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여름, 대학 새내기 A양은 학교 동기들과 차를 타고 여행을 가다가 교통사고를 낸다. 운전기간도 짧고 교통사고경험도 없어 당황할 법도 하지만, A양은 침착하게 스마트폰을 꺼낸다. 그녀는 차량 보험사의 챗봇(채팅로봇) 애플리케이션을 열어 사고 경위와 상태를 상세하게 적어 보낸다. 챗봇은 앞으로 취해야 할 대처법과 사고처리절차 등을 바로 설명해준다.
A양의 보험상담사는 IBM의 인공지능 로봇 ‘왓슨’이다. 인공지능이 바꿀 현실은 이제 코앞으로 다가왔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SK C&C는 왓슨으로 운영되는 보험콜센터 시스템을 내년 3월에 구축할 예정이다.
왓슨은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해 ‘한국어 능력자’가 됐다. 최근 왓슨은 한국어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개발을 완료했다. 왓슨이 7개월간 한국어를 학습해 얻은 결과다. 이제 왓슨은 거의 완벽하게 한국말을 알아듣는다. 이기열 SK C&C IT 서비스 부문장은 "왓슨의 한국어 인식 정확도는 현재 96% 이상이며, 한국어를 흉내 내는 수준을 넘어 실생활에서 대화할 수 있는 정도"라고 밝혔다.
왓슨의 한국어 서비스 이름은 ‘에이브릴’이다. 보험상담원 에이브릴은 곧장 현장에 투입되는 것이 아니라 상담사를 보조하는 견습생 역할을 할 예정이다. 먼저 보험사 인터넷 홈페이지에 투입돼 챗봇 형태로 업무를 수행할 계획이다. 온라인 서비스를 선호하는 젊은 층의 보험상담업무가 에이브릴에게 넘어가 인간 상담원의 업무강도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에이브릴은 업무를 수행하며 데이터를 습득해 기계학습을 지속해서 진행한다.
IT업계에서는 에이브릴이 충분한 데이터를 얻어 기계학습을 마치면 당장 내년부터 콜센터 인력의 30%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한다. 수 백 명이 할 일을 혼자 처리하는 것이다. 또 2020년엔 에이브릴이 모든 인간상담사를 대체한다는 예측도 나온다. 매일경제와 영국 옥스퍼드대 칼 프레이 박사 등에 따르면 ‘전화상담사’는 전체 582개 직업 중 로봇이 대체할 확률이 가장 높은 직종이다. 인공지능의 본격적인 출격으로 국내 콜센터 시장에 큰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송광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