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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三)층 분석] '하이브', 재난 블록버스터의 틀을 깬 심리 게임

이선기 기자

기사입력 : 2017-06-01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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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三)층 분석]은 독자들에게 '일층'부터 '삼층'까지 층별로 계단을 올라가듯 화제의 웹툰 작품을 심층분석하는 코너입니다. 일부 작품 이야기 전개가 노출될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웹툰 '하이브' (이미지=네이버웹툰)이미지 확대보기
웹툰 '하이브' (이미지=네이버웹툰)


<하이브> : 재난 블록버스터의 탈을 쓴 탁월한 심리 게임

“안 봐도 뻔하다.”

화려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블록버스터 영화에 따라다니는 꼬리표다. 화려함과 비교되는 단조로운 내러티브로 인해 영화를 안보고도 결말을 예측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재난'이라는 소재는 블록버스터 영화의 계륵이다. 어떤 재난 소재를 들고 나와도 화려한 스케일은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끌어낼 수 있는 내러티브는 제한적이다. 재난 영화는 개인에게 집중되지 않는다. 대규모로 일어나는 사건을 통해 특정 사회, 국가 단위 이상의 보편적 공간을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재난 사건을 통해 표출할 수 있는 개인의 갈등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재난 블록버스터들은 스케일과 내러티브 사이의 줄다리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줄다리기의 승자는 대부분 스케일이었다. 영화 제작사들은 내러티브를 연구하기보다는 컴퓨터그래픽과 연출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화려한 볼거리를 극대화해 '뻔한' 이야기 전개를 상쇄시키는 것이다.

결국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는 '소재'에 집중한다. 화산폭발, 지진, 홍수, 우주 행성의 지구 충돌과 같은 자연 재해부터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출현, 건물 붕괴 같은 인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의 재난이 영화에 등장했다. 영화 제작자들은 바이러스에 노출돼 탄생한 좀비를 투입하는 형태로 내러티브에 차별성을 부여하는 정도다.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 '판도라' (이미지=판도라 포스터)이미지 확대보기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 '판도라' (이미지=판도라 포스터)


여기 또 하나의 새로운 소재를 가져온 블록버스터가 있다. 영화 못지 않은 화려한 연출로 '영화 같은 웹툰'이라는 찬사를 받는 작품이다. 지난 2014년 처음 연재를 시작해 현재까지 네이버웹툰의 화요일을 책임지고 있는 수작 <하이브>를 소개한다.

웹툰 '하이브' (이미지=네이버웹툰)이미지 확대보기
웹툰 '하이브' (이미지=네이버웹툰)

-제목 : 하이브
-작가 : 김규삼
-연재 플랫폼 : 네이버웹툰

먹이사슬의 정점에서 내려오게 된 인간


인간은 지구상 먹이사슬에서 최상층에 자리잡고 있는 생물이다. 뛰어난 지능을 바탕으로 도구를 사용한다. 사회를 형성해 신체적 결함을 극복하고 먹이사슬 최강자 자리를 오랜 세월 동안 유지했다. 인간은 '생존'이라는 개념을 잊은 지 오래다. "과연 내가 오늘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지 않는다.

<하이브>는 이러한 안전 불감증(?)에 주목한다. <하이브>를 통해 김규삼 작가가 던지는 주제는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인간이 최상위 먹이사슬에서 내려오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이야기의 출발점이다.

만약, 인간을 대신해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위치하게 되는 생물이 있다면 어떤 종(種)일까?

김규삼 작가가 생각한 생물은 '벌'이다. 그것도 사람의 키를 훌쩍 넘는 거대한 크기의 '왕벌'. 김 작가는 대기속 산소 농도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식물이 비정상적으로 크고 빠르게 자라는 환경을 설정했다. 유전자 변이라는 점에서 식상할 지도 모르지만, 그동안 곤충에 주목했던 작품이 없었다는 점에서 벌의 등장은 신선하다.

지구 생명의 기원은 개뿔…, 웹툰 '하이브'  (이미지=네이버웹툰)이미지 확대보기
지구 생명의 기원은 개뿔…, 웹툰 '하이브' (이미지=네이버웹툰)


어느 날, 한국의 한 도시에 '벌떼 습격'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 난데없이 인간보다도 큰 벌떼가 도시를 습격해 시민들을 무참하게 죽이고 일부는 그들의 숙주로 삼는다. 강력한 적의 습격에 인간들은 무기력하기만 한다. 먹잇감으로 전락한 인간들은 패닉에 빠지고, 익숙했던 도시의 풍경은 낯설어진다.

무자비한 벌떼는 순식간에 인간을 존폐 위기로 몰아넣고 스스로 먹이사슬의 최상층에 오른다.

이야기는 주인공인 ‘이은성 과장’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익숙한 땅이 참혹한 살상의 무대가 돼버린 상황에서 잃어버린 가족들을 찾기 위해 극한의 여정을 떠난다.

<하이브>를 소개하는 데 많은 말이 필요없다. 작품을 1화만 구독해도 그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작품 자체를 손에서 떼 놓기가 힘들다. 진공 청소기처럼 빨아들이는 흡인력과 속도감 있는 전개는 자신이 이 작품에 손을 댄 것을 후회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하이브>는 중독성이 강한 작품이다. 그만큼 수작이다.

강력한 중독성의 비결은 무엇일까?

■ 일층분석 : 현실감 높이는 적나라한 묘사


<하이브>의 현실감을 높여주는 요소는 두가지이다. 하나는 사실적인 이미지이고 다른 하나는 현장감을 살리는 공간성이다.

<하이브>는 작품 전체가 매우 정교하게 짜여있다. 그림도 절대로 대충 그리는 법이 없다. 대부분의 웹툰이 캐릭터의 특성을 살려 그 부분만을 부각하는 것과는 다르다. 주요 인물은 물론이고, 배경이나 주변 인물, 작품의 주가 되는 벌까지 하나하나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작가의 정성은 독자들이 작품에 더욱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한다. 작품이 만화가 아닌 '블록버스터급 재난 영화'처럼 보이게 하는 주된 요인이다.

피부로 느껴지는 벌의 섬세한 디테일…어디서 본 듯한 장면인 것 같기도 하고…, 웹툰 '하이브' (이미지=네이버웹툰)이미지 확대보기
피부로 느껴지는 벌의 섬세한 디테일…어디서 본 듯한 장면인 것 같기도 하고…, 웹툰 '하이브' (이미지=네이버웹툰)


작품의 주된 캐릭터인 ‘벌’에 대한 묘사는 작가가 작품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영화로 치면 CG라는 사실을 잊게 만드는 높은 퀄리티의 블록버스터다. 만화의 테두리를 벗어나 현실에서 <하이브>를 읽고 있는 독자에게도 짜릿짜릿한 공포감을 조성한다. 극에 등장하는 벌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소름이 돋는다. 공포감에 일그러지는 캐릭터들의 표정을 따라 독자의 얼굴도 함께 일그러진다.

현실 공간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듯한 배경도 마찬가지다. 극이 전개되는 배경의 대부분은 서울이다. 서울의 건물들이나 도로 등을 마치 사진처럼 그대로 옮겨놨다. 벌들이 본거지로 삼고 있는 타워는 잠실에 있는 ‘롯데월드타워’를 따서 그렸다. 타워를 거점으로 수백 마리의 거대 벌떼가 날아다니는 장면은 실제로 롯데월드타워를 지날 때마다 벌들이 하늘에서 공격해오는 아찔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앞으로 롯데월드타워는 가지 않는 걸로..., 웹툰 '하이브' (이미지=네이버웹툰)이미지 확대보기
앞으로 롯데월드타워는 가지 않는 걸로..., 웹툰 '하이브' (이미지=네이버웹툰)


웹툰은 그림과 스토리가 생명이다. 감탄할만한 높은 수준의 그림은 독자들의 충성도를 이끌어내는 강력한 도구다. 블록버스터 재난 영화의 흥행 전략이 ‘화려한 볼거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하이브>는 이미지만으로 이미 흥행 공식을 갖춘 셈이다.

■ 이층분석 : 영화라고 불리는 진짜 이유, 내러티브

<하이브>가 한 편의 잘 짜여진 영화라고 평가받는 진짜 이유는 ‘내러티브’에 있다. 클리셰를 내뿜는 기존 공식을 파괴하고 현실적인 스토리로 공감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재난 영화들에는 특정한 공식이 있다. 예를 들어 헐리우드표 영화는 재난을 통해 미국이라는 국가의 위대함이나 영웅주의를 담는데 주력한다. 한국 재난 영화는 주로 사회의 부조리함을 다룬다. 국가의 대처가 미흡해 등장인물 개인이 직접 사건을 해결하고 스스로 바로잡는 식이다. 이러한 전개들은 종반부로 가면서 감동을 끌어내려 노력한다. 그리고 전개 방식은 차이가 있지만 결국 어떻게든지 훈훈하게 마무리시킨다. 일종의 불문율이다.

반면 <하이브>에는 공식이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 힘을 합쳐 벌들을 물리치는 뻔한 스토리는 찾아볼 수 없다. 대신 김규삼 작가는 각자의 방법으로 살아남기를 자처하는 인간의 ‘생존 본능’에 집중한다. 주인공 이은성 과장처럼 잃어버린 가족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이 있는가 하면, 먹이사슬에서 내려간 것을 인정하고 스스로 벌의 휘하에 들어가 복종하는 인물도 있다. 또 벌을 이용해 최강자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갖은 술수를 동원하는 인물도 존재한다. 심지어 스스로 벌의 숙주가 되어 벌의 삶을 택하는 인물까지 김규삼 작가는 '인간 본성' 이면을 다양하고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인간과 벌의 유전자가 결합된 혼종. 웹툰 ' 하이브' (이미지=네이버웹툰)이미지 확대보기
인간과 벌의 유전자가 결합된 혼종. 웹툰 ' 하이브' (이미지=네이버웹툰)


극의 전개는 각기 다른 인간 종(種)간의 숨막히고 치열한 심리 게임으로 펼쳐진다. 살기 위해 속고 속이고 서로를 팔아 넘기는 등 생존에 대한 본성이 어디까지 사람을 악하게 만드는 가에 초점을 맞춘다. 선과 악의 구별이 없다. 물론 교활한 머리로 주인공과 대립하는 ‘최성재 전무’ 같은 인간은 분명 얄밉지만 그 역시 선천적으로 악한 사람이라고 하기도 힘들다. 그저 살기 위해 노력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더욱이 그들의 방식은 생존이 걸려 있기에 더 처절하고 더 잔인하다.

■ 삼층분석 : 심리게임 극대화한 개성 넘치는 등장 캐릭터


생존을 건 고도의 심리 게임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은 극에 등장하는 개성 넘치는 ‘인물’들 속에서 찾을 수 있다. 극명하게 대비되는 각 인물들의 개성은 극도의 긴장감을 유지하게 한다.

<하이브>를 구독하는 독자들은 <하이브>의 제목을 ‘할아브’로 묘사하기도 한다. 극 중 주인공 무리에 속해 있는 ‘개장수 할배’라는 인물 때문이다.

걸음걸이 만으로 카리스마를 내뿜는 ‘개장수 할배’, 웹툰 '하이브' (이미지=네이버웹툰)이미지 확대보기
걸음걸이 만으로 카리스마를 내뿜는 ‘개장수 할배’, 웹툰 '하이브' (이미지=네이버웹툰)


‘할배’ 혹은 ‘영감’으로 나오는 백발의 남성 인물은 <하이브>에서 가장 많은 인기가 높은 캐릭터다. 할배는 첫 등장에 예초기를 들고 등장해 ‘예초기 할배’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할배는 극이 전개되면서 점점 화력이 큰 무기를 들고 나와 시원한 액션을 보여주는 ‘사이다’ 역할을 담당한다.

할배는 ‘먼치킨’(능력이 너무나 뛰어나 아무도 대적할 수 없는 극 강의 캐릭터)적인 능력을 한껏 발휘해 사건을 단번에 휘어잡는다. ‘츤데레’ 같이 무심한 듯 툭툭 내뱉는 말 속에 주인공을 아끼는 모습을 보여준다. 할배의 시원시원하면서도 거침없는 활약 덕에 시즌3으로 넘어오면서 아예 주인공을 제치고 작품 소개란에 메인 사진으로 등장했다.

웹툰 '하이브' 시즌3 소개란에 등장한 ‘할아브’ (이미지=네이버웹툰)이미지 확대보기
웹툰 '하이브' 시즌3 소개란에 등장한 ‘할아브’ (이미지=네이버웹툰)


할배가 상대적으로 너무 인기가 많아서 그렇지, 작품속 다양한 인물들이 개성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며 극을 조화롭게 이끈다. 교활한 머리로 주인공을 분노하게 만드는 ‘최전무’부터 사모하는 주인공을 위해 온 몸을 던질 각오로 무장한 ‘성대리’ 등 인물들의 일관성 있는 자세들은 <하이브>라는 잘 짜여진 영화를 완성시키는 잘 배치된 미장센이다.

<하이브>는 시즌 3로 접어들면서 어느덧 종반까지 달려온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숨막히는 전개에 있던 흑막들이 서서히 걷히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제는 캐릭터들마다 팬덤이 생겨버렸다. 절정의 인기로 화요일을 책임지고 있는 웹툰 <하이브>.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이 작품을 눈여겨보는 독자들에게 조언한다. 만약 이 작품을 볼 것이라면, 부디 몇 일 동안은 중요한 일이 없는 날을 선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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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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