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회계연도 누적 적립금 12조2358억원…1년 새 5.8% 증가
운용계획상 46.1%인 5조2409억원 ‘10년 이상’ 뒤 사용
금융기관 예치 8조3300억원 중 1조6430억원 기준금리 미달
수원대·진주보건대 3년 내 사용계획 ‘0’…이화여대 등 3곳 예치자료 미제출
[더파워 이우영 기자] 사립대학이 쌓아둔 적립금이 사상 처음 12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대학들이 제출한 운용계획상 5조2000억원이 넘는 돈은 10년 이상 뒤에 사용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기관에 맡긴 적립금 가운데 1조6000억원 이상은 가입 당시 평균 예금금리에도 못 미치는 금리로 운용되고 있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8일 교육부와 한국사학진흥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립 일반대 143곳과 전문대 117곳의 2025회계연도 누적 적립금이 12조2358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보다 6714억원, 5.8% 증가한 규모로 사립대 누적 적립금이 12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각 대학이 교육부에 제출한 적립금 운용계획서 277건을 전수 집계한 결과 기말추정잔액 11조3694억원 가운데 5조2409억원은 사용계획 시점이 10년 이상 뒤로 잡혀 있었다. 전체의 46.1%에 해당한다.
반면 3년 이내 사용계획이 잡힌 적립금은 2조6527억원으로 23.3%에 그쳤다. 3~5년 내 사용할 금액은 1조2354억원으로 10.9%, 5~10년은 2조334억원으로 17.9%였다. 사용 시기가 기재되지 않았거나 배정되지 않은 금액도 2070억원으로 1.8%를 차지했다.
대학별로 보면 수원대는 2026년 예산 기준 기말추정잔액 4397억원 전액을 10년 이상 뒤에 사용할 계획으로 잡았다. 진주보건대 역시 1237억원 전액의 사용 시점을 10년 이상으로 설정했다.
호남대도 2154억원 가운데 98%를 10년 이상 뒤에 사용할 계획으로 분류했다. 이들 대학은 3년 안에 사용하겠다고 잡은 적립금이 사실상 없었다.
장기 적립 비중이 절반을 넘는 대학도 적지 않았다. 성균관대는 기말추정잔액 4124억원 가운데 71%를 10년 이상 뒤에 사용할 계획으로 잡았고, 동덕여대는 70%, 영남대는 59%, 계명대는 55%였다.
대학별 적립금 규모 자체도 상당했다. 홍익대의 2025회계연도 결산 적립금은 856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연세대 7615억원, 이화여대 6819억원, 고려대 4627억원, 수원대 4247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적립금을 100억원 이상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3년 안에 사용할 계획을 한 푼도 잡지 않은 대학은 모두 26곳으로 나타났다.
대학들이 적립금을 어디에, 어떤 금리로 맡기고 있는지도 문제로 지적됐다.
교육부가 제출한 일반대 125곳과 전문대 85곳의 예치 현황을 분석한 결과 금융기관 예치 잔액은 모두 8조3300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1조6430억원, 19.7%는 가입 시점의 정기예금·저축성수신 평균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예치돼 있었다.
전체 예치잔액의 가중평균 이율 자체는 비교 기준금리보다 약 0.3%포인트 높았다. 하지만 예치금의 약 5분의 1은 당시 시장 평균금리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품에 들어가 있었던 셈이다.
특히 낮은 금리로 예치된 자금 상당수가 대학의 주거래은행에 집중됐다. 일반대의 기준금리 미달 예치액 1조1720억원 가운데 75%인 8728억원이 주거래은행에 맡겨진 자금이었다.
대학별로는 청주대가 예치잔액 2963억원 가운데 1668억원, 56%를 기준금리에 미달하는 금리로 맡기고 있었다. 이 가운데 한 주거래은행에 맡긴 944억원 중 827억원이 기준금리 미달 예치금이었다.
계명대는 2982억원 가운데 757억원, 건양대는 926억원 가운데 675억원이 기준금리에 못 미쳤다. 건양대의 경우 특정 은행에 맡긴 660억원 전액이 비교 기준금리에 미달했다.
신구대는 예치잔액 838억원 가운데 628억원이 연 2.29% 금리로 예치돼 당시 비교 기준 2.83%에 미치지 못했다. 전체의 75%에 해당한다.
단국대는 예치잔액 410억원 가운데 407억원이 기준금리 미달로 분류돼 비중이 99%에 달했다. 경남대는 79%, 성신여대는 76%, 세종대는 38%가 기준금리를 밑돌았다.
교육부의 자료 확보 자체가 이뤄지지 않은 대학도 있었다. 2025년 결산 기준 적립금 상위 20개 대학 가운데 이화여대와 수원대, 건국대 등 3곳은 교육부가 네 차례 예치 현황 제출을 요구했지만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교육부 장관이 대학 적립금 현황과 사용내역을 점검하도록 하고 있으며 시행령은 이를 매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 의원은 “적립금은 학생과 대학의 미래를 위해 쌓아 두는 공적 재원”이라며 “적립은 대학 자율에 맡기면서 언제, 어디에 쓸지는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고등교육 투자를 늘리려는 지금 대학이 쌓아 둔 재원도 학생에게 돌아가도록 원칙을 세울 때”라며 “해외 주요 대학처럼 적립금을 장기적으로 운용하되 그 수익을 해마다 장학금과 교육·연구비로 꾸준히 연결하는 지출 원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우영 더파워 기자 leewy1986@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