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식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부교수는 '사람을 부르는 도서관'을 주제로 일본 도서관의 변화 과정을 소개했다.
90년대 일본 버블 경제 몰락 이후, 일본 성인들은 해외에서 집 근처 도서관이나 쇼핑센터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 결과 일본 도서관은 아이들의 독서 공간에서 성인들의 독서 공간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일본 도서관은 성인 이용자에 맞춰 진화를 거듭했다. 대중교통이 활성화된 일본이기에 출퇴근이 이뤄지는 역세권에 도서관이 들어섰다. 일을 마친 후에도 들를 수 있게 '야간 개장'을 늘렸다.
2000년대 이후, 일본 도서관은 단순 독서 공간에서 성인들의 쉼터로 발전한다. 다른 문화 시설과 융합하며 만남과 교류의 장으로 진화한 것이다.
윤동식 부교수는 도서관과 카페의 융합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카페는 도서관에 작은 소음을 일으킨다. 윤 부교수는 이런 작은 소음들이 도서관의 무거운 분위기를 없앤다고 말한다. 실제로 일본 무사시노플레이스는 1층과 위층 사이에 구멍을 뚫어 소음이 울려 퍼지도록 만들었다. 다케오시도서관은 1층에 츠타야 서점과 카페를 유치하기도 했다.
이미지 확대보기무사시노플레이스는 층을 연결하는 구멍이 뚫려있어 작은 소음들이 퍼질 수 있도록 구성됐다, 사진=kw+hg architects
윤 부교수는 "사람들은 카페 같은 곳에서 공부하면서 작은 소음에 익숙해졌다. 이런 화이트 노이즈가 오히려 도서관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는 식당까지 도서관과 결합한다"며 "기획 단계부터 도서관과 문화 시설의 융합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용자 중심으로 변화를 거듭한 일본 도서관을 매년 괄목할만한 성과를 기록 중이다. 무사시노플레이스는 2017년 방문객 수가 195만 명에 이르렀고 다케오시도서관도 연간 60만 명의 방문객을 유치 중이다. 윤 부교수는 "도서관은 복합 문화 공간 구성 핵심 요소로써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경인 브이아이랜드 대표는 국내 학교를 중심으로 '공간이 사용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발표했다.
김 대표는 "물은 담긴 그릇에 따라 형태가 달라진다"며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유흥이 넘치는 공간은 사람을 유쾌하게 만들고, 억압된 공간은 사람을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국내 '학교'를 심각하게 획일화된 공간으로 꼽았다. 학교가 통제를 중시한 '표준 설계도'에 따라 만들어져 군대와 다름없는 구성을 띈다고 지적했다. "이런 학교에서 창의적인 아이가 나타나는 게 기적"이라며 학교 공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지 확대보기김경인 대표는 일본 후지유치원을 창의적 교육 공간 사례로 꼽았다. 일본 후지유치원은 옥상을 아이들이 뛰노는 공간으로 구성해 활동적인 교육을 지향 중이다, 사진=후지유치원 홈페이지
김 대표는 자신이 참여했던 '문화로 행복한 학교 만들기' 사업을 사례로 들며, 학교 공간이 학생들의 행동과 사고에 끼치는 영향을 언급했다. 해당 사업은 학생들이 직접 학교를 바꿀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었다. 학생들로 구성된 전담팀이 사례 조사, 공간 구상 등 과정을 직접 진행했다.
학생들이 학교를 바꾸자 학교가 학생들을 바꾸기 시작했다. 서울 대왕중학교는 화장실 문과 벽을 밝은 계통으로 바꾸고 음악을 틀었더니 화장실 내 폭력과 흡연이 사라졌다. 부산 신선초등학교는 딱딱한 도서관을 창문으로 자연을 보고, 누워 쉴 수 있는 쉼터로 바꾸자 학생들의 도서 대출 수와 독서량이 대폭 증가했다.
영국 교육학자 켄 로빈슨(Ken Robinson)은 "아이들은 창의성을 갖고 태어나지만, 획일적인 교육이 창의성을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공간이 창의력을 살리는 길이 될 수 있다"며, "구글은 회사에 미끄럼틀, 소파 등을 배치하는 개방적인 구조로 구성원들의 창의성을 독려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