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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캠 전성시대 ①] 팬은 직캠을 찍고, 직캠은 팬덤을 만든다

신송하 기자

기사입력 : 2017-05-29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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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SNS 상에서 직캠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직캠이란 공연장의 관객들이 직접 찍은 공연 라이브 영상을 뜻한다. 페이스북에선 ‘음악인의 라이브’, ‘감성 터지는 라이브’ 등 직캠을 주로 게시하는 페이지들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유튜브에선 천문학적 숫자의 직캠 영상이 검색된다.

직캠은 찍는 팬이 누구냐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번째는 단순 관객이 공연에 대한 추억을 남기기 위해 찍는 인증샷 개념의 직캠이다. 두번째는 아티스트의 찍덕(아티스트의 직캠을 전문적으로 찍는 팬)이 전문 카메라 장비를 가지고 찍는 직캠이다. 우리가 눈여겨 봐야할 직캠은 바로 후자이다.

전자는 관객 개인의 욕구 충족을 위해 찍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 소장할 가능성이 크고, 질도 다소 떨어진다.
후자는 아티스트의 예쁘고 멋진 모습을 널리 홍보하고 싶은 마음으로 찍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많은 촬영 경험이 쌓인 노하우와 전문 장비 덕분에 덕후의 직캠은 음악 방송 못지않게 전문적이다. 공연의 현장감도 생생히 전달된다. 팬들에게 찍덕의 직캠은 아티스트를 자세히 알 수 있는 수단이다. 아티스트들에게 직캠은 자신들을 알릴 수 있는 효과적인 홍보 방법이다. 직캠 하나로 차트 역주행 신화를 쓴 가수 EXID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직캠이 어느 때보다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팬들이 직캠을 사용하는 스타일을 분석해 앞으로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어떻게 직캠을 응용할수 있는지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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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의 종류

아티스트를 어느 정도로 좋아하는지에 따라서 직캠을 활용하는 방법도 다르다. 먼저 팬을 단계적으로 분석해 보자.
팬은 크게 ‘일반인’ (머글), ‘일반 팬’, ‘덕후’, ‘찍덕’으로 나눌 수 있다. 일반인은 말 그대로 아티스트에게 어떤 관심도 없는 상태의 사람을 뜻한다. 팬들 사이에선 ‘머글’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들이 어떤 계기를 통해 그 아티스트들에게 빠지게 되는 것을 ‘입덕’이라 한다. 갓 ‘입덕’해 아티스트의 음악만을 즐겨 듣는 사람이 바로 ‘일반 팬’이다. 일반 팬에서 더 진화한 팬들은 ‘덕후’라 칭해진다. 이들은 아티스트의 음악뿐 아니라 아티스트의 세밀한 부분까지 모두 알고 싶어 한다.

‘덕후’는 아티스트들에게 언제든지 지갑을 내어줄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다.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주된 타깃으로 선정해야 하는 대상이다. 마지막으로 ‘찍덕’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아티스트의 사진이나 영상을 고가의 카메라로 담아내는 팬이다. ‘찍덕’은 아티스트들의 거의 모든 공연에 참석해 높은 퀄리티의 직캠을 생성해내기 때문에 덕후의 신뢰를 받는 '덕후 중의 덕후'이다.

◼︎ 직캠 활용법 ① 입덕 경로 (일반인에서 팬으로)

지금부터 머글(일반인)이 일반 팬으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어떻게 직캠이 활용되는지 살펴 본다. 흔히 머글은 입덕할 때 이미 마음속에 그 아티스트를 품지만, 스스로 애써 부정하는 시기인 ‘입덕 부정기’를 겪는다. 입덕 부정기에서 머글을 팬으로 만들어주는 가장 대표적인 수단이 바로 직캠이다.

예를 들어, 어느 날 머글은 TV에서 어떤 노래를 흘려듣게 된다.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머글은 자신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렸고, 궁금증을 참지 못해 SNS로 직캠 영상을 찾아본다. 영상 1개를 본다는 것이 어느새 2개가 된다. 몇 시간을 직캠을 보고나서 머글은 자신이 ‘입덕’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다.

유튜브 연관 동영상이미지 확대보기
유튜브 연관 동영상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는 입덕을 쉽게 하는 시스템이다. 유튜브에는 영상이 끝나면 바로 관련된 다른 동영상으로 넘어간다. 현재 시청하고 있는 동영상 옆에 관련 동영상 목록이 게시된다. 멍하니 보고 있다 보면 저절로 입덕 돼 어느새 그 가수의 응원법까지 따라 한다.

◼︎ 직캠 활용법 ② 덕후로 진화 (일반 팬에서 덕후로)

직캠은 피의 보정이라 불릴 만큼 혼신의 힘을 기울여 보정된 결과물이다. 따라서 보통 아티스트들이 방송에서보다 더 잘생기고 예쁘게 나온다. 또한 찍덕은 아티스트의 심쿵 포인트(매력 포인트)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 아티스트의 매력을 200% 담아낼 수 있다. 갓 팬이 된 입장에서 예쁘고 좋은 것들만 보게 되면 당연히 콩깍지가 씌이게 된다.

일반 팬에서 덕후로 넘어가는 단계에서는 밥 먹을 때나 이동할 때 습관적으로 직캠을 켠다. 일상생활에서 아티스트의 비중이 점차 늘어난다. 자주 보니 노래 가사도 금방 외워진다. 이제는 날짜만 봐도 어떤 공연에서 무슨 노래를 했는지 기억한다. 일반 팬은 직캠을 통해 한번 빠지면 답이 없다. 유뷰브가 덕후의 세계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 직캠 활용법 ③ 덕후의 덕심(아티스트를 좋아하는 마음) 강화

덕후는 아티스트에 대한 애정을 넘어 아티스트의 모든 것을 알아야만 하는 강렬한 팬이다. 아티스트의 세밀한 부분까지 공부하는 것을 덕후들 사이에선 ‘나노 단위로 핥아야 하는 의무’라 부른다. 덕후들은 그(그녀)가 하는 모든 공연에 꼭 참석해야만 할 것 은 책임감을 느낀다. 나의 아티스트가 어떤 공연에서 무슨 옷을 입었고 어떤 멘트를 했는지 숨 쉬듯 자연스럽게 기억하고 싶어 한다. 이 때 직캠은 덕후에게 자신이 못간 공연에서 나의 가수가 어떤 의상을 입고 어떤 노래를 불렀는지를 단숨에 해결해주는 단비 같은 존재이다.

보통 덕후가 공연장에 가면 공연이 끝나는 순간 모든 기억은 사라지고 행복했던 감정만 남아있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은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는 것처럼 말이다. 덕후는 불법이지만 공연장에서 녹음을 해 공연이 끝난 뒤 팬 커뮤니티에서 녹음본을 공유한다. 공연에 못간 덕후들은 녹음본을 통해 당시의 상황을 직캠과 같이 생생히 전해들을 수 있다. 공연장에 갔던 덕후들은 행복했던 상황을 다른 팬들과 나누며 현장의 모습을 계속해서 곱씹는다. 직캠은 녹음본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음성과 함께 영상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직캠을 보면 심지어 내가 놓쳤던 나의 가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보석 같은 기회도 얻는다.

꼭 가고 싶었으나 일상생활에 치여 가지 못하게 된 공연의 직캠은 덕후들의 배찢사 (배가 찢어질 것처럼 부러움)를 더 가중시켜 덕심을 더 견고히 한다. 실제로 전국 투어와 같은 장기 공연은 자신이 가지 못했던 공연의 직캠을 본 덕후들은 배찢사를 당해 바로 다음 지역 공연의 티켓을 충동적으로 구매하기도 한다. 특히 그 공연에서 희귀한 셋리스트를 진행했다거나 아티스트가 평소에 입지 않았던 스타일의 옷을 착장했을 경우 이런 충동구매는 가중된다.

팬들 사이에서 나눔을 진행할 때도 직캠은 필수로 사용된다. 보통 덕후들은 아티스트의 희귀 영상을 공유하거나 아티스트 관련된 굿즈를 다른 팬에게 무료로 나눠줄 때 아티스트와 관련된 문제를 내거나 비밀번호를 걸어놓는 경우가 많다. 문제와 비밀번호는 어느 공연에서 아티스트가 했던 마지막 말, 아티스트가 검정 악마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공연 날짜 등과 같이 진정한 덕후가 아니라면 맞출 수 없는 것들로 구성된다. 문제가 어려운 만큼 얻을 수 있는 상품이 값지기 때문에 덕후들은 시험 공부하듯 직캠을 보며 언제 열릴지 모르는 아티스트 모의고사를 준비한다.

‘휴덕(덕질을 일시적으로 쉬는 것)은 있어도 탈덕(더 이상 그 아티스트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없다’란 말처럼 덕후가 덕후의 세계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쉽지 않다. 이 때 직캠은 다양한 방법으로 덕후의 족쇄가 되어 덕후가 탈덕의 문 앞에 갈 수 없게 만든다.

◼︎ 직캠 활용법 ④ 직캠의 생산자, 찍덕의 활용 방식

직캠은 멋지고 아름다운 나의 가수를 모두 카메라에 담고 싶은 욕구에서부터 시작된다. 찍덕은 예쁜 모습을 나만 알기보단 더 많은 사람이 봐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SNS에 직캠을 게시하기도 한다. 홈페이지를 개설해 자신이 찍은 직캠을 전문적으로 올리기도 한다.

홈마가 주최한 인피니트 우현의 전시회이미지 확대보기
홈마가 주최한 인피니트 우현의 전시회

자신의 홈페이지를 가진 전문 찍덕을 ‘홈마 (홈마스터)’라고 한다. 인지도가 어느 정도 쌓인 홈마는 다른 덕후들의 탄탄한 신뢰의 대상이 된다. 실제로 덕후들은 홈마들이 미처 표를 구하지 못했을 때 대신 가서 예쁜 모습을 많이 담아와 달라는 마음으로 자신의 표를 선뜻 내주기도 한다. 홈마들은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덕후들의 돈을 모아 아티스트의 생일에 홈페이지 이름으로 선물을 주기도 한다. 자신이 찍은 제작물들로 굿즈를 제작해 판매하기도 한다.

이제 홈마들에게 직캠은 단순한 SNS 게시물이 아닌 하나의 수익 수단이 됐다. 인지도가 높은 홈마들은 영화관을 빌려 여태까지 찍은 가수의 직캠을 상영하는 영상회를 열거나 갤러리를 빌려 전시회를 개최한다. 이같은 현상은 수익과 함께 나의 가수를 더 알리려는 찍덕 본연의 욕구도 채워주는 활동이다. 오프라인상에서 더 전문적이고 자세하게 나의 가수를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분석처럼, 팬의 단계에 따라 직캠을 활용하는 방법은 다르다. 하지만 확실한 건 직캠은 더 이상 팬들 사이에서 소소하게 즐기는 하위문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직캠은 효과적인 입덕 수단이며 덕후를 결집시킨다. 팬들이 아티스트를 위해 소비를 할 수 있는 동기를 유지시킨다. 찍덕은 실제 직캠을 직접 이용해 수익 창출도 이뤄내고 있다. 아티스트나 기업들은 자신의 팬층을 철저히 분석해 효과적인 직캠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신송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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