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최성민 기자] 이혼 과정에서 위자료 문제는 흔히 ‘누가 잘못했는가’의 문제로 이해된다. 배우자의 외도나 폭언, 부당한 대우 등이 확인되면 상대방에게 위자료 책임이 당연히 발생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 법적 판단은 개별적인 잘못의 존재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행위가 혼인관계의 파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부부 사이의 책임이 어떻게 나뉘는지가 혼인파탄위자료 판단에서 핵심적인 쟁점이 된다.
대법원은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위자료청구권을 상대방 배우자의 유책·불법한 행위로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러 이혼하게 된 경우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으로 보고 있다. 이혼의 원인이 되는 개별적 유책행위가 발생한 시점부터 최종적인 이혼에 이르기까지의 경과를 전체적으로 하나의 불법행위로 파악해 위자료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기도 했다.
이는 위자료 액수가 특정 사건 하나의 결과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법원은 위자료를 산정할 때 유책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정도, 혼인관계가 파탄된 원인과 책임, 당사자의 연령과 재산상태 등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해야 하며, 혼인관계가 파탄된 이후 최종적인 이혼에 이르기까지 발생한 사정 역시 고려할 수 있다고 봤다. 따라서 소송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가’와 함께 ‘그 일이 혼인관계의 파탄으로 어떻게 이어졌는가’를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부정행위가 있다고 해서 위자료 책임이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혼인관계 파탄에 대한 부부 쌍방의 책임 정도가 대등하다면 어느 한쪽에게 이혼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경우 부정행위에 가담한 제3자에 대해서도 이혼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이 판결이 보여주는 기준은 명확하다. 혼인파탄위자료의 판단 대상은 ‘잘못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혼인관계가 파탄된 데 대한 책임이다. 따라서 상대방의 외도 사실을 입증하는 데만 집중하기보다 그 이전부터 부부관계가 어떤 상태였는지, 갈등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문제된 행위가 파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이후 당사자들의 행동은 어떠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반대로 위자료를 청구받은 입장에서도 단순히 상대방의 주장에 반박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상대방에게도 혼인관계 악화에 상당한 책임이 있었다면 그 경위와 정도를 구체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다만 자신의 책임을 줄이기 위해 상대방의 잘못을 과도하게 부각하는 방식보다는 혼인생활 전체의 경과를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혼인파탄위자료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게 잘못이 있었다는 사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행위가 혼인관계의 파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전체적인 경과 속에서 설명하는 것이다. 부부 양측에 갈등이나 책임 사유가 존재하는 사건이라면 개별적인 사건 하나만 떼어 판단하기보다 혼인생활 전반의 흐름을 판례 기준에 맞춰 분석해야 한다.
도움말 로엘 법무법인 이태호 대표변호사
최성민 더파워 기자 Sungmin@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