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드라마 블랙미러 에피소드 중 한 장면. 로봇벌 ADI가 영국 전역에 퍼져 꽃의 수분을 돕는다.
"태양열로 작동하는 로봇벌이 꽃의 수분을 돕는다. 꽃의 위치는 센서로 파악해 적절한 꽃을 찾아 다니며 꽃 가루를 옮긴다. 로봇벌은 스스로 움직이며 행동방식을 정한다. 벌집도 스스로 만들며 필요하다면 판단하에 3D프린터로 자신을 복제하기도 한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하는 미국 드라마 블랙미러의 한 에피소드다. 원인을 찾을 수 없는 문제로 생태계가 무너져 벌이 멸종한 영국에서 한 로봇 업체가 벌을 대체하기 위해 로봇벌을 개발한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드라마 블랙미러는 현실같은 드라마로 호평을 받는다. 그런데 드라마 블랙미러 속 이야기가 곧 현실화 될것만 같다.
이미지 확대보기바르사뱌 공대 연구팀이 개발한 로봇벌 'B-드로이드(B-DROID)' (ⓒ repubblica)
폴란드 바르사뱌 공대 연구팀이 로봇 꿀벌 프로젝트 'B-드로이드'를 진행하고 있다. B-드로이드는 벌의 개체수가 전세계적으로 줄어들며 꽃가루 수분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게 되자 이를 로봇 벌로 대체해 진짜 벌 대신 로봇이 꽃의 수정을 돕도록 시도하는 연구다. 실제로 미국 미네소타대 곤충학 교수 '말라 스피박'은 CNN 기고에서 2007년 이후 미국의 꿀벌 떼가 평균 30%씩 폐사하며 미국 아이오와에선 2013년 겨울을 지나 꿀벌 개체수가 70%가까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캐나다에서는 꿀 벌 개체수가 29%, 유럽에서는 20% 씩 줄어들었다. 유엔 산하 생물 다양성과학기구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서비스에 관한 정부 간 과학정책플랫폼(IPBES)'에서도 꽃가루 매개 동물의 16%가, 특히 벌 종류는 40%가 멸종위기라 밝혔다.
B-드로이드 팀의 로봇벌은 드라마 블랙미러 속 로봇 처럼 정교한 기능을 수행하지는 못하지만 꽃 수정을 도울 순 있다. 꽃가루 샘플을 가져와 꽃에서 꽃으로 옮기는 역할은 수행할 정도로 발전했다. 실제로 B-드로이드는 필드 테스트에서 마늘과 딸기를 수분하는데 성공했다. 또 한가지 눈여겨 봐야할 부분은 B-드로이드가 자율행동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인간 사용자가 작업 영역이나 수분할 꽃의 종류만 설정해주면 로봇벌이 알아서 일을 진행한다.
이미지 확대보기바르사뱌 공대 연구팀이 개발한 로봇벌 'B-드로이드(B-DROID)' (ⓒ repubblica)
B-드로이드 팀이 최근 공개한 쿼드콥터 꿀벌 로봇 인간의 명령이 필요가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 이 로봇벌은 외부 카메라 시스템과 지상국 컴퓨터로 움직이며, 두 장치가 꽃의 위치를 알려주면 로봇이 스스로 경로를 계획해 꽃을 향해 날아간다. '라팔 달레우스키' 바르샤뱌 공대 교수는 "비록 로봇 벌이 꿀을 생산할 순 없지만 꽃에서 꽃으로 옮겨다니며 수분 작업을 하기에는 충분하다" 고 밝혔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벌이 세계 식량자원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100여종 작물 중 70%를 수분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이 이야기는 벌의 멸종을 막을 수 없다거나 멸종된 벌을 대체할 수있는 무언가를 찾지 못한다면 인간은 식량문제에 봉착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게다가 IPBES에 따르면 꽃가루 매개동물 멸종의 경제적 가치는 매년 2350억~5770억달러 수준이다. 인류가 수 천억달러의 가치를 지닌 벌의 부재를 대비하기 위해선 이 부분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달레우스키 교수도 “1년반 내로 정밀농업을 위한 모바일 자율 로봇을 개발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며, "이제 스타트업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투자자들을 찾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