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전년보다 83.5% 증가…무역흑자 498.5억달러로 사상 최대
반도체 603억달러·262.8% 급증…전체 수출의 49.9% 차지
1~9월 누적 수출 8145억달러로 사상 첫 8000억달러 넘어
대중국 122.7%·대미국 137% 증가…연간 수출 1조달러 가능성
[더파워 이경호 기자] 9월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1200억달러를 넘어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썼다. 인공지능(AI) 수요에 힘입은 반도체 수출이 한 달 만에 600억달러를 돌파하며 전체 수출의 절반을 책임졌고, 무역수지도 500억달러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산업통상부는 1일 9월 수출이 전년 동월보다 83.5% 증가한 1209억4000만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수입은 26.0% 증가한 710억9000만달러, 무역수지는 498억5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월간 수출이 120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종전 역대 최대였던 지난 6월 1019억6000만달러를 석 달 만에 190억달러 가까이 뛰어넘었다. 7월 991억9000만달러, 8월 982억8000만달러에서 잠시 1000억달러 아래로 내려갔던 수출은 9월 다시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도 56억3000만달러로 전년보다 104.9% 증가했다. 일평균 수출이 50억달러를 넘어선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수출 신기록을 이끈 것은 단연 반도체였다. 9월 반도체 수출은 603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 166억2000만달러보다 262.8% 급증했다. 월간 반도체 수출이 60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49.9%까지 치솟았다. 9월 수출액 1209억4000만달러 가운데 사실상 절반이 반도체에서 나온 셈이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 6월 448억1000만달러로 당시 최고치를 기록한 뒤 7월 410억1000만달러, 8월 466억5000만달러를 거쳐 9월 603억달러까지 뛰었다.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메모리 수요가 견조한 가운데 가격 상승과 분기 말 효과가 겹쳤다.
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9월 117억9000만달러에서 올해 540억7000만달러로 358.6% 급증했다. 시스템반도체도 43억달러에서 55억4000만달러로 28.8% 증가했다.
메모리 가격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DDR5 16Gb 고정가격은 7월 45달러에서 8월 46.5달러, 9월 48달러로 올랐다. NAND 128Gb 역시 같은 기간 30.05달러에서 30.48달러, 30.61달러로 상승했다.
컴퓨터 수출도 AI 투자 확대의 수혜를 받았다. 9월 컴퓨터 수출은 70억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435.3% 급증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서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SSD 수출액은 지난해 9월 10억7000만달러에서 올해 67억7000만달러로 532.0% 증가했다. 컴퓨터 수출은 8개월 연속 세 자릿수 증가율을 이어갔다.
무선통신기기 수출도 21억4000만달러로 23.4% 늘었다. 갤럭시 Z8 시리즈와 S26 울트라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와 아이폰용 부품 수출 증가 등에 힘입어 11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석유제품 수출은 72억2000만달러로 72.0% 증가했다. 다만 물량 증가보다 가격 상승 영향이 컸다.
9월 석유제품 수출 물량은 570만톤으로 전년보다 6.9% 감소했지만 수출단가는 톤당 1267달러로 84.7% 상승했다. 중동 정세 불안과 호르무즈 해협·홍해 수송 위험 확대 등으로 국제유가가 오른 영향이다.
석유화학 수출도 39억5000만달러로 5.1% 증가했다. 수출 물량은 19.1% 감소했지만 단가가 30.0% 오르면서 전체 수출액은 늘었다.
선박 수출은 37억6000만달러로 29.9% 증가했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초대형가스운반선(VLGC) 등 고부가가치 선박의 인도 물량이 늘어난 영향이다.
화장품도 역대 최대 수출 기록을 경신했다. 9월 화장품 수출은 15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31.4% 증가했다. 미국과 중국, 아세안, 유럽연합(EU) 등 주요 시장에서 고르게 증가했다.
전기기기 수출 역시 18억3000만달러로 23.4% 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선과 변압기, 접속기·차단기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증가했다.
비철금속은 17억4000만달러로 33.6% 증가했다. AI와 신재생에너지 관련 수요 확대와 국제가격 상승이 맞물리면서 역대 9월 가운데 최대 실적을 냈다.
이차전지는 7억2000만달러로 14.0% 증가해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주요 기업의 현지생산 확대와 중국산 점유율 상승에도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확대와 광물가격 상승이 수출을 뒷받침했다.
반면 자동차 수출은 60억5000만달러로 5.5% 감소했다. 지난해 10월이었던 추석 연휴가 올해 9월로 이동하면서 조업일수가 줄었고 중고차 수출도 부진했던 영향이다.
내연기관차 수출은 31억6000만달러로 13.9% 감소했지만 하이브리드차는 18억4000만달러로 8.8%, 전기차는 10억6000만달러로 1.1% 증가했다.
특히 중고차 수출은 지난해 9월 10억4000만달러에서 올해 4억5000만달러로 56.8% 급감했다. 반면 신차 수출은 56억달러로 4.4% 증가했다.
일반기계 수출은 40억7000만달러로 3.2% 감소했고 자동차부품은 17억7000만달러로 7.2% 줄었다. 디스플레이도 15억8000만달러로 9.5%, 바이오헬스는 15억5000만달러로 8.6%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9대 주요 수출지역 가운데 6곳에서 수출이 증가했다.
대중국 수출은 260억1000만달러로 전년보다 122.7% 증가했다. 반도체와 무선통신기기, 컴퓨터 등 첨단산업 품목이 증가하면서 4개월 연속 200억달러를 넘어섰다.
대미국 수출은 243억3000만달러로 137.0% 급증했다. 반도체와 컴퓨터 등 IT 품목에 더해 자동차와 일반기계도 호조를 보였다.
9월 1~25일 기준 대미 반도체 수출은 전년보다 674.8%, 컴퓨터는 462.9% 급증했다. 자동차도 17.2% 증가했다.
아세안 수출은 212억9000만달러로 92.6% 늘어 사상 처음으로 월간 200억달러를 돌파했다. 반도체와 석유제품, 선박 수출이 증가세를 이끌었다.
EU 수출도 86억5000만달러로 20.9% 증가하며 10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 인도 수출은 25억8000만달러로 49.7% 증가해 역대 9월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중동 수출은 16억달러로 14.1% 감소했다. 지정학적 긴장이 다시 높아지면서 자동차와 일반기계 등 주요 품목 수출이 부진했다. CIS 수출도 9억4000만달러로 38.2% 감소했다.
수입은 710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26.0% 늘었다.
원유 수입액은 79억6000만달러로 38.4% 증가했다. 수입 물량이 2.0% 늘어난 데다 도입단가가 배럴당 73.5달러에서 99.8달러로 35.7% 상승한 영향이다.
가스 수입은 35억2000만달러로 43.2%, 석탄은 14억8000만달러로 24.9% 각각 증가했다.
비에너지 품목에서는 반도체장비 수입이 34억4000만달러로 50.8%, 컴퓨터는 21억1000만달러로 50.0%, 비철금속은 26억5000만달러로 38.0% 늘었다.
수출 증가폭이 수입을 크게 웃돌면서 9월 무역수지는 498억5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보다 흑자 규모가 403억7000만달러 확대됐으며 월간 무역흑자가 400억달러를 넘어선 것도 처음이다.
무역수지는 20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올해 월별 흑자는 1월 86억9000만달러에서 2월 155억4000만달러, 3월 266억1000만달러, 6월 359억1000만달러, 8월 347억9000만달러를 거쳐 9월 498억5000만달러까지 확대됐다.
올해 누적 실적도 기록적인 수준이다.
1~9월 누적 수출액은 8145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56.8% 증가해 사상 처음으로 8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 연간 수출액 7093억달러도 이미 크게 웃돌았다.
같은 기간 누적 수입은 5621억달러로 19.7% 증가했고 무역수지는 2524억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종전 연간 최대 무역흑자였던 2017년 952억달러를 크게 넘어선 규모다.
산업통상부는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연간 수출 1조달러 달성 가능성도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9월 수출은 사상 처음으로 1200억달러를 상회했으며 1~9월 누적 수출도 8000억달러를 돌파하면서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해 7093억달러를 조기에 넘어섰다"고 말했다.
이어 "연간 수출 1조달러 달성이 기대되는 상황이나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중동 지역의 긴장 상황은 여전히 우리 수출에 큰 변수로 남아 있다"며 "예상치 못한 대외 변수가 우리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해 남은 4분기에도 수출 상승 모멘텀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