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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재는 그대로인데 시장은 버틴다…고금리·고유가 뒤 '공포 확산' 멈춘 이유

이경호 기자

기사입력 : 2026-10-2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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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10년물 5.14%·WTI 103.66달러…고금리·고유가 부담 지속
프랑스 10년물 4.93%로 급등…유럽 국채시장 불안도 재확산
美 주택심리지수 29로 2012년 이후 최저…실물경기 부담 가시화
달러·신용스프레드는 안정…10월 FOMC·11월 중간선거 이후가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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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더파워 이경호 기자] 글로벌 금융시장이 고금리와 고유가, 인공지능(AI) 관련 신용 우려라는 복합 악재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국채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국제유가도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면서 경기와 자산시장 모두에 부담을 주고 있지만, 아직 달러 급등이나 신용스프레드 급등 같은 전형적인 '패닉 신호'까지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최근 5.1418%를 기록하며 고점인 5.3046%보다는 다소 내려왔지만 여전히 5%대에 머물고 있다. 시장금리가 조금 낮아졌다고 해도 기업과 가계의 자금조달 부담을 빠르게 완화시킬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유럽에서는 프랑스가 새로운 불안의 진원지로 떠올랐다. 프랑스 10년물 국채금리는 19일 4.9309%로 전주보다 14.53bp 급등해 지난 7월 중순 이후 약 3개월 만에 가장 큰 주간 상승폭을 나타냈고,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금리도 각각 10bp 안팎, 7bp가량 동반 상승했다.

유로존 국채시장의 기준 역할을 하는 독일 10년물 금리도 3.4776%로 전장보다 3.78bp 올랐다. 프랑스 내부의 정국·사회 불안이 국채시장까지 번지면서 유럽 재정 리스크가 단일 국가에 그치지 않고 주변국 금리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금리만 문제가 아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103.66달러로 100달러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 완화에 따른 공급 확대 기대가 있었지만 후티 반군의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으로 공급 차질 우려가 다시 커지면서 고유가가 장기화하는 분위기다.

미국과 이란의 직접적인 군사 충돌이 다소 잦아든 상황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와 후티 간 충돌이 유가를 떠받치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수록 물가 압력이 다시 높아지고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여력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유가와 고금리가 서로 연결된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AI 투자 확대를 둘러싼 신용 우려도 완전히 진정되지 않았다. 최근 코어위브 주가 급락과 신용부도스와프(CDS) 상승세가 다소 주춤했지만 시장이 AI 인프라 투자 확대 과정에서 발생한 막대한 자금조달 부담을 완전히 해소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 세 가지 악재가 각각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유가가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면서 금리를 높은 수준에 묶어두고, 높은 금리는 다시 대규모 차입과 투자가 필요한 AI 인프라 기업들의 금융비용 부담을 키우는 방식으로 연결되고 있다.

실물경제에서는 이미 일부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국 10월 주택시장체감지수(NAHB)는 전월보다 3포인트 하락한 29를 기록해 2012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고금리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주택시장의 냉각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의미다.

과거에 비해 주택시장이 미국 전체 경기 사이클에 미치는 영향력은 낮아졌지만 경기 둔화 신호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새로운 악재가 갑자기 등장했다기보다 기존의 금리·유가 부담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실제 경제지표로 영향을 넓혀가기 시작한 모습이다.

다만 금융시장 전체가 공포 국면으로 넘어갔다고 보기도 어렵다. 미국 국채금리가 고점에서 소폭 내려왔고 프랑스 국채금리와 CDS가 상승하고 있음에도 아직 다른 국가와 시장으로 위험이 급속히 번지는 전염 현상은 뚜렷하지 않다.

각종 악재가 해소되지 못하고 주가와 금융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자료: Bloomberg, CEIC, iM증권 리서치본부 이미지 확대보기
각종 악재가 해소되지 못하고 주가와 금융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자료: Bloomberg, CEIC, iM증권 리서치본부

달러 흐름도 이를 보여준다. 위험회피 심리가 극단적으로 강해진다면 자금이 달러로 몰리며 달러화가 급등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달러화지수는 100대 초반에서 등락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신용시장 역시 비슷하다. 프랑스와 일부 AI 관련 기업의 CDS가 상승했지만 미국 신용스프레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어 금융시스템 전반의 신용 경색으로 확산됐다고 볼 단계는 아니라는 평가다.

달러·원 환율 역시 대외 불확실성 확대에도 하향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고금리와 지정학적 불안, AI 신용 우려까지 겹쳤지만 시장 내부에서는 아직 극단적인 안전자산 쏠림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현재 시장은 '악재가 사라지는 국면'이라기보다 '악재가 더 커지지는 않는 국면'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유가와 고금리는 여전히 경기 부담으로 남아 있지만 추가적인 충격이 등장하지 않으면서 금융시장도 일정 범위 안에서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향후 첫 번째 분수령은 10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될 전망이다. 시장금리가 5%를 웃도는 상황에서 연방준비제도가 경기와 물가, 금융시장 불안을 어떤 강도로 평가하는지에 따라 금리 부담이 완화될 수 있을지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 중동 정세도 변수다. 미국의 대이란 군사 행동 여부와 함께 추가 충돌이 발생하더라도 출구전략을 찾을 수 있는지가 국제유가와 위험자산 흐름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고금리와 고유가, AI 신용 우려 등 악재가 해소되지 않고 있지만 악재의 파고 자체가 더 높아지지는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다만 현재와 같은 부담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실물경기와 금융시장에 누적되는 압력이 커질 수 있어 파고를 낮출 명확한 계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글로벌 시장의 관건은 새로운 악재가 등장하느냐보다 이미 쌓여 있는 악재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다. 미국 10년물 금리 5%, WTI 100달러라는 부담이 완화되고 AI 신용 우려까지 잦아든다면 시장은 안도할 수 있지만, 현재 수준이 장기화하면 주택을 시작으로 나타난 경기 둔화 신호가 소비와 기업 투자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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