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9월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6000억원으로 줄어들며 전월보다 증가세가 크게 둔화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이 축소된 데다 주식투자 감소와 계절적 요인 등의 영향으로 기타대출이 2조원 넘게 줄어든 결과다. 반면 기업대출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10조원 넘게 증가했다.
한국은행은 15일 9월 은행 가계대출이 전월보다 6000억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8월 증가액 3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2조9000억원 축소됐다. 지난해 9월 증가액 1조9000억원과 비교해도 증가 규모가 작았다.
9월 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198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에는 주택담보대출과 기타대출이 모두 영향을 미쳤다.
주택담보대출은 9월 2조9000억원 늘어 8월 4조1000억원보다 증가폭이 줄었다. 9월 말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955조5000억원이었다.
전세거래 둔화세가 이어진 가운데 입주물량 감소 등이 주택담보대출 증가폭 축소에 영향을 미쳤다.
전세자금대출은 7월 8000억원 감소한 데 이어 8월 7000억원, 9월 9000억원 각각 줄었다. 지난해 9월에는 2000억원 감소한 바 있다.
부동산 거래도 둔화 흐름을 보였다.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4월과 5월 각각 4만9000호에서 6월 4만5000호, 7월 4만2000호, 8월 3만4000호로 감소했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거래량도 4월 2만7000호에서 5월 2만8000호로 늘었다가 6월 2만4000호, 7월 2만2000호, 8월 1만7000호로 줄었다.
기타대출 감소폭은 더 커졌다. 은행 기타대출은 8월 6000억원 감소한 데 이어 9월에는 2조3000억원 줄었다. 잔액은 242조6000억원이었다.
개인의 주식투자가 감소한 가운데 분기 말 부실채권 매각·상각과 명절 상여금 유입 등 계절적 요인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1~9월 누적으로 보면 은행 가계대출은 25조2000억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이 20조3000억원, 기타대출이 4조9000억원 각각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가계대출 증가액은 29조2000억원이었다.
기업대출은 가계대출과 달리 증가폭이 확대됐다. 9월 은행 기업대출은 10조7000억원 증가했다. 8월 증가액 9조7000억원보다 1조원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 9월 증가액 5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 수준이다.
9월 말 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1441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대기업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대기업대출은 8월 4조9000억원 증가한 데 이어 9월에는 7조5000억원 늘었다. 잔액은 336조7000억원이었다.
은행들이 대출 영업을 강화하는 가운데 회사채 상환과 설비투자 등을 위한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늘면서 대기업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중소기업대출은 3조2000억원 늘었다. 8월 증가액 4조8000억원보다 증가폭이 축소됐다. 추석자금 등 운전자금 수요가 이어졌지만 분기 말 부실채권 매각·상각 등의 영향을 받았다.
중소기업 가운데 중소법인 대출은 3조4000억원 증가했지만 개인사업자 대출은 2000억원 감소했다.
9월 말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1104조9000억원이었다. 중소법인이 643조2000억원, 개인사업자가 461조6000억원을 차지했다.
올해 1~9월 은행 기업대출 증가액은 77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대기업대출이 41조7000억원, 중소기업대출이 35조9000억원 늘었다.
직접금융시장에서는 회사채 상환 부담이 커졌다. 9월 회사채는 3조4000억원 순상환됐다. 8월 9000억원 순상환보다 순상환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회사채 발행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만기도래 규모까지 늘어난 영향을 받았다.
올해 1~9월 회사채는 누적으로 20조6000억원 순상환됐다. 기업어음(CP)·단기사채도 8월 4조1000억원 순발행에서 9월 1000억원 순상환으로 돌아섰다. 기업들이 분기 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해 부채를 상환한 영향이다.
주식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은 3000억원으로 8월 5000억원보다 줄었다. 유상증자 규모가 감소하면서 증가폭이 축소됐다.
금융기관 수신에서는 은행과 자산운용사가 엇갈렸다. 9월 은행 수신은 29조1000억원 증가했다. 8월에는 1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한 달 만에 증가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9월 말 은행 수신 잔액은 2621조7000억원이었다. 수시입출식예금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 컸다. 수시입출식예금은 8월 14조원 감소했지만 9월에는 24조7000억원 증가했다. 분기 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법인자금이 유입된 영향이다.
정기예금은 2조1000억원 늘었다. 8월 20조3000억원 증가와 비교하면 증가폭이 크게 줄었다.
일부 대기업 예금의 만기도래 규모가 확대됐지만 은행들의 자금 유치 노력이 이어지고 가계자금 예치도 늘어나면서 소폭 증가했다.
은행채는 5조7000억원 증가했다. 반면 양도성예금증서(CD)는 1조7000억원 감소했다.
자산운용사 수신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9월 자산운용사 수신은 11조1000억원 감소했다. 8월에는 23조5000억원 증가한 바 있다. 머니마켓펀드(MMF)에서 25조6000억원이 빠져나간 영향이 컸다.
법인들이 분기 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해 MMF 자금을 은행 수시입출식예금 등으로 옮기면서 자금이 대규모로 유출됐다.
채권형펀드는 1조원 증가해 8월 3000억원 감소에서 증가세로 전환했다. 주식형펀드는 5조1000억원 증가했다. 다만 8월 증가액 15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증가폭은 크게 줄었다. 기타펀드는 8조6000억원 증가했고 혼합형펀드는 3000억원 감소했다.
시장금리는 9월 중 상당폭 상승했다가 10월 들어 일부 상승폭을 되돌렸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7월 말 3.76%, 8월 말 3.84%에서 9월 말 4.01%로 올랐다. 9월28일에는 4.12%까지 상승해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고채 10년물도 8월 말 4.31%에서 9월 말 4.41%로 상승했다. 9월15일에는 4.60%까지 올라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동 불안이 이어지고 국제유가가 상승한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기대 강화와 주요국 장기금리 상승 등이 국내 채권금리를 끌어올렸다.
이후 채권시장 수급 개선 기대가 형성되면서 상승폭은 다소 축소됐다. 10월14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88%, 10년물은 4.26%를 나타냈다.
단기시장금리도 상승했다. 91일물 CD 금리는 8월 말 3.12%에서 9월 말 3.22%, 10월14일 3.25%로 올랐다. 91일물 기업어음(CP) 금리는 같은 기간 3.25%에서 3.42%, 3.66%로 상승했다.
한국무위험지표금리(KOFR)는 8월 말 2.79%에서 9월 말 3.05%로 올랐으며 10월 들어서는 3.02% 수준을 나타냈다.
주식시장은 9월까지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10월 들어 조정을 받았다. 코스피는 7월 말 6595에서 8월 말 6820, 9월 말 6838로 상승했다. 그러나 10월14일에는 6009로 떨어져 9월 말보다 11.9% 하락했다.
반도체 경기 전망과 중동전쟁 전개 상황, 주요국 국채금리 움직임 등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다 10월 들어 AI 투자 둔화와 반도체 경쟁 심화 우려가 커지면서 상당폭 하락했다. 코스닥은 8월 말 834에서 9월 말 856으로 상승한 뒤 10월14일 824를 기록했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