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이선기 기자] [웹툰 삼(三)층분석]은 국내 인기 웹툰을 ‘일층’부터 ‘삼층’까지 층별로 계단을 올라가듯 심층분석해 독자에게 소개합니다. 일부 작품 이야기 전개가 노출될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웹툰 <신과 함께> : 파괴본능으로 재조립한 역대급 신화이야기
모든 것을 파괴해버리는 사나이가 있다. 손길이 닿는 곳마다 파멸을 몰고 다니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그의 파괴본능은 절대무적이다. 그의 손길 앞에서는 그 누구도 아무런 힘을 못 쓰고 무너진다.
그의 이름은 주호민. 본업은 ‘파괴왕’이다. 부업(?)으로 웹툰을 그리고 있다.
주호민 작가만큼 작품 못지않게 이름이 화자 되는 작가는 아마 없을 것이다. 주호민 작가는 이른바 ‘파괴왕’이라는 옷을 걸치고 작품만큼이나 큰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그가 가는 장소들, 그가 만지는 것들은 여지없이 파멸을 맞는 징크스가 이어진다. 그의 손에는 이미 파멸한 수많은 영혼들이 고이 잠들어 있다. 오죽하면 그를 멀리하라는 의견도 있을 정도다. 그리고 이제는 그 역시 파괴왕이라는 명성을 즐기는 듯하다. 언제부턴가 본인이 직접 자신을 파괴왕이라 소개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어쩌면 파괴왕이라는 명성은 그에게 숙명이었을 지도 모른다. 이번에 소개할 그의 작품에서도 그 본능이 여지없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주호민 작가의 인생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웹툰 <신과 함께>다. 한국의 전통 신화를 현대적인 관점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작품을 보고 나면, 그의 파괴력이 얼마나 막강한지 몸소 실감할 수 있다. 그는 자신만의 파괴본능으로 한국의 전통 신화를 과감히 부수고 정교하게 재조립했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파괴되고 무엇이 재조립됐을까. 그의 영역에 들어온 이상, 파괴를 무릅쓰고 소개를 시작해 본다.
웹툰 <신과 함께>는 한국의 전통 신화를 그림으로 옮긴 작품이다. 저승세계라는 배경을 통해 옛 선조들이 가졌던 죽음에 대한 세계관과 삶의 지혜, 그리고 교훈을 차근차근 일러준다.
저승 세계에는 7개의 지옥이 있다고 전해진다. 도산지옥, 화탕지옥, 한빙지옥, 검수지옥, 발설지옥, 독사지옥, 거해지옥 등이다. 죽은 사람은 자신의 죄를 측정하기 위해 이 7개의 지옥에서 49일 동안 차례대로 재판을 받아야 한다. 죄가 없는 자는 극락으로 가거나 환생하는 기회를 얻지만, 그렇지 못한 자는 해당 지옥에서 평생을 고통스럽게 보내야 한다. 죄 앞에서는 그 누구에게도 가차없다. 그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되지 못한다. 이승에서의 신분은 소용없다. 그저 온전히 죄의 무게로 형벌을 결정할 뿐이다.
이야기는 평범한 삶을 살다 간질환으로 사망한 주인공 김자홍과 그의 명석한 변호사 진기한의 재판 과정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동시에 저승 삼차사 강림도령과 해원맥, 이덕춘, 그리고 억울하게 죽은 망자 유성연 병장의 이야기가 교차적으로 펼쳐진다.
언뜻 보면 슬픈 이야기로 흘러갈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작가는 이들을 데리고 그 편견을 하나 하나 부숴버리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작품의 흡인력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일층분석부터 한 번 가 보자.
아이러니하게도, 작가는 전통 신화가 가져가는 서사의 틀은 파괴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했다. 웹툰이라는 장르적 틀이 씌워졌지만 본래 이야기의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다. 그저 시대가 바뀌었을 뿐이다. 재판을 받는 사람들의 옷차림을 통해 현대로 거슬러왔다는 것 정도만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서사의 틀만 그대로라는 점이다. 이승 문명이 발전한만큼 저승세계의 문화 역시 현대적으로 재조립됐다. 옛 전통에서 흔히 접하던 체통을 파괴해 버린 모습이다. 위엄있는 신들의 모습을 대신하는 것은 조금 더 '이승 친화적'인 신들의 유머 감각이다.
저승세계 문명의 진화는 도입부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사망한 김자홍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수단은 현대 대중교통의 상징 지하철이다. 그 곳에는 김자홍처럼 저승으로 향하는 수많은 탑승객들이 있다. 게다가 추운 저승길을 노리고 내복을 파는 잡상인도 존재한다. 가는 길부터 매우 현실적이다.
각 지옥을 장관하는 신들도 현대 문화에 완벽히 적응한 모습을 보인다. 특히나 그들이 죄를 측정하는 모습은 두려움을 유발하기보다는 폭소를 자아낸다. 저승세계에서 죄를 측정하는 방식에도 역시 이승의 문화가 담겨 있다. 예컨대, 죄를 찾기 위해 김자홍의 일대기를 동영상으로 변환해 검색하는 모습은 저승의 현대화가 얼마나 완벽하게 이뤄졌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신은 김자홍에게서 아무런 죄도 검색되지 않자 당황하는 모습을 보인다. 죄가 없는 것이 아니라 재생 기기가 고장났다는 것이다. 전자기기가 고장으로 골머리를 썩히는 것은 이승이나 저승이나 다를 것이 없는 모양이다.
# 이(二)층분석 : 파괴본능의 순기능, 캐릭터의 유연함
상황이 이렇다보니, 캐릭터로 표현할 수 있는 이야기의 폭은 더 다양해졌다. 신화를 다루는 이야기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캐릭터의 유연함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웹툰 <신과 함께>는 너무 유연해서 탈이다. 이승 유머를 장착한 신들이 먼저 나서서 웃겨주니, 김자홍과 진기한 두 주인공은 풍성한 밥상에 그저 숟가락만 얹으면 되는 것이다.
웹툰 <신과 함께>에서는 캐릭터로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 많다. 주인공 김자홍만 놓고 봐도 놀릴 거리가 한 가득이다. 김자홍은 평생 기복없이 얌전하게 살아온 인물이다. 너무 얌전한 것이 그의 유일한 죄라면 죄다. 하지만 이같은 안타까움은 이승 친화적인 신들에게 개그 소재로 활용되기 충분한 아이템이다. 그들에게 김자홍은 최고의 먹잇감이다.
여기에 균형을 더해주는 캐릭터가 바로 변호사 진기한이다. 진기한은 김자홍이 무사히 모든 재판을 마칠 수 있도록 그를 변호하는 인물이다. 그는 매번 뛰어난 기지를 발휘해 재판을 승리로 이끈다. 김자홍이 그에게 “신이세요?”라고 물어볼 정도다.
이미지 확대보기"김자홍 씨의 변호를 맡게 된 진기한입니다. 저승역 1번 게이트에 도착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사진=네이버웹툰)
그가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는 비결 역시 신들의 이승 친화적인 성격 덕이다. 신들의 성향을 간파해 그에 맞는 맞춤형 전략으로 승리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신들이 이승 친화적이라면, 진기한은 ‘신 친화적’이다. 그의 전략은 다분히 재판을 관장하는 각 신들의 성향과 맞물린다.
예를 들어, 재판을 치르지도 않고 무죄를 받아내는 장면은 진기한의 신 친화적 재치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진기한은 극중 한 에피소드에서 재판 대기자들이 밀려있는 모습을 보고, 오히려 김자홍을 대기 줄의 제일 끝 부분으로 이동시키는 기행을 벌인다.
해당 재판을 관장하는 신은 그동안 근무태만의 성향을 보여온 신이었다. 신은 줄이 너무도 긴 나머지, 서둘러 재판을 종료하기 위해 남아있는 모든 재판 대상자들에게 일괄적으로 무죄를 선고해버린다.
김자홍은 진기한의 기막힌 전략 덕에 가만히 서서 무죄를 받아낸다. 떨이로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은 셈이다.
# 삼(三)층분석 : 그럼에도 잃지 않는 신화 본연의 가치
하지만 웹툰 <신과 함께>의 진면목은 무엇보다도 신화가 가지는 본연의 가치를 잃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에피소드 대부분이 기막힌 코믹 요소로 채워져 있지만, 그 속에는 여전히 죽음에 대한 숭고한 의미와 삶의 덕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차려진 밥상에서 찾을 수 있는 음식은 인스턴트 식품이 아니다. 영양과 맛을 고루 겸비한 한식이다.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다.
이처럼 작품성마저 놓치지 않는 비결에도 캐릭터가 있다. 김자홍의 기복없는 인생은 마치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느낌을 준다. 독자들은 김자홍에게 자신을 대입해 그의 재판이 자신의 재판인 것처럼 감정을 이입한다. 김자홍이 재판을 하나 하나 거쳐갈 때마다 독자들도 지난 날의 잘못들을 되뇌게 되는 것이다.
그 덕인지, 웹툰 <신과 함께>의 댓글 창에서도 작품보다는 독자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지분을 차지한다. 매 회차마다 “감동적이다”, “내 지난 날을 돌아보게 된다”는 등의 댓글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고 작품이 덜 주목받느냐. 물론 아니다. 너무나 당연해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재연재하는 작품에는 이유가 있다.
만약 이 작품이 개그물로 끝나버렸다면 지금과 같은 명성을 얻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수많은 흥행 작품들이 존재하지만 여전히 그 사이에서 ‘역대급’으로 평가받는 이유. 그것은 개그가 아니라, 개그로 승화된 삶의 가치와 교훈이다. 주호민 작가는 파괴왕답게 모든 것들을 파괴해 버렸지만 알맹이만큼은 고이 남겨뒀다. 그 알맹이는 마치 자극적인 작품들이 판을 치는 흙 속에서, 빛을 발하는 진주와도 같다.
# 삼(三).오(五)층 : 오늘 영화로 개봉된다 김용화 감독이 하정우, 차태현, 마동석, 주지훈 등 기대가 되는 배우들을 몰고 <신과 함께-죄와 벌>로 돌아온다. 맞다. 웹툰 <신과 함께>가 원작이다. 주호민 작가의 '파괴본능'이 부디 역대 관람객 수 신기록 등 좋은 방향으로 작동하길 기대하며 영화관을 찾아갈 예정이다. 영화에 대한 내용은 추후 업로드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