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영업일 평균 메모리 수출 17.2억달러…전년比 248% 증가
DRAM 466%·NAND 297%↑…4분기 HBM4 본격 출하 기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실적 눈높이 높아졌지만 빅테크 투자 부담 재부각
하이퍼스케일러 현금흐름 악화…메모리 호황 지속성의 변수로 떠올라
[더파워 이경호 기자] 메모리반도체 수출과 가격, 기업 실적 전망이 동시에 좋아지고 있지만 주식시장은 이전처럼 반응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 기대치가 높아지고 HBM4 출하까지 본격화하고 있지만, 시장의 관심은 반도체 공급업체가 얼마나 벌 수 있느냐보다 그 제품을 사들이는 빅테크가 투자를 얼마나 오래 이어갈 수 있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0월 영업일 평균 메모리반도체 수출액은 17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48% 증가했다. DRAM은 9억달러로 466%, NAND는 1억5000만달러로 297% 늘었고 MCP와 SSD도 각각 134%, 516% 증가했다.
전월과 비교하면 메모리 수출액은 9% 감소했지만 품목별 흐름은 달랐다. DRAM은 7% 증가한 반면 NAND와 MCP, SSD는 각각 10%, 18%, 17% 감소했다. 9월 분기 말 효과가 사라진 가운데 DRAM 수요는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제시한 4분기 출하 전망도 긍정적이다. 신규 공장 가동 확대와 HBM4 본격 출하를 바탕으로 메모리 비트 출하량 전망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11월 수출액이 다시 전월 대비 증가할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다.
메모리 가격 역시 당초 예상보다 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DRAM과 NAND의 현물가격과 고정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서버용 메모리에서도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공급 확대도 단기간에 수요를 따라잡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하나증권은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28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적 전망도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올해와 내년 메모리 사업에서 대규모 이익 증가가 예상되고 있으며, 하나증권은 국내 메모리 업체의 2027년 합산 영업이익을 약 1100조원으로 추정했다.
2028년에도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경우 추가로 20% 이상의 이익 증가가 가능할 것으로 봤다. 메모리 업체 입장에서는 가격과 물량, 고부가 제품 비중이 동시에 개선되는 호황 구조가 이어지는 셈이다.
하지만 주가는 실적만 따라가지 않고 있다. 지난주 코스피는 3.3% 상승하며 5주 만에 반등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각각 4.4%, 11.0% 상승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실적 발표에서 양호한 실적과 가이던스,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으며 강한 주가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주 후반으로 갈수록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자본적지출(CAPEX) 부담이 다시 부각되면서 반도체주의 상승폭도 줄었다.
시장이 바라보는 문제는 반도체 회사가 아니라 반도체를 구매하는 고객사에 있다.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주도하고 있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투자 규모가 급격하게 커지면서 일부 기업의 분기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투자가 계속 확대되면 HBM과 서버용 DRAM을 비롯한 메모리 수요 역시 증가한다. 반대로 주요 고객사가 투자 속도를 늦추면 현재 메모리 업체가 예상하는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의 지속 기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하나증권은 하이퍼스케일러들의 현금흐름 악화로 AI 투자의 지속성과 당위성에 대한 의문이 다시 커졌다고 분석했다. 메모리 기업의 대규모 이익은 공급업체 입장에서는 호재지만 이를 구매하는 고객사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미국 반도체 시장에서도 나타났다. 인텔은 PC 수요 둔화와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4분기 가이던스 영향으로 주가가 크게 하락했고 엔비디아와 AMD 등 주요 AI 반도체 업체도 약세를 보였다.
엔비디아의 올해 주가 상승률도 9.7%에 그쳤다. 2023~2025년 큰 폭의 주가 상승을 기록한 데다 Vera Rubin 출시 지연으로 연초 기대했던 실적 눈높이가 낮아지는 과정도 영향을 미쳤다.
반면 메모리 시장에서는 가격 강세와 공급 부족이 이어지면서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대만에서도 DRAM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가 이어지며 메모리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주가 흐름을 보였다.
국내 반도체 소부장에서도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 9월 이후 후공정 업체들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며 소재 업체 역시 장비주에 비해 방어적인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하나증권은 피에스케이홀딩스를 커버리지 업체 가운데 내년 외형과 이익 성장률이 가장 높은 기업으로 제시했다. 피에스케이홀딩스의 매출은 올해 2722억원에서 2027년 3893억원으로 43%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1021억원에서 1504억원으로 47%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원익머트리얼즈는 성장률보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주목했다.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7배를 밑돌아 반도체 소부장 업체 가운데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결국 현재 반도체 시장에서는 두 가지 흐름이 맞서고 있다. 메모리 가격과 수출, HBM4 출하, 실적 전망 등 공급업체의 지표는 여전히 강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빅테크의 AI 투자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시장의 새로운 판단 기준으로 떠올랐다.
오는 3일 예정된 AMD 실적 발표도 이 때문에 주목받고 있다. 인텔의 보수적인 가이던스로 반도체 업종의 투자심리가 약해진 가운데 AMD가 데이터센터 GPU와 서버 CPU에서 PC 부진을 상쇄할 수 있는 실적과 가이던스를 제시할지가 향후 반도체 투자심리에 영향을 줄 변수로 꼽힌다.
메모리반도체는 여전히 공급 부족 국면에 있고 수출과 실적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이 확인하려는 것은 공급업체의 다음 분기 이익보다 AI 데이터센터를 짓는 고객사의 투자 여력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로 바뀌고 있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