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영화 감상문
[더파워=이선기 기자] 일본 카타부치 스나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이 세상의 한 구석에>가 16일 개봉했다. 지난달 부천애니메이션 페스티벌(BIAF2017) 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던 작품이다. 카타부지 스나오 감독은 섬세한 연출력과 작품성으로 당시 만장일치 수준의 지지를 받았다. 일본에서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 작품 <너의 이름은>을 제치고 일본 아카데미 우수 애니메이션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이 세상의 한 구석에>는 히로시마 출신 만화가 고노 후미요가 외조모의 실제 삶을 소재로 그린 동명 원작을 다룬 영화다. 일본이 2차 세계대전 패전을 겪었던 당시 일본 시민들의 생활상을 담았다.
주인공 ‘스즈’는 히로시마 출신이다. 세상 물정에는 관심이 없고, 그저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순수한 소녀다. 그녀는 18살이 되던 해, 산 너머 ‘쿠레’라는 동네에 사는 슈사쿠와 중매 결혼을 하게 된다. 결혼과 동시에 쿠레로 넘어간 스즈는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순수한 그녀의 눈동자에 담기는 쿠레의 모습이 이 영화의 중심이다.
쿠레는 거대한 군함이 드나드는 군항 도시다. 하루에도 거대한 군함이 몇 대 씩이나 쿠레 항구를 드나든다. 그 곳에서 그녀의 삶의 낙은 그림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뒷 산으로 올라가 저 멀리 보이는 군함의 웅장한 모습을 백지에 옮긴다. 전쟁 중이라는 사실은 그녀에게 큰 걸림돌이 아니다. 세상의 물정을 모르는 그녀에게 전쟁은 그저 이 세상 한 구석의 이야기일 뿐이다.
영화는 스즈의 때 묻지 시선을 통해 당시 일본 시민들의 모습을 조명한다. 전쟁을 바라보는 '시선'보다는 전쟁 중 겪었던 펑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담으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러다 보니 2차 세계대전의 속내는 철저히 배제된 연출을 보여준다. 그들에게 군함은 그저 구경거리에 불과하다. 전쟁 상황은 저 멀리서 전해오는 이야기거리에 그친다.
하지만 일본의 패색이 짙어지면서, 그들에게도 실질적인 공포가 찾아온다. 마을에 포탄이 쏟아지고, 시도 때도 없이 사이렌이 울려댄다. 군함들은 자취를 감춘다. 웅장한 모습을 자랑하던 군함들은 어느덧 바다 속으로 사라진 지 오래다.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뒤틀리기 시작한다. 실질적 공포를 대하는 마을 사람들의 자세는 이상하리만치 순응적이다. 물론 두렵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긴 하다.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놀랍도록 기계적이고, 순종적이기까지 하다. 마치 정해진 매뉴얼을 읊는 것만 같다. 포격을 대비해 땅굴을 파고, 사이렌 소리와 함께 침착하게 대피한다. 타인의 죽음을 애도하고, 자신이 아니라는 점을 다행으로 여긴다. 줄어드는 보급, 부족한 식량에도 불평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당연할 뿐이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불편할 수 밖에 없는 답답함이 가슴 한 구석에 덜컥 꽂힌다. 우리에게 전쟁은 저 멀리 세상 한 구석으로 몰아넣기에는 너무 가까운 이야기가 아닌가. 그렇기에 영화의 진행 방식은 우리가 결코 순응할 수 없는 방식으로 변질돼 보일 수 밖에 없다.
카타부치 스나오 감독은 일본인에게도 전쟁은 아픈 기억이었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을 아주 잘 이행한 듯 보인다. 하지만 영화 속 시민들은 그저 상처에 아파할 뿐, 누구에게도 그 아픔을 하소연하지 못한다. 아픔이라는 현실적인 요소와 순응이라는 비현실적인 요소가 엮어진 모순이다.
여러 상을 받았을 정도로 완성도 높은 작품인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그만큼 호불호가 많이 갈릴 수 밖에 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작품이 취하고 있는 애매한 자세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해 보인다. 사실상 시인은 하지만, 사과는 하지 않는 현재의 일본과 많이 닮아있다. 전쟁을 미화하려는 의도가 있었든 없었든 간에, 가슴 한 구석이 불편해지는 영화라는 점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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