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세탁된 코인 사용 시 조주빈과 구매자 지갑 간 연결 고리 끊겨"
[더파워=조경욱 기자] 이른바 ‘N번방’으로 알려진 불법 성착취 영상물 공유 사건의 주동자 ‘박사’ 조주빈이 검거됐다. 동시에 영상물을 구매하거나 2차 공유한 이들도 수사 대상에 올랐다. 경찰이 비트코인을 주고 영상을 구매한 N번방 가입자들에 대해 추적에 돌입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암호화폐’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흔히 암호화폐는 익명성과 보안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마약, 총기, 아동포로노 등 불법적 거래에 이용되곤 한다. 조주빈도 유료회원들에게 ‘비트코인’이나 ‘모네로’ 등의 암호화폐로 입장료를 거뒀다. 흔히 사람들은 암호화폐를 이용하면 추적이 불가능하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암호화폐는 어떻게 사고 파느냐에 따라 추적이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다.
◆ 암호화폐 추적, 어떻게 가능할까
모든 암호화폐는 각자 고유의 지갑을 갖고 있다. 가령 비트코인 지갑은 1 또는 3으로 시작하는 26자에서 35자 사이의 숫자와 영문 대소문자의 조합으로 주소가 생성된다. 비트코인 지갑은 누구나 원하는 만큼 생성할 수 있으며 휴대폰이나 USB 등에도 보관이 가능하다. 비트코인의 전송을 원하는 사람은 자신의 지갑에서 상대방 지갑의 주소를 입력해 원하는 수량의 비트코인을 전송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비트코인 지갑 주소뿐이기에 이같은 개인 지갑만 놓고 볼 시 소유자를 특정할 수 없다.
하지만 거래소를 이용한다면 얘기가 다르다. 우리가 암호화폐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거래소’에 현금을 입금해야 한다. 입금이 확인되면 그 돈으로 암호화폐를 매매할 수 있고 구입한 암호화폐는 거래소 내 지갑에 보관된다. 거래소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계좌번호와 실명인증 등이 필요하다. 즉 거래소를 단 한번이라도 거친 암호화폐는 이용자를 특정할 단서를 남기게 된다.
비트코인은 모든 거래 과정이 블록체인에 기록된다. 지갑주소만 알고 있다면 그 안에 들어있는 비트코인의 수량과 입출금 내역 등을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조주빈의 지갑에서 출처를 따라 올라가다보면 비트코인을 거래한 거래소에 도달하게 되고, 거래소의 협조를 얻어 구매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본인이 직접 비트코인을 채굴해 개인지갑을 이용했다면 추적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비트코인을 채굴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본과 전문 장비가 필요하다. N번방 구매자가 직접 비트코인을 채굴해 박사에게 전송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다만 조주빈이 비트코인과 더불어 사용했다는 모네로는 거래 내역이 공개되지 않는다. 이같은 코인은 익명성이 특화된 암호화폐로 흔히 ‘다크코인’으로 불린다. 하지만 이 역시 거래가 가능한 국내 거래소가 한정돼 있고 거래소에도 최소한의 기록은 남기 때문에 N번방 입장료와 유사한 수량의 모네로 거래를 추려 어느 정도 구매자를 특정할 수 있다.
◆ 세탁된 코인, 추적 어려워...정확한 개인 특정 불가
그렇다면 국내 거래소에서 구입한 비트코인으로 N번방 입장료를 지불한 이들을 모두 추적할 수 있을까. 답은 ‘아니오’다. 만약 구매자가 비트코인을 ‘세탁’했다면 사실상 정확한 추적이 불가능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비트코인은 모든 거래내역이 블록체인에 기록된다. 이에 사람들은 비트코인을 세탁해 흔적을 감추는 방법을 찾아냈다. 이같은 행위는 비트코인 ‘믹싱’ 또는 ‘텀블러’라고 불린다.
기본적인 원리는 이렇다. 거래소에서 구입한 비트코인을 내 개인지갑으로 옮긴다. 그리고 믹싱 업체의 지갑에 비트코인을 전송한다. 업체는 비트코인의 입금을 확인하고 또 다른 지갑에 있는 코인을 의뢰인의 새로운 지갑에 전송한다. 즉 거래소에서 구입한(자신의 흔적이 묻은) 코인이 A지갑에 있을 때 이를 세탁 업체의 B지갑으로 보내고 업체는 또 다른 C지갑의 코인을 의뢰인의 새로운 D지갑으로 보낸다. 이 과정에서 구매자의 흔적이 묻어 있는 코인은 잘게 쪼개져 여러개의 지갑으로 분산되고 추후 또 다른 코인 세탁에 사용되거나 제 3자에게 돌아간다. 자신의 비트코인을 타인의 코인과 교환하는 셈이다.
결론을 정리해보면, 이번 N번방 사건에서 추적이 확실하게 가능한 대상은 국내 거래소에서 구입한 비트코인을 박사의 지갑으로 직접 보낸 이들이다. 해외 거래소는 협조 여부에 따라 추적 가능 여부가 나뉠 것이며 믹싱을 진행해 보낸 이용자는 추적이 어려울 수 있다. 박사가 또 다른 제2, 제3의 개인지갑을 갖고 있고 경찰이 해당 지갑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추적 가능 대상은 더욱 줄어든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암호화폐 보안 업계 관계자는 "N번방 유료회원이 믹싱이 이뤄진 코인을 전송했다면 구매자의 거래소 내역과 박사의 지갑 내역의 연결고리가 사라져 추적이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다수의 믹싱 업체에서 '먹튀' 사건이 많아 구매자들이 소액 비트코인에 대해 리스크와 수수료를 부담하면서까지 믹싱을 진행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도 "기술적 측면에서 봤을 때 믹싱을 거치면 입출금 기록에 대한 풀(pool)이 늘어난다"며 "의심 지갑을 다수 유추해 볼 수는 있겠지만 코인 전송의 목적을 파악하고 한 개인을 특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조경욱 더파워 기자 news@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