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이민우 기자] 축구종가 잉글랜드가 4강으로 가는 길목에서 장애물을 만났다. 바로 ‘바이킹의 후예’ 스웨덴이다. 잉글랜드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28년 만에 다시 한번 4강에 진출하길 바라고 있다. 잉글랜드와 스웨덴이 가진 관계를 모른다면 잉글랜드와 스웨덴 경기 결과를 너무 쉽게 점칠 수도 있다. 선수단 면면과 국제적인 명성을 따지면 잉글랜드가 스웨덴보다 압도적인 선수 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잉글랜드가 가장 껄끄러워하는 상대가 스웨덴이기 때문이다.
◇ 축구 종가 잉글랜드가 가진 바이킹 울렁증
잉글랜드에는 과거부터 유명한 징크스가 있다. ‘바이킹 울렁증’이다. 잉글랜드는 1968년부터 약 43년간 스웨덴에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2011년에 간신히 1:0 신승을 거두면서 치욕스러운 과거를 끝맺었다. 이후 유로 2012 에서 3-2로 스웨덴에 역전승을 거두면서 바이킹 울렁증을 탈피하는 듯했지만 같은 해 말에는 친선전에서 4-2로 패배했다.
이 때문에 잉글랜드는 스웨덴과 역대 전적에서 상당한 열세다. 공식전 15경기에서 2승 8무 5패다. 승률이 겨우 13%, 5경기 중 1승도 어려웠다는 뜻이다. 그나마 최근 5경기에서는 2승 1무 2패로 그나마 체면치레를 했다. 하지만 명색이 ‘축구종가’인 잉글랜드가 축구계 주류에 거의 진입하지 못한 스웨덴에 맥을 못 추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다행히도 이번에는 잉글랜드의 흐름이 매우 좋다. 지난 16강전에서 오랜 징크스를 하나 깼다. 콜롬비아와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승리를 거두면서 잉글랜드의 메이저 대회 승부차기 징크스를 깬 것이다. 잉글랜드는 1990년부터 2017년까지 단 한 번도 메이저 대회에서 승부차기 승리를 거둔 적이 없다. 6번의 승부차기 모두 전패했기에 ‘승부차기=잉글랜드 탈락’이라는 공식이 생겼다.
잉글랜드 선수단은 지긋지긋하던 메이저 대회 징크스로부터 해방돼 자신감이 넘치는 상태다. 특히 현 잉글랜드 국가대표 감독 가레스 사우스게이트는 유로 1996·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 승부차기 끝에 팀과 탈락한 경험이 있다. 특히 유로 1996년 4강전에서 자신이 실축하면서 잉글랜드의 결승전 진출을 날려버린 일이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기뻐했다.
잉글랜드가 16강전에서 얻은 좋은 분위기를 가지고 그간 스웨덴에 당한 ‘바이킹 울렁증’을 떨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승부처 예상 : 세트피스
잉글랜드·스웨덴 8강전은 잉글랜드 주도로 경기가 이루어질 공산이 크다. 스웨덴은 대부분 경기에서 소극적인 전술로 수비에 집중했다. 수비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두고 확실한 기회나 위험이 적은 경우에만 공격을 시도한다. 무리하게 수비 진영이나 위험 진영에서 공을 소유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이런 특성은 기록에서도 잘 드러난다. 스웨덴은 현재까지 러시아 월드컵 출전팀 중 가장 많은 30.5회 걷어내기를 기록했다. 그 밖에도 7.3회의 슈팅 블록 역시 스웨덴의 수비 성향을 반영하고 있다. 모험적이고 도전적인 수비보다는 위치를 지키고 슈팅 각도를 최대한 좁히는 수비를 선호한다. 스웨덴이 현재까지 허용한 실점은 1점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상대 팀은 슈팅을 수차례 시도해도 좀처럼 반응하지 않는 스웨덴 수비에 질릴 수밖에 없다.
공중볼 장악 역시 매 경기 20.3회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긴 패스를 투입해 골문을 노리는 것도 여의치 않다. 스웨덴은 수비진을 비롯해 선수들 대부분 185cm 이상의 신장을 보유하고 있다. 스웨덴이 지난 스위스전에서 출격시킨 선발 명단에서 가장 작은 선수가 179cm의 에밀 포르스베리였다.
하지만 이런 스웨덴도 마침내 임자를 만났다. 잉글랜드는 러시아 월드컵에서 골문에서 6야드 이내 거리 슈팅을 가장 많이 시도한 팀이다. 저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슈팅이 수차례 날아든다면 스웨덴 수비가 흔들리지 않을 수가 없다. 슈팅 블록 이후 자세를 다시 잡기도 전에 공이 상대 팀으로 흐르거나 여러 차례 굴절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잉글랜드는 러시아 월드컵 최고의 세트피스 능력을 지닌 팀이다. 잉글랜드가 16강전까지 기록한 득점 중 4개 득점이 세트피스에서 나왔다. 코너킥 상황에서 페널티 킥을 얻어낸 콜롬비아전 골까지 합산하면 세트피스 기반 득점 창출이 5회에 달한다. 잉글랜드는 코너킥 기회를 워낙 많이 창출·성공하고 있다. 매 경기 5.8회의 코너킥 시도를 하고 있으며 2.5회에 달하는 코너킥 공격을 성공시켰다. 2번 코너킥 공격을 시도하면 한 번은 슈팅 창출이 가능하다.
존 스톤스는 이름처럼 ‘돌 같은’ 수비로 러시아 월드컵에서 축구종가의 뒷문을 단단히 지키고 있다. 16강 전까지만 따지면 러시아 월드컵 최고의 수비수 중 하나로 평가해도 손색이 없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적용한 백 쓰리 전술에서 중앙에 위치해 전술의 중추로 활약 중이다.
조별 예선 2차전인 파나마와 경기에서 존 스톤스는 홀로 세트피스에서 2골을 터트리며 공격 능력을 과시했다. 존 스톤스는 현재 해리 케인에 뒤 이어 잉글랜드에서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한 선수다.
매 경기 평균 볼터치 81.3회, 평균 총 패스 70.5회로 빌드업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다. 놀라운 점은 존 스톤스가 러시아 월드컵 출전 경기에서 평균 95.5% 패스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300분 이상 출전한 선수들 중에서 가장 높은 패스 성공률이다.
수비적인 면에서도 제 몫을 다하고 있다. 매 경기 태클과 인터셉트를 꾸준히 한 개씩 기록하고 있다. 존 스톤스가 수비에서 특출난 점은 파울이 적다는 점이다. 스톤스는 경기당 파울 개수가 채 1개도 되지 않는다. 잉글랜드 센터백 중 카일 워커 다음으로 가장 적은 수치다. 센터백은 팀의 위험지역에 가까이 위치하는 포지션이다. 그 때문에 파울을 내주면 대부분 위험 지역에서 세트피스를 허용하게 되거나 최악의 경우 페널티 킥을 줄 수도 있다. 따라서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 최대한 파울없는 수비를 펼쳐야 한다.
단, 불안한 점은 존 스톤스의 위기 관리 능력과 정신력이다. 존 스톤스는 2017-18시즌 맨체스터 시티에서 활약하는 내내 정신력에 대한 지적을 받았다. 한번 상대 공격수에 페이스를 내주면 계속해서 위험을 허용했다.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와 짧은 경험을 원인으로 꼽는다. 8강, 4강 등 큰 경기를 치뤄야 하는 잉글랜드에게 존 스톤스의 정신력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다행히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한 단계 성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존 스톤스가 이름처럼 ‘돌 같은’ 플레이로 축구 종가 ‘바이킹 울렁증’ 탈출의 선봉장을 할 수 있을지 눈여겨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