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여간 피해구제 366건…올해 상반기 전년보다 75% 증가
아동·청소년 계약 184건으로 50.3%…키즈모델·아이돌 지망생 피해 집중
피해 98.6%가 계약해지 관련…환급 거부·지연·과다 위약금 다수
실제 환급 등 합의 성립은 47.1%에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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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파워 이설아 기자] 키즈모델이나 아이돌 등을 꿈꾸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오디션 합격을 내세워 고액의 수강 계약을 유도하는 ‘학원형 연예기획사’ 관련 소비자 피해가 늘고 있다. 최근 3년여간 접수된 피해의 절반 이상이 아동·청소년 계약이었으며, 올해 상반기 피해구제 신청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 증가했다.
한국소비자원은 22일 최근 3년간인 2023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접수된 학원형 연예기획사 관련 피해구제 사건이 모두 366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학원형 연예기획사는 오디션 기회나 캐스팅 보장 등을 내세워 소비자를 모집한 뒤 연예활동 관련 교육·훈련을 제공하고 수강료 등을 받는 연예기획사를 말한다.
피해구제 신청은 매년 큰 폭으로 늘었다. 2023년 41건에서 2024년 86건으로 109.8%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148건으로 다시 72.1%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91건이 접수돼 지난해 같은 기간 52건보다 75.0% 증가했다.
계약 과정에서는 오디션을 명목으로 카메라 테스트 등을 진행한 뒤 당일이나 다음 날 합격했다고 통보하며 계약을 권유하는 방식이 주로 확인됐다. 계약을 망설이면 “지금 결정하지 않으면 기회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다”는 식으로 충분한 숙고 시간을 주지 않고 계약 체결을 재촉하는 사례도 있었다.
연령별로는 아동·청소년 대상 계약이 184건으로 전체의 50.3%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40~64세 중장년층이 86건으로 23.5%, 20~30대 청년층이 83건으로 22.6%를 차지했다.
피해 유형은 계약해지 관련 분쟁이 대부분이었다. 전체 366건 가운데 계약해지 관련 피해가 361건으로 98.6%를 차지했고, 소비자가 계약해지를 요구했는데도 사업자가 환급을 거부하거나 지연하고 과도한 위약금을 청구하는 사례가 주를 이뤘다.
계약해지 관련 사건 361건을 사업자 대응별로 보면 환급 거부가 179건으로 49.6%를 차지했다. 환급 지연은 90건으로 24.9%, 위약금 과다 청구는 82건으로 22.7%였으며 연락이 끊긴 경우도 7건으로 1.9%에 달했다.
계약해지 사유가 확인된 328건 가운데 소비자 단순변심은 245건으로 74.7%였다. 사업자의 계약 불이행으로 해지를 요구한 경우도 79건으로 24.1%를 차지했다.
사업자의 계약 불이행 79건을 세부적으로 보면 연기·모델 트레이닝이나 작품 캐스팅·오디션을 아예 제공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제공한 사례가 46건으로 58.2%였다. 드라마 출연이나 특정 브랜드 모델 선발 등을 약속했지만 실제 해당 콘텐츠나 브랜드와 연계되지 않는 등 사전설명이나 광고와 달랐던 사례도 24건으로 30.4%를 차지했다.
실제로 피해를 회복한 비율도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피해구제 366건 가운데 소비자가 환급을 받는 등 사업자와 합의가 성립된 사례는 172건으로 47.1%에 그쳤다. 합의에 이르지 못한 사례는 193건으로 52.9%였다.
일부 사업자는 소비자원의 연락을 피하거나 자체 약관을 이유로 환급을 거부하기도 했다. 계약 체결 당시 약속했던 캐스팅이나 트레이닝을 제공하지 않았는데도 계약해지 이후 비용 반환을 거부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한 피해자는 웹드라마 출연 모집 광고를 보고 업체를 방문해 실물 면접과 카메라 테스트를 받은 뒤 1년 소속 배우 계약을 체결하고 등록비 360만원을 지급했다. 계약 당시 업체는 즉시 결정하지 않으면 다른 수강생에게 기회가 넘어간다고 계약을 재촉했고, 이후 소비자가 계약해지를 요구하자 프로필 촬영과 이미지 컨설팅을 전혀 진행하지 않았음에도 컨설팅 비용 220만원을 환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자녀의 키즈모델 에이전시 계약을 체결하고 198만원을 결제했다. 업체는 광고 캐스팅과 잡지 촬영, 브랜드 촬영 등 다양한 모델 활동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안내했지만 계약 후 19개월 동안 실질적인 에이전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고, 계약해지와 환급 요구에도 회신을 피했다.
시니어 모델 모집 광고를 보고 카메라 테스트를 받은 뒤 당일 합격 통보를 받고 372만원을 지급한 사례도 있었다. 해당 소비자는 이후 업체가 연예기획사가 아닌 일반 강습소라는 사실을 알고 환급을 요구했고, 업체는 일부 금액을 돌려주겠다고 했지만 이후 연락이 끊겼다.
소비자원은 오디션이나 카메라 테스트 합격 통보 자체가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한 수단일 수 있다며 실제 연예계 활동 지원이 가능한 업체인지 계약 전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일반 연예기획사는 연습생에게 트레이닝이나 데뷔 등을 명목으로 금전을 요구하지 않는 만큼 프로필 컨설팅비, 관리비, 트레이닝비 등의 명목으로 고액을 요구하는 경우 계약을 보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출연 보장이나 오디션 기회 제공 등 구두로 약속한 사항은 반드시 계약서에 특약으로 남기는 것이 필요하다. 계약기간은 가능한 짧게 설정하고 중도해지 때 위약금 산정 기준과 트레이닝비·관리비의 환급 기준도 계약 전 확인해야 한다.
계약 이후에는 계약서와 영수증, 통화 녹취, 문자 대화, 오디션 안내문과 광고 자료 등 분쟁에 대비한 증빙자료를 보관해야 한다. 계약해지를 원할 경우에는 해지 날짜와 사유가 확인될 수 있도록 내용증명우편 등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 좋다.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은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가 예술인을 모집하면서 거짓 정보를 제공하거나 허위 약속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대중문화예술 분야 연습생 표준계약서에서도 기획사가 연습생의 훈련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을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