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할 때 생각나는 인기 먹거리’ 제조업체는 광고계약으로 가장한 리베이트를 판매점에 대량 지급하고 이를 광고비로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고, 원재료 구매대행을 맡긴 특수관계법인에는 과도한 수수료를 지급해 이익을 분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이들 간식을 만드는 또 다른 가공식품 업체도 특수관계법인에 물류비를 과다 지급해 원가를 부풀린 뒤 제품 가격을 25.0%까지 끌어올려 가계 부담을 키운 것으로 파악됐다.
가격 인상으로 얻은 이익을 숨기기 위해 원가를 조직적으로 부풀린 농축산물 유통·생필품 제조업체들도 세무당국의 레이더에 포착됐다.
청과물 유통업체는 물가안정 목적으로 낮은 관세가 적용되는 할당관세로 과일을 저가(8% 인하)로 들여오고도 소비자 가격은 4.6% 인상했다. 이 업체는 특수관계법인에 유통비를 과다 지급하며 탈세를 저지르고, 유통비 상승을 핑계로 판매가격을 올려 마진을 확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 생활 필수품인 물티슈 제조업체는 인력·시설이 없는 특수관계사를 중간에 끼워 거래를 돌리는 방식으로 유통비용을 부풀렸고, 회사 상표권을 사주 개인 명의로 등록한 뒤 법인 자금을 상표권 매입 명목으로 빼돌린 사실이 적발됐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외식 물가 탈세’ 수법도 확인됐다. 전국에 1000개가 넘는 가맹점을 둔 한 외식 프랜차이즈 본사는 각 지역본부로부터 받은 로열티와 광고분담금을 매출에서 누락해 이익을 축소했고, 실제 근무하지 않는 사주의 배우자와 자녀에게 수십억원대 급여를 지급해 법인 자금을 유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분식 프랜차이즈 본사는 원재료비 상승을 이유로 메뉴 가격을 11% 올리면서 용량은 20%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으로 마진을 키우는 한편, 가맹점 확대 과정에서 발생한 신규 가맹비 등은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추모공원을 운영하는 장례업체의 경우 이용료를 인상해 매출이 늘었음에도 인건비·수수료 등 비용을 허위로 계상하는 방식으로 5년간 1년 매출의 97%에 달하는 금액을 탈루한 사례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담합·독과점 구조를 활용해 가격을 부당하게 올리면서도 정당한 세금을 내지 않는 생활물가 밀접 업종에 대해 세무검증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2차 세무조사(25년 12월23일 착수)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로 담합이 드러난 가구·비닐하우스 필름 제조업체 7곳과 할당관세를 악용한 소고기 수입업체 4곳을, 3차 세무조사(26년 1월27일 착수)에서는 검찰에 기소된 설탕 담합업체와 공정위 조사 대상인 가구 담합업체를 대상으로 탈루 혐의에 대한 정밀 조사가 진행 중이다.
국세청은 설 명절을 앞둔 4차 세무조사를 통해 ‘먹거리·생필품 등 장바구니 물가 불안을 야기하는 탈세자’ 14개 업체를 추가로 선정해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이번 조사 대상에는 가격담합과 독과점 구조를 이용해 가격을 올린 가공식품 제조업체 6개, 농축산물 유통·생필품 제조업체 5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3개가 포함됐으며, 이들 업체의 탈루 혐의 금액은 총 5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국세청은 특히 검찰에 6조원 규모 밀가루 담합 혐의로 기소된 가공업체와 할당관세 혜택을 받은 청과물 유통업체가 이번 조사에 포함됐다며, 공정위·검찰·경찰 등과의 공조를 통해 담합·독과점 행위가 확인되는 즉시 조세 탈루 여부를 정밀 분석해 세무조사에 착수하고, 밀가루·설탕 등 국민 먹거리 가공식품 제조업체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철저한 검증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