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찬 베일이란 배우를 영화 팬들에게 각인시킨 건 '아메리칸 사이코'를 통해서다. 원래 디카프리오에게 먼저 제의됐던 역할이었지만, 스케줄 때문에 베일이 대신 주인공 '패트릭 베이트만'을 맡게 됐다. 겉으로는 완벽한 월스트리트 은행가이지만 이면에는 살인 충동에 사로잡힌 사이코패스다.
베일은 자기관리에 철저한 주인공을 연기하기 위해 근육질 몸매를 만들어야 했다. 상반신 노출 장면도 많았다. 초반부터 속옷만 입고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거나, 심지어 살인을 저지를 때도 맨몸으로 뛰어다닌다. 이는 분노에 가득 찬 캐릭터의 특성을 부각한다.
◇ 머시니스트 (2004)
- 몸무게 55kg
베일은 '머시니스트' 출연을 위해 몸무게를 약 30kg이나 감량했다. 1년 동안 극심한 불면증에 시달리며 바싹 말라가는 남자 '트레버 레즈닉'을 연기했다. 주인공은 자신의 체중을 메모지에 적어 놓곤 하는데, 점점 줄어드는 몸무게는 그의 극심한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전달한다.
키 183에 몸무게 55kg이라니. 당시 뉴욕타임스가 "크리스찬 베일은 걸어 다니는 시체처럼 보인다"고 보도할 정도였다. 파격적인 몸무게 감량만큼 그의 다이어트 방법도 화제가 됐다. 사과 한 개와 참치 한 캔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했다고 한다.
◇ 배트맨 비긴즈 (2005)
- 몸무게 86kg
베일은 '머시니스트' 촬영을 마친 후 배트맨을 연기하기 위해 강도 높은 훈련과 식단 조절로 86kg까지 살을 찌웠다. 베일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비긴즈' 출연을 계기로 지금의 대스타 자리에 올랐지만, 그 뒤에는 피나는 노력이 필요했다. 운동을 시작한 첫 날에는 푸쉬업을 단 한 개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많이 약해져 있었다고 한다.
베일은 네이버 영화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비법은 없어요. 지겹더라도 계속 먹고 운동해야 돼요. 몸을 엄청 혹사 시키는 거죠. 그런 경험은 다시 하고 싶지 않아요"라고 대답했다.
◇ 레스큐 던 (2006)
- 몸무게 61kg
'다크나이트' 시리즈를 통해 베일의 몸값은 정상으로 차올랐지만, 그의 도전 정신은 멈추지 않았다.
베일은 당시 40살의 나이에 '아메리칸 허슬'에서 중년 남자 '어빙 로젠펠드'를 맡았다. 베일은 배불뚝이에 능글능글한 사기꾼 캐릭터를 위해 체중을 20kg 가까이 늘리며 몸매를 바꿨다. 몸짱 '배트맨'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이후 베일은 '나이트 오브 컵스'(2015), '빅쇼트'(2015), '더 프로미스'(2016), '몬태나'(2017)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비교적 정상 체중의 모습으로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단순히 체중 변화가 없었다고 해도 매년 작품 하나씩 찍으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50개가 넘는 영화에 출연한 그는 체중 조절의 신이기도 하지만, 다작의 신이기도 하다.
◇ 바이스 (2019) - 몸무게 약 100kg
이미지 확대보기딕 체니 부통령 실제 모습(왼쪽)과 영화 '바이스' 속 크리스찬 베일(오른쪽), 사진='CBS Sunday Morning' 방송 캡처
11일, 베일의 신작 '바이스'가 개봉했다. 영화가 실제 인물 '딕 체니'를 소재로 한 만큼, 그를 묘사하기 위해 베일은 또 다시 모습을 바꿔야 했다.
베일이 18kg 체중 증량은 물론 5시간이 넘는 노인 분장을 해내며 열연을 보여준 덕분에 '바이스'는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분장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