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2% 넘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물가는 안정세를 보였지만, 일부 식품 가격이 크게 오르며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1~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 올랐다. 이는 상반기 기준으로 2021년(2.0%)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물가 상승률은 2022년 4.6%, 2023년 3.9%, 지난해 2.8%로 완만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다소 안정되고 공급망 회복도 진전되면서 전반적인 물가 흐름은 진정 국면에 들어선 모습이다. 그러나 먹거리 물가는 여전히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산물과 축산물 가격은 상반기 중 각각 5.1%, 4.3% 상승했고,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도 각각 3.7%, 3.1% 상승했다.
품목별로는 무가 54%나 뛰어 전체 품목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보리쌀(42.0%), 오징어채(39.9%), 배추(27.0%), 김(25.1%), 찹쌀(23.8%)도 상승폭이 컸다. 통계청은 무와 배추의 경우 기상이변으로 인한 출하량 감소, 보리쌀은 재배면적 축소, 오징어채는 고수온으로 인한 어획량 감소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가공식품 중에서는 초콜릿 가격이 17.0% 오르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시리얼(9.9%)과 커피(8.8%)도 평균 이상으로 상승했다. 컴퓨터 수리비 역시 27.9% 올라, 비식료품 항목 중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반면 농산물 물가는 전년 대비 1.6% 하락했다. 특히 과일 물가는 지난해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로 6.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물가 흐름은 안정적이지만, 식품과 외식처럼 생활밀착형 항목의 가격 상승이 서민층을 중심으로 체감 물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정지출 비중이 높은 가구일수록 이러한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8%, 한국은행은 1.9%로 각각 전망한 바 있다. 유가 하락과 내수 부진 등 물가 하방 요인이 작용하고 있지만, 기상 여건에 따른 수급 불안,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 등 상방 리스크도 여전한 상황이다.
기획재정부는 조만간 발표할 새 경제정책방향에서 물가 흐름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다시 점검할 방침이다. 물가당국은 주요 품목 가격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