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헝가리 고드 공장, 수년간 유독성 검은 먼지 배출 의혹... 사측 "사실 무근"

현지 매체 "수년간 검은먼지 배출... 공장 지붕 검게 변색시켜"

헝가리 고드(Göd)에 위치한 삼성SDI 배터리 공장이 수년간 검은 먼지를 배출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로 인해 공장 지붕이 변색되는 등 심각한 오염이 발생했으며, 해당 먼지가 발암 물질을 포함하고 있을 가능성도 불거졌다.

헝가리 공장은 유럽 전기차 시장을 겨냥한 전진기지다. 삼성SDI의 해외법인 중 가장 큰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거점이다. 지난해 기준 삼성SDI의 연간 매출 16조5922억원 중 헝가리 법인 매출만 30% 이상을 차지한다.

◆공장 지붕 변색… 2020년부터 지속된 검은 먼지

2월 28일(현지시간) 헝가리 매체 테렉스(Telex)의 보도에 따르면, 삼성SDI 고드 공장의 여러 개의 환기구에서 수년간 검은 먼지가 배출됐으며, 이는 공장 지붕을 검게 변색시켰다.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해당 오염은 2020년 여름부터 시작돼 점점 확산됐으며, 2021년 5월에는 약 10m x 10m 크기의 넓은 부위가 검게 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체에 따르면 2021년 12월경 오염을 제거하거나 덮으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2022년 2월 다시 오염이 발생했다. 2023년에도 변색은 지속됐으며, 2024년 3월 최신 위성사진에서는 다시 한번 오염이 제거된 흔적이 보인다. 그러나 일부 환기구는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장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이 오염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해결하려 했지만, 여러 차례 청소와 덮개 설치에도 불구하고 다시 발생했다”고 전했다.

◆발암물질 포함 가능성… 환기구에서 배출된 물질은?

삼성SDI의 2022년 안전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환기구는 공장 3M동 72구역에 위치하며, 이곳에서는 배터리용 양극재 생산을 위해 NCM(니켈-코발트-망간) 및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분말이 사용된다. 보고서는 이러한 분말이 흡입 시 유독하며, 일부는 발암성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장 설계상 해당 물질들이 외부로 배출되지 않도록 공기 여과 시스템이 설치돼야 하지만, 내부 관계자들은 “NCA 및 NCM 분말이 다량으로 환기구를 통해 배출됐다”고 증언했다.

◆환경 및 노동 안전 문제 지속 제기

삼성SDI의 환경 및 노동 안전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3월, 헝가리 당국은 삼성SDI 고드 공장에 대해 직원 23명이 고농도의 오염물질(금속,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에 노출됐다는 이유로 1,000만 포린트(약 3,7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또한, 2024년 초 현지 언론매체인 아틀라츠조(Átlátszó) 보도에 따르면, 산업안전보건국은 2021년과 2022년에 총 7차례에 걸쳐 133명의 근로자가 유해 화학물질에 노출됐으며, 2023년에는 추가로 44명의 근로자가 배터리 공장에서 노출됐다고 밝혔다. 이는 총 177명의 근로자가 현행 규정에서 허용되지 않는 화학물질을 흡입해야 했음을 의미한다.

당시 측정된 공장 내부 니켈과 코발트 농도는 허용 기준치의 20~30배를 초과했으며, 일부 구역에서는 허용 기준치의 250배에 달하는 니켈 농도가 검출됐다.

이에 대해 Greenpeace 화학 전문가 게르게이 시몬(Gergely Simon)은 “NCA 및 NCM 분진이 공장 외부로 유출됐다면, 이는 지역 주민들에게 심각한 건강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발암성 금속은 미량만으로도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테렉스는 삼성SDI와 정부 기관에 이 문제에 대한 공식 입장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이 대해 헝가리 페스트(Pest) 주정부 사무소는 “삼성 공장 지붕의 검은 변색에 대한 신고는 접수된 바 없다”고 밝히며, “관할 구역 내 위험물 취급 공장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으며, 위반 사항이 발견될 경우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매체에서 주장하는 검은색 먼지는 유독성이나 발암물질이 아닌 인체에 무해한 암석 중 하나인 '흑연'이 배출돼 배기구가 검게 보이는 것"이라며 "헝가리 환경기준을 엄격하게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SDI는 2023년 하반기부터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로 인해 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고 있다. 이에 따라 고드 공장의 생산량이 점진적으로 축소됐으며, 생산 라인 폐쇄와 함께 1,000명 이상의 외주 직원이 해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