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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성용 징계검토… 축구계 ‘명예실추’ 누구 탓인가

이삼일 기자

기사입력 : 2013-07-0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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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삼일의 더스포츠] 머리 숙인 기성용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자

▲기성용징계검토…기성용선수와최강희감독이미지 확대보기
▲기성용징계검토…기성용선수와최강희감독

거듭 밝혀둔다. 특정인을 두둔하거나 비난하기 위한 글이 아니다.

대한축구협회가 6일 ‘최강희 전 축구국가대표 감독 조롱글 파문’의 당사자 기성용(스완지시티)에 대해 “징계 대상에 해당하는지 관계 부서가 규정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성용 징계검토가 화두에 오른 것이다.

앞서 기성용은 5일 자신의 에이전트를 통해 “무엇보다 저의 바르지 않은 행동으로 걱정을 끼쳐 많은 팬과 축구 관계자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번에 불거진 저의 개인 페이스북 글에 관련한 문제는 모두 저의 불찰”이라고 인정하고, “해당 페이스북은 제가 1년 정도 전까지 지인들과 함께 사용하던 것으로 공개할 목적은 없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기성용은 이어 “어쨌든 국가 대표팀의 일원으로서 해서는 안될 말이 전해졌다”며 거듭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히고, “치기 어린 저의 글로 상처가 컸을 최강희 감독님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 축구에 전념해 팬들과 축구 관계자 여러분이 지금까지 보여준 걱정을 불식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최 전 감독과 축구팬들에게 사과했다.

축구협회 측은 기성용이 잘못을 인정함에 따라 기성용의 행위가 징계 대상이 되는지 기성용 징계검토에 들어갔다. 협회나 언론보도의 흐름을 볼 때 기성용의 징계여부는 대한축구협회 규정 제12조(심의대상) 3항 “협회 또는 징계위원회에서 징계심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비위(非違) 사실”에 해당되는지를 판가름하는 과정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고의적 명예 실추’ 책임자는 기성용인가

이번 행위는 규정에 첨부된 ‘유형별 징계기준’ 중 ‘명예 실추 행위’에 해당되며 “협회, 축구단체, 국가대표팀 또는 축구인의 명예 실추”의 경우 “출전정지 1년 이상에서 제명까지”를 규정하고 있다. ‘대표팀 운영규정’ 제13조 5항에는 “품위유지 및 선수 상호간의 인화단결을 도모할 의무”가 있고, 제16조(징계) “고의로 대표단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명시하고 있다.

기성용의 발언이 공개되면서 상당한 ‘명예 실추’ 효과가 발생한 것은 분명하다. 다만 기성용 스스로 공개한 발언이 아니라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다. “고의로 대표단의 명예를 훼손한 자”에서 말하는 고의(故意)는 “일부러 하는 태도나 행동”에 해당되고, 법적으로도 “일정한 결과가 발생할 것을 인식하고 그 행위를 한 경우의 심리 상태”를 말하기 때문이다.

‘비밀계정’인 만큼 ‘명예 실추’가 기성용의 ‘고의’는 아니다. 오히려 사적인 대화가 오간 타인의 ‘비밀계정’ 내용을 1년 이상 지난 시점에서 포털사이트에 폭로한 쪽은 “협회, 축구단체, 국가대표팀 또는 축구인의 명예 실추”의 결과가 발생할 것을 충분히 인식했을 법하다. 물론 이들은 축구협회의 ‘징계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니 이 규정으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헌법적 가치

이미 사과까지 한 마당에 기성용의 ‘조롱’이 징계여부에 해당되는지는 각자 판단이 다를 수 있겠지만, 앞선 칼럼에서도 지적했다시피 이번 사건이 함의하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하다. 기성용의 생각이 잘못인가? ‘사상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 그렇다면 기성용의 표현 방식이 문제였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 헌법적 가치의 문제다.

아직 젊은 운동선수의 예의 없는 언행은 개인적으로 따끔하게 혼내면 될 일이다. 다만 “해외파로서의 특권의식, 우월감, 오만감”을 법이나 규정으로 강제할 수 없다. 공개적으로 하지 않은 행동, 친구들끼리 주고받은 말을 근거로 기성용 징계검토를 논하는 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다. 개인적 감정이나 선호, 표현까지 제약하는 것은 민주사회의 근간을 위협하는 위험한 발상이다.

‘고의성’ 여부를 입증할 수 없다면 징계의 구성요건은 충족되지 않는다. 정 징계하고 싶다면 ‘비밀계정’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점을 탓해야지, 누군가에 대한 ‘불만’이나 ‘없는 곳에서의 예의 없는 어투’를 기성용 징계검토 대상으로 삼을 순 없다. 그건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기성용의 ‘사상의 자유’다. 기성용은 ‘고의’로 자신의 불만을 노출하거나 상대방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머리 숙인 기성용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자

“나는 당신의 의견에 반대한다. 그러나 당신이 그 의견으로 인해 탄압받는다면 당신의 말할 자유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 프랑스의 사상가 볼테르의 선언이다.

사실 기성용의 발언에는 공감하지 않는다. 기성용과 최 감독 비판에도 공감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성용의 생각이나 팬들의 비판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리고 언론의 ‘폭로’에는 사회적 책임이 수반된다.

사안을 축구로 한정한다고 해도 핵심은 개인이 아닌 축구대표팀이 돼야 한다. 실망스러운 예선통과 과정에서 쌓인 국민적 우려나 실망감이 폭발하기 직전에 ‘기성용’이라는 희생양에게 전이된 것은 아니지 우려하는 시선이 있는 게 사실이다. 누구를 위한 개인의 ‘1년 전’ 비밀계정 폭로인지, 그게 언론의 공익성과 책임성에 부합했는지는 자문이 필요할 것이다.

기성용이 사과했다. 부친인 기영옥 광주시축구협회장도 대한축구협회를 찾아 사과했다. 마침 기성용이 전지훈련에서 스완지시티 이적 후 첫 골을 터뜨렸다.

그동안 마음고생 심했을 젊은 선수가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기회로 삼아 환골탈태(換骨奪胎)해 한국축구를 위해 “지금까지 걱정을 불식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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