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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中은 막히고 美는 사라졌다…글로벌 무선장비 시장, 한국 업체가 뜬다

이경호 기자

기사입력 : 2026-10-15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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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무선장비 SI 업체 3G·LTE 거치며 해외 기업에 잇따라 인수
美 광통신은 시스코 등 생태계 유지…韓 광통신은 글로벌 후발주 구조
중국 업체는 미중 갈등에 미국 진입 제약…일본은 내수 중심
KMW·RFHIC·HFR·쏠리드·오이솔루션, 글로벌 무선장비 수요 확대 수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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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Freepik
[더파워 이경호 기자]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이 예상 밖의 기회를 맞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를 타고 미국 광통신 업체들이 먼저 주가 상승을 이끈 가운데 다음 투자 사이클로 거론되는 무선통신장비에서는 정작 미국에 뚜렷한 주도주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무선통신장비 생태계가 3G와 LTE 시대를 거치며 약화된 반면 한국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관련 공급망이 유지돼 왔다. 여기에 미중 갈등으로 중국 업체의 미국 시장 진입까지 제약을 받으면서 국내 무선통신 장비업체들이 글로벌 투자자들의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한국의 통신장비 산업은 유선과 무선에서 정반대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미국은 광·유선통신 분야에서는 강력한 장비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무선통신 분야에서는 글로벌 시장을 대표할 만한 현지 시스템통합(SI) 업체가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미국의 무선장비 SI 업체들은 3G와 LTE 시대를 거치면서 해외 기업에 인수됐고, 이 과정에서 장비를 공급하던 현지 아웃소싱 업체들도 상당수 시장에서 퇴출됐다.

반면 광통신 분야에서는 시스코와 애드트란, 시에나 등 미국계 장비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 덕분에 광부품을 공급하는 미국 아웃소싱 업체들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가 남아 있다.

글로벌 광통신장비 시장에서도 미국 업체의 존재감은 뚜렷하다. 코히런트가 약 16%, 루멘텀이 11% 수준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노라이트와 엑세링크, 시스코 등도 주요 업체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미국 광통신주가 강세를 보인 배경도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맞물려 있다. 데이터센터 내부에서 서버 간 데이터 이동량이 급증하면서 광통신 부품과 장비 수요가 확대됐고 관련 기업들의 실적 성장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렸다.

루멘텀을 비롯한 미국 광통신주가 전고점을 회복하면서 국내 광통신 관련주도 반등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국내 광통신 업체들이 미국 기업과 동일한 평가를 받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국내 유선·광통신 시장은 외산 장비 의존도가 높고 액세스망을 제외하면 국산화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국내 광통신 업체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주보다는 후발주에 가깝다.

더구나 AI 데이터센터용 광통신 산업은 새로운 가능성을 평가받는 단계에서 실제 실적을 확인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이미 시장에 알려진 성장 재료보다 앞으로는 매출과 이익이 얼마나 빠르게 증가하느냐가 주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선도 업체들의 실적이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해 업종 밸류에이션이 낮아질 경우 상대적으로 글로벌 시장 지위가 약한 국내 후발업체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면 무선통신장비는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재료가 많다는 평가다.

미국 시장에서는 중국계 통신장비업체에 대한 배제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고 새로운 벤더 선정과 공급망 재편, 향후 통신장비 공급 부족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확대가 무선망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대규모 트래픽이 기업과 소비자, 스마트폰과 각종 단말로 이동하려면 결국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업체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은 미국과 달리 삼성전자가 글로벌 무선통신장비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공급망에 참여해 온 국내 장비·부품업체들은 일정 수준의 내수 물량을 기반으로 기술을 고도화하고 해외 사업 경험도 축적할 수 있었다.

대표적인 업체가 케이엠더블유(KMW)다. KMW는 2000년대부터 글로벌 주요 무선접속망(RAN) 부품업체로 평가받아 왔으며 과거 미국 AWS 주파수 경매 당시 버라이즌향 필터 공급에서도 높은 점유율을 기록한 이력이 있다.

글로벌 무선통신 장비 시장은 에릭슨과 화웨이, 노키아, ZTE 등 소수 대형 업체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에릭슨이 약 28%, 화웨이가 26%, 노키아가 16%, ZTE가 14% 수준을 차지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약 4%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눈여겨볼 점은 이 시장에서 미국 기업의 존재감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AI 투자로 글로벌 자금이 광통신에서 무선통신으로 이동할 경우 미국 증시에는 관련 수급을 직접 흡수할 대표 무선장비 업체가 마땅하지 않다. 투자자들이 미국 이외 시장에서 새로운 후보를 찾아야 하는 구조다.

후보군은 중국과 한국, 일본 정도다. 하지만 중국 업체는 미중 기술분쟁과 통신장비 규제로 미국 시장 진입에 제약이 크다. 일본 업체 역시 글로벌 수출보다 내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결국 미국 시장과 글로벌 통신사에 공급 경험을 갖춘 한국 장비업체들의 희소성이 부각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알에프에이치아이씨(RFHIC), KMW, 에치에프알(HFR), 쏠리드, 오이솔루션 등이 대표적인 국내 무선통신장비 관련 업체로 거론된다.

각 업체가 보유한 기술과 제품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글로벌 무선통신 설비투자가 확대될 경우 직접적인 수혜가 가능한 공급망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

김홍식·이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에 무선장비 주도주가 없다는 점이 국내 무선장비 아웃소싱 업체에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업체가 글로벌 투자자들의 새로운 비교 기준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향후 통신장비주의 방향을 결정할 핵심은 AI 인프라 투자가 어느 단계까지 확산되느냐다.

지금까지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는 서버와 광통신장비에 집중됐다. 서버 간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광모듈과 광케이블이 먼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AI 트래픽은 데이터센터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데이터가 기업과 소비자, 스마트폰과 각종 단말로 확산될수록 이동통신망의 처리 용량도 함께 늘어나야 한다.

트래픽 증가가 기지국 증설과 주파수 투자, 통신장비 교체로 이어진다면 AI 인프라 투자 사이클의 다음 단계는 무선통신장비가 될 수 있다.

특히 국내 업체에는 미국 무선장비 산업의 공백이 결정적인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광통신에서는 미국 기업이 글로벌 선도주이고 한국 업체가 뒤를 따라가는 구조였다. 무선통신에서는 오히려 한국 업체가 글로벌 투자자들의 벤치마크가 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국내 통신장비주의 다음 상승 사이클이 국내 이동통신 3사의 설비투자 회복에만 달린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미국의 공급망 재편과 중국 장비 배제, 글로벌 무선 트래픽 증가가 동시에 나타날 경우 한국 업체들이 글로벌 무선통신장비 투자 사이클의 중심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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