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설아 기자] 뇌성마비의 원인이 명확하지 않거나 임상 양상과 뇌 영상 소견이 전형적이지 않은 환자에서 유전학적 검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내 뇌성마비 아동 분석에서는 유전검사를 받은 환자의 37%에서 병적 변이가 확인됐고, 해외 연구를 종합한 메타분석에서는 원인불명 뇌성마비의 유전검사 진단율이 44%로 나타났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은 장대현 재활의학과·의학유전희귀질환센터 교수가 국내 뇌성마비 아동 자료와 기존 국제 연구를 각각 분석해 유전학적 검사의 진단 가능성과 검사 대상의 임상적 특징을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첫 번째 연구는 국내 42개 의료기관이 참여한 ‘한국 뇌성마비 등록사업(Korean Cerebral Palsy Registry·KCPR)’ 자료를 활용했다.
연구진은 등록된 뇌성마비 아동 539명의 유전학적 검사 현황과 검사 결과를 분석했다.
전체 539명 가운데 유전학적 검사를 받은 아동은 92명으로 17.1%였다. 이 가운데 37.0%에서는 질병의 원인이 되는 병적 변이 또는 병적 가능성이 높은 변이가 확인됐다.
유전적 이상은 모든 뇌성마비 환자에서 같은 빈도로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주산기 위험요인이 확인되지 않은 환자와 불수의운동형 뇌성마비 환자, 뇌 자기공명영상(MRI)에서 비전형적 소견을 보인 환자에서 유전적 이상이 상대적으로 더 자주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뇌성마비의 발생 원인이 명확하지 않거나 임상 증상과 뇌 영상 결과가 전형적인 양상과 다른 경우 유전적 원인을 함께 확인하는 접근이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연구 ‘Genetic testing and genetic findings in Korean children with cerebral palsy’는 소아신경·발달장애 분야 국제학술지 ‘Developmental Medicine & Child Neurology’에 게재됐다.
장 교수는 별도로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재활의학과 연구진과 국내 12개 의료기관 연구진과 함께 뇌성마비 유전학적 검사의 진단율을 살펴보는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도 진행했다.
연구팀은 2010년부터 2025년 8월까지 발표된 관련 연구 31편을 검토하고 이 가운데 20편을 정량적 메타분석에 포함했다.
분석 결과 원인을 확인하기 어려운 원인불명(cryptogenic) 뇌성마비 환자군에서 유전학적 검사의 진단율은 44%로 집계됐다.
주산기 또는 신생아기의 후천적 위험요인이 확인된 뇌성마비에서는 진단율이 13%였으며, 별도의 선별 기준 없이 구성한 일반적인 뇌성마비 환자군에서는 19%였다.
검사 방법을 함께 적용했을 때 진단율은 더 높게 나타났다.
원인불명 뇌성마비 환자에게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과 염색체 마이크로어레이(CMA)를 함께 시행한 경우 진단율은 53%로 분석됐다.
이번 메타분석 논문 ‘Diagnostic Yield of Genetic Testing in Cerebral Palsy: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는 소아청소년과 분야 국제학술지 ‘JAMA Pediatrics’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뇌성마비가 임상 양상과 뇌 영상 등을 토대로 진단되지만 발생 원인까지 확인되지 않는 환자가 있는 만큼, 유전적 원인이 의심되는 환자를 선별해 검사하는 정밀진단 체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유전적 원인이 확인되면 가족에게 재발 위험과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유전질환에 동반될 수 있는 다른 질환의 관리나 향후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데 참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장대현 교수는 “뇌성마비는 임상 양상과 뇌 영상으로 진단하지만 발생 원인까지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유전적 원인을 확인하면 가족에게 재발 위험을 설명하고 동반질환 관리나 치료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환자에게 유전학적 검사가 필요한지를 선별하고 국내 뇌성마비 환자에게 적합한 정밀진단 체계를 마련하는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두 연구는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이설아 더파워 기자 seolnews@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