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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시장의 시간은 거꾸로 가나...페이스북, ‘오큘러스 스토리 스튜디오’ 폐쇄

이선기 기자

기사입력 : 2017-05-09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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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가상현실) 시장이 뒷걸음질 치며 침체기를 겪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VR 산업에 박차를 가하던 페이스북은 지난 4일(현지시간) 오큘러스의 자체 VR 애니메이션 개발 스튜디오인 ‘오큘러스 스토리 스튜디오’를 폐쇄한다고 밝혔다.

오큘러스 스토리 스튜디오는 약 2년 전 헐리우드에 진출해 VR의 잠재력을 알리기 위해 설립된 자체 스튜디오다. 2015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데뷔작 ‘로스트(Lost)를 발표했으며 이후 헨리(Henry), 디어 안젤리카(Dear Angelica) 등을 제작했다.

페이스북이 VR애니메이션을 하는 '오큘러스 스토리 스튜디오의 폐쇄'를 알렸다. (사진=오큘러스 스토리 스튜디오)이미지 확대보기
페이스북이 VR애니메이션을 하는 '오큘러스 스토리 스튜디오의 폐쇄'를 알렸다. (사진=오큘러스 스토리 스튜디오)

픽사의 사슈카 언셀드가 감독한 첫번째 VR 단편 영화 '로스트'는 관객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영화 속 경험이 달라지는 형태로 제작돼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또 다른 작품 '헨리'는 2016년 에미 시상식에서 ‘뛰어난 오리지널 인터랙티브 프로그램’(Outstanding Original Interactive Program) 부분에서 수상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설립한 지 2년만에 페이스북은 오큘러스 스토리 스튜디오의 폐쇄를 알렸다. 페이스북 계열사 오큘러스는 자체 VR 내러티브 개발 사업을 서서히 줄이는 대신 외부 개발에 대한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의 콘텐츠 담당 부사장 제이슨 루빈은 해외 외신을 통해 “非게임 부분과 실험적인 VR콘텐츠 영역에 약 5천만 달러(한화 약 568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VR 콘텐츠 개발 관련 투자비용 2억 5천만 달러(한화 약 2,840억 원) 중 일부를 할당하겠다는 계획이다. 제이슨 루빈은 “해당 금액은 혁신적인 VR 아이디어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아티스트들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큘러스 스토리 스튜디오가 폐쇄되면서 기존에 진행중이던 프로젝트들 역시 모두 무산됐다. 이미 출시된 기존의 작품들은 오큘러스 스토어에서 계속 서비스될 예정이지만, 프로젝트들이 모두 무산됨에 따라 스튜디오에서 근무중이던 50여명의 직원들은 오큘러스 내 다른 직무에 지원해야 하는 신세가 됐다.

페이스북은 스튜디오의 폐쇄가 VR 내러티브 콘텐츠 개발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사실상 페이스북이 VR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VR이 게임을 중심으로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 확실하게 이렇다 할 비즈니스 모델을 보여주지 못한 탓이다.

실제로 VR시장은 기기 보급의 한계와 콘텐츠 부족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여전히 산업의 발전 가능성은 높지만 여러 문제점들 탓에 이렇다 할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다양하게 확장되며 많은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한 AR에 비해 VR은 여전히 애매한 신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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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오큘러스는 최근 잇따른 악재를 경험했다. 지난 2월 미국 댈러스 소재 텍사스북부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비디오 게임 개발사인 제니맥스가 기술 도용 등을 이유로 페이스북과 오큘러스를 상대로 소송을 낸 바 있다. 소송의 1심에서 오큘러스는 약 5억 달러의 배상금을 지불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또한 소비자들의 불만도 치솟았다. 매우 높은 기기 가격을 지불했는데도 불구하고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해 기기의 보유자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시장의 동향을 반영하듯 VR시장은 향후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디지캐피털은 지난 2015년 4월 VR의 시장 규모가 2020년까지 34조원에 이를 것이라 전망했지만, 지난 1월에 낸 새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VR시장 규모 전망을 약 29조원으로 대폭 낮춰 잡았다. 약 95조원으로 잡은 AR에 비하면 한참 낮은 수치다.

그 이유는 소비자들의 관심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미국과 중국 등 외국에 마련된 VR체험공간도 손님이 없어 애를 먹고 있다.

오큘러스는 작년 3월에 VR헤드셋 ‘리프트 VR’의 소비자용 제품을 내놓고 미국 최대 전자제품 매장인 체인 베스트바이와 계약을 맺어 500여곳에 리프트 체험공간을 마련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 체험이 일회성에 그치면서 운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최근 200여곳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 전역의 VR방 3천여 곳 중 수익은 내는 곳은 30%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게임 분야 시장조사업체 슈퍼데이터에 따르면 “대부분의 VR방이 손님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심지어 베이징 중심가도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독창적이고 매력 있는 콘텐츠가 부족한 탓에 소비자들이 재방문을 꺼리는 현상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에서는 지난 8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요청으로 경희대 산학협력단이 작성한 ‘가상현실게임 활성화 방안 연구’ 보고서가 발표됐다. 국내외 VR게임 산업을 분석한 연구보고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보고서에서도 역시 VR시장은 불확실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했다. VR게임 산업은 아직 발전 초기 단계여서 많은 위험 요소가 존재하는 데다 콘텐츠 부재로 불확실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국내 게임업체 스코넥엔터테인먼트는 최근 VR FPS게임 ‘모탈블리츠’를 선보여 호평을 받고 있다. (사진=스코넥엔터테인먼트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국내 게임업체 스코넥엔터테인먼트는 최근 VR FPS게임 ‘모탈블리츠’를 선보여 호평을 받고 있다. (사진=스코넥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러나 국내 게임업체들이 역량이 높기 때문에 효과적인 조기 지원으로 국내 시장과 산업 생태계를 조성한다면 수년 내 본격적으로 확대될 세계 VR게임 경쟁에서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분석했다. 경희대 산학협력단 측은 “VR게임 활성화 정책은 기존 제조업과 달리 수요 중심으로 가야 하고, 정부가 특정 기술을 선택해 지원하기보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기술 혁신을 이룰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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