유럽 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섬나라다. 인구가 약 34만 명으로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국 중 가장 적다. 이 때문에 프로 선수가 100명을 간신히 넘을 정도로 자국 축구의 크기는 넓지 않다. 아이슬란드 프로 축구 리그 ‘우르발스다일트’가 있지만, 추운 기후 탓에 풀리그도 치르지 못한다. 4~9월 정도 짧게 리그를 치르고 전체 12팀이 팀당 22경기를 치르는 사실상 세미프로에 가까운 형식을 가졌다.
아이슬란드는 이런 얇은 선수층을 가졌지만 최근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두고 있다. 복잡한 세부 데이터를 제외하고 전적으로만 계산해도 근 5년간 성적은 놀랍다.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아이슬란드 공식전 성적은 24승·18무·48패다. 반면, 2014년부터 월드컵 이전까지 거둔 공식전 성적은 23승·10무·19패다. 근 5년 동안 거둔 승리가 2013년 이전 10년간 거둔 승리와 비슷하다. 당연히 승률도 26.6%에서 44.2%로 급증했다. 유로 2016에서는 잉글랜드를 2-1로 꺾고 8강에 진출하는 등 메이저 대회 경쟁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 조 1위로 월드컵 직행 한 아이슬란드… ‘메시아’의 아르헨티나까지 잡다.
아이슬란드의 월드컵 도전은 그간 꿈에 가까웠다. 바르셀로나·첼시에서 활약한 아이두르 구드욘센이 있던 시절에도 매번 예선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유럽 최종예선에서 승점 13점을 기록한 게 최고 성적이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 유럽 최종 예선에서 아이슬란드는 I조에 속했다. 터키 그리고 동유럽의 강호 크로아티아·우크라이나와 함께 묶였다. 독일·프랑스·스페인 같은 팀과 경기를 치르지 않는 게 천만다행이었지만, 여전히 아이슬란드의 월드컵 진출은 험난해 보였다.
하지만 아이슬란드는 눈에 띄는 선전을 하며 유로 2016 성공이 유발한 기대에 부응했다.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받는 우크라이나를 1승 1무로 손쉽게 제압했다. 유럽에서 잔뼈가 굵은 터키에는 1·2차전 통틀어 5-0 대승을 거뒀다. 조 1위를 함께 다툰 크로아티아와 일전에서도 1승 1패로 밀리지 않았다.
물론 첫 월드컵 진출을 위한 행진 도중 어려움이 없던 것은 아니다. 약체 핀란드에 예상 못 한 일격을 당했다. 1-0 패배를 기록하며 크로아티아에 유리한 상황을 내줬다. 다행히 크로아티아가 막판 핀란드·터키에 1무 1패로 부진한 결과를 받았다. 아이슬란드는 핀란드전 패배 이후 정신을 바짝 차려 마지막 3경기에서 7골을 폭발시키는 등 조 1위를 굳혔다.
월드컵 본선에 직행 한 아이슬란드 D조에 속해 아르헨티나를 만났다. 아르헨티나는 리오넬 메시를 필두로 세계 최강의 공격진을 가진 팀이었다. 대부분 아르헨티나의 손쉬운 승리를 점쳤지만 결과는 달랐다. 아이슬란드는 세계 최강 중 하나로 꼽히는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1-1 무승부를 만들어냈다.
전반 19분 세르히오 아구에로에 선제골을 내줬지만, ‘메시아’ 리오넬 메시를 완벽하게 방어했다. 단순한 수비 축구를 펼친 것이 아니라 몸을 내던져 상대를 저지했고 빠르고 호쾌한 역습으로 아르헨티나 골문을 위협했다.
결국 알프레드 핀보가손이 동점 골이자 아이슬란드 월드컵 첫 골을 만들어냈다. 경기 도중 아르헨티나에 페널티킥을 내줘 다시 한번 위험에 처했지만, 한네스 하들도르손 골키퍼가 리오넬 메시가 시도한 킥을 보기 좋게 막았다. 아이슬란드는 초조해진 아르헨티나를 냉철하게 변함없이 막아내며 승점 1점을 지켜냈다.
◇ 골문 앞 부족한 결정력, 아프리카 리듬에 발목 잡힌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는 아르헨티나를 막아낸 좋은 기운을 받아 나이지리아와 조별리그 2차전에 임했다. 전반전까지는 아이슬란드가 나이지리아를 압도했다. 특유의 세트피스와 단단한 수비력·활동량으로 나이지리아를 억제했다. 전반전까지 나이지리아의 슈팅은 0개일 정도로 아이슬란드의 수비는 완벽했다.
하지만 후반전부터 경기 양상이 달라졌다. 아이슬란드 수비진이 발이 느린 것을 간파한 나이지리아가 빠른 템포로 경기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아흐메드 무사·빅터 모지스 등 준족 자원들이 속공으로 치고 나와 신속하게 마무리 지었다. 나이지리아의 달라진 공격에 당황한 아이슬란드는 한순간 집중력을 잃어버렸다. 후반 3분 만에 아흐메드 무사에게 골을 허용했다.
전반전에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준 세트피스도 말을 듣지 않았다. 선제골을 허용한 이후 선수들의 경기력이 눈에 띄게 떨어진 상태였다. 골이 필요한 아이슬란드는 어쩔 수 없이 라인을 전체적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않았다. 나이지리아 공격수들은 기다렸다는 듯 역습 여러 차례 시도했다. 결국 후반 29분에 아흐메드 무사에 추가 골을 내줬다. 후반 막판 얻은 페널티 킥마저 에이스 길피 시귀르드손이 실축하고 말았다. 아이슬란드는 승점을 단 한 점도 얻지 못하고 나이지리아 전을 마무리했다.
아이슬란드가 나이지리아전에서 보여준 가장 큰 문제는 결정력 부재다. 길피 시귀르드손이 실축한 페널티 킥은 애교다. 9개 슈팅을 시도해 3개 유효슈팅을 만들어냈지만 정작 골을 넣지 못했다. 상대 팀 나이지리아가 16개 슈팅을 퍼부어 4개 유효슈팅 중 2골을 뽑아낸 것과 대조된다.
더욱이 아이슬란드가 시도한 유효슈팅 3개 중 2개는 길피 시귀르드손이 시도한 중거리 슛·프리킥이다. 이 점을 감안하면 결정력 부재는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다른 선수들 특히 공격수들이 유효 슈팅을 만들지 못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아이슬란드는 결정력 부족을 스스로 입증하듯, 반드시 유효슈팅·골로 연결해야 할 문전 앞 슈팅 기회를 4번이나 허무하게 날렸다.
◇ 아이슬란드가 크로아티아전에 기대하는 두 가지
아이슬란드 마지막 상대인 크로아티아는 유럽에서 손꼽히는 강호다. 유럽 지역 예선을 함께 치른 경험이 있지만 크로아티아 선수단의 구성원은 러시아 월드컵 최고로 꼽힌다. 데얀 로브렌·마리오 만주키치·이반 페리시치 등 유럽 명문 팀에서 뛰는 선수가 즐비하다. D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아르헨티나를 3-0으로 완파하는 등 엄청난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레알 마드리드·바르셀로나에서 각각 활약하는 루카 모드리치·이반 라키티치의 활약이 눈부시다. 아이슬란드 미드필더들이 투지·활동량은 좋아도 기술적이 부족한 점을 생각하면 크로아티아전 중원 싸움에서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아이슬란드가 크로아티아전에 기대는 구석이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크로아티아와 맞붙은 유럽 지역 예선 경험이다. 아이슬란드의 월드컵 진출 과정에서 말한 것처럼, 아이슬란드는 유럽 지역 예선 I조에서 크로아티아와 함께 경기했다. 1차전에서는 2:0 완패를 당했으나, 2차전에서 0:1로 갚아 줬다. 생소했던 나이지리아에 비교해, 크로아티아에 맞서 싸우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는 상태다.
두 번째는 크로아티아의 16강 진출 확정이다. 크로아티아는 나이지리아·아르헨티나 전 2연승으로 D조 조별 1위를 사실상 확정했다. 골 득실이 +5이기에 나이지리아가 아르헨티나에 대승 혹은 스스로 아이슬란드에 대패하는 상황이 아니면 조 1위는 굳건한 상태다. 따라서 크로아티아는 16강에 맞추어 힘을 살짝 빼고 경기에 임할 가능성이 높다. 16강에 진출할 경우 맞닥뜨리는 팀이 프랑스·덴마크 같은 강호이기 때문이다. 필사적으로 크로아티아전 승리를 노려야 할 아이슬란드에게는 나름 호재인 상황이다.
아이슬란드와 크로아티아 경기는 한국시각 27일(수) 로스토프에서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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