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고경희 기자] 만세 합창이 울려 퍼졌던 1919년 3월 1일,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누굴까. 단연 유관순 열사일 것이다. 최근 정부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유관순 열사에 최고 등급 훈장인 '대한민국장'을 수여했다. 기쁜 소식에 대중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우리의 국민 영웅을 다룬 영화가 개봉한다.
'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유관순 열사의 만세 운동 이후를 스크린으로 옮겼다. 유관순과 함께 서대문 형무소 8호실에 투옥됐던 25명 여성들의 1년을 담아냈다.
당시 자국의 독립을 위해 강한 의지와 열기로 만세를 외쳤던 여성 독립 운동가들을 그린 만큼 출연진도 주목을 받고 있다. '항거' 속 독립운동가 4인을 연기한 배우들은 누구일까. ◇ 17세 유관순 역 '고아성'
유관순 열사 역은 배우 '고아성'에게 돌아갔다. 유관순은 일제의 고문과 핍박에도 자유를 외치며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았던 열일곱 소녀다. 고아성은 "그저 강한 여성이라고만 생각했던 유관순 열사에게도 인간적인 모습이 있었다. 고작 17살이었다며 후회도 하고 사람들과 고민도 나누는 유관순의 모습을 그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고아성은 국민 영웅 유관순 열사를 연기하는 데 막중한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꼈다고 한다. 극 중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5일 동안 금식을 하기도 했다.
KBS2 어린이 드라마 '울라불라 블루짱'으로 데뷔한 고아성은 올해로 15년 차 배우다. 영화 '괴물(2006)'에서 괴물에게 납치당하지만 끝까지 생존을 포기하지 않는 소녀 '현서'를 연기해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에도 '설국열차(2013)', '오피스(2015)' 등 굵직굵직한 작품을 통해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고아성이 그동안 맡아온 캐릭터들은 모두 슬픈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은 강인한 인물들었다. 그만큼 그녀가 독립 운동가 유관순을 어떻게 표현해낼 지 기대를 모은다.
독립영화에서 다양한 연기를 선보여 주목받은 김새벽이 기생 '김향화' 역을 맡았다. 김향화는 일제의 경찰서 문 앞에서 기생 32명을 데리고 만세를 외쳤던 실존 인물이다. 김새벽은 노래와 가무가 출중하기로 유명했던 김향화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노래 연습에도 공을 들였다. 특히 김새벽 특유의 맑고 단단한 중저음 목소리는 김향화의 강인한 면모를 전달하는 데 탁월했다.
김새벽은 '한국 독립 영화계의 뮤즈'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한여름의 판타지아', '그 후', '초행' 등 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인상적인 연기를 펼쳐왔다. 그녀는 세계 3대 영화제 중 두 곳의 레드 카펫을 밟은 경력이 있는 연기파 배우이기도 하다. 김경묵 감독 '줄탁동시'로 베를린국제영화제에, 홍상수 감독 '그 후'로 칸 영화제에 초청받았다.
정하담은 다방 종업원 '이옥이' 역을 맡았다. 캐릭터 이옥이는 유일하게 실존 인물이 아니다. 조민호 감독이 '당시 감옥 안에는 어떤 사람이 있었을까' 상상하며 만들어낸 인물이다. 천진난만한 모습 뒤 누구보다 뜨거운 항일 의지를 갖고 있는 '이옥이'를 정하담은 그녀만의 개성있는 분위기로 표현했다.
정하담은 '들꽃(2015)', '스틸 플라워(2016)'에 이어 '재꽃(2017)'까지 박석영 감독의 '꽃 시리즈' 3부작에서 주인공으로 열연을 펼쳤다. 버림받고 쓸쓸한 삶이어도 꿋꿋이 살아가는 '하담'을 표현했다. 이처럼 정하담은 독특한 마스크와 인상적인 존재감으로 독립 영화계에서 높은 인지도를 쌓아왔다. 이후 영화 '아가씨', 드라마 '위대한 유혹자' 등 짧은 분량에도 꾸준히 존재감을 발휘하며 연기 활동을 해왔다.
김예은은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에서 좀비에게 잡아 먹히는 의녀를 연기해 짧지만 강렬한 등장으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정식으로 연기를 배운 적은 없지만, 꿈을 놓지 않고 연출부부터 시작해 영화계에 입문했다. 이후 10편이 넘는 단편 영화와 크고 작은 연극에서 꾸준히 연기를 해왔다. 그런 그녀가 장편 영화 주연을 맡은 건 '항거'가 처음이다.
김예은은 영화에서 유관순의 학교 선배였던 '권애라'를 맡았다. 권애라는 개성 지역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했다가 일제 경찰에 잡혀 감옥에 갇힌 인물이다. 김예은은 권애라에 대한 자료가 많지 않아서 조민호 감독과 다른 배우들에게 조언을 얻으며 캐릭터를 구축했다고 한다.
고아성은 네이버 무비토크에서 "같은 나라의 같은 여배우라고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각자 연기 스타일도 다르고 해석하는 방법도 달라서 (배우들) 서로 의논을 많이 했다"고 촬영 당시 상황을 이야기했다. 각기 다른 개성과 출중한 연기력을 가진 여배우들이 열연한 영화 '항거', 오는 27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