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내 장외매수 상대방 산정 놓고 법적 쟁점…신 회장 측 "예외 거래 제외하면 10명 미만" 반박
[더파워 이경호 기자] 한미사이언스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지분 확대 과정에서 자본시장법상 공개매수 의무 위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신 회장 측은 법률 검토 결과 공개매수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 거래였다고 반박했지만, 대규모 지분 취득 과정의 적법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면서 주요 주주의 권한 행사와 소액주주 권익 보호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신 회장은 올해 2월과 7월, 10월 세 차례에 걸쳐 장외 주식매매계약을 통해 한미사이언스 주식 총 939만7663주(13.74%)를 취득했거나 추가 취득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2월과 7월 거래는 이미 주식 취득이 완료됐으며, 10월 계약에 따른 추가 매입은 다음 달 이행될 예정이다.
논란의 출발점은 6개월 이내에 이뤄진 두 차례 장외거래다. 신 회장은 지난 2월 13일 코리포항과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 디엑스앤브이엑스(DXVX) 등 6명으로부터 한미사이언스 주식 441만32주를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7월 7일에는 임 회장의 배우자 홍지윤 씨와 자녀 3명 등 총 7명으로부터 360만4799주를 추가로 사들이기로 계약했다.
두 계약은 6개월 이내에 체결됐다. 공개된 거래 상대방을 단순 계산할 경우 일부 매도인이 중복되더라도 최소 10명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공개매수 절차를 거쳐야 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자본시장법 제133조 제3항과 같은 법 시행령 제140조에 따르면 일정 기간 장외에서 10명 이상으로부터 주식을 취득하고, 취득 이후 본인과 특별관계자의 합산 보유 지분이 5% 이상이 되는 경우 원칙적으로 공개매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미 5% 이상을 보유한 주요 주주가 추가로 지분을 취득할 때도 적용될 수 있는 규정이다.
공개매수 제도는 특정 주주와의 개별 거래를 통해 대규모 지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다른 주주들이 매도 기회에서 배제되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식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 간 형평성을 확보한다는 취지도 담겨 있다.
다만 거래 상대방이 10명 이상이라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법 위반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43조는 특수관계인으로부터의 주식 취득 등 일정한 거래에 대해 공개매수 의무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신 회장 측도 이러한 예외 규정을 근거로 공개매수 의무 위반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신 회장의 주식매매계약과 공시 절차 등을 자문한 법무법인 화우는 지난 19일 언론을 통해 특수관계인과의 거래 등을 제외하면 공개매수 의무 판단 대상에 해당하는 거래 상대방이 10명 미만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신 회장 역시 법률자문 결과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전달받았다고 설명했다. 화우 측은 필요할 경우 관계기관에 관련 자료를 제시해 소명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거래 상대방이 예외 적용 대상인지와 제외되는 인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결국 이번 논란의 쟁점은 공개된 거래 상대방의 숫자 자체보다 개별 거래에 예외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에 있다. 매도인과 신 회장 사이의 법적 관계, 거래 당시 특수관계인 해당 여부, 계약별 거래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신 회장은 지난 2일에도 코리아밸류업사모투자 합자회사 외 2인으로부터 한미사이언스 주식 138만2832주를 약 693억원에 추가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거래의 종결 예정일은 다음 달 9일로, 아직 주식 취득이 완료된 상태는 아니다.
10월 계약 역시 7월 거래와 6개월 이내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거래 상대방 산정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다만 매도인 중복 여부와 법령상 예외 적용 가능성 등이 확인돼야 하므로 계약 체결 사실만으로 공개매수 의무 발생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6일 신 회장의 공개매수 의무 위반 의혹을 인지하고 있다는 입장을 언론에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조사 여부는 공개하지 않았으며, 현재까지 금융당국의 최종적인 위반 판단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향후 법 위반이 인정될 경우 관련 주식에 대한 의결권 제한이나 처분 명령 등이 문제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이는 관련 법령에 따른 조치 가능성을 거론한 것으로, 실제 제재 여부와 적용 범위는 금융당국의 판단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번 논란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신 회장은 올해 잇따른 지분 매입을 통해 한미사이언스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해 왔으며,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측과는 주주 간 계약 및 경영권 행사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신 회장의 개인 소유 지분은 올해 초 16.43%에서 현재 28.15%까지 높아졌다. 여기에 한양정밀 보유 지분을 합하면 35.10%에 이르며, 10월 계약까지 예정대로 이행될 경우 합산 지분율은 37.13%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주주의 지분 확대는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행사할 수 있는 정당한 주주권이다. 다만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규모 거래일수록 취득 절차의 적법성과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번 논란은 지배구조에 대한 신뢰 문제와도 연결된다.
특히 한미약품은 올해 글로벌 신약개발과 의약품 사업에서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로슈그룹 자회사 제넨텍과 비만·대사질환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최대 23억달러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달 7일에는 자체 개발한 비만신약 '에페'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제넨텍과의 계약금액은 향후 개발·허가·상업화 단계별 조건부 수익을 포함한 최대 규모지만, 글로벌 제약사와 대형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에서 연구개발 경쟁력을 보여주는 성과다. 에페 역시 국내 제약사가 독자 개발한 첫 GLP-1 계열 비만신약으로, 한미약품이 장기간 추진해 온 연구개발 전략의 결실이라는 의미가 있다.
이처럼 핵심 사업회사인 한미약품이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시점에 지주사 주요 주주의 지분 취득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연구개발과 글로벌 사업 확대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경영권 관련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경우 기업의 본질적인 성과보다 지배구조 문제가 시장의 주요 관심사로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송영숙 회장도 최근 창립 53주년 기념사를 통해 경영 혼란을 조속히 정리하고 전문경영인들이 외부의 영향에 흔들리지 않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의 연구개발 중심 경영철학을 계승하면서 한미의 미래 성장에 집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물론 전문경영 체제의 안정성과 주주 권익 보호는 어느 한쪽 대주주에게만 적용되는 문제가 아니다. 송 회장 측과 신 회장 측을 포함한 모든 주요 주주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권한을 행사하고,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전략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 회장 측이 주장하는 공개매수 의무의 예외 적용 여부는 추가적인 사실 확인과 관계기관의 판단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이번 논란은 한미그룹의 경영권을 둘러싼 경쟁에서 지분 확보 규모 못지않게 그 과정의 투명성과 주주 전체의 신뢰가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한미약품이 축적해 온 연구개발 경쟁력과 글로벌 성장 가능성을 지속적인 기업가치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경영권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줄이고 안정적인 사업 환경을 마련하는 일이 필요하다. 대주주의 권한 행사 역시 이러한 기업의 장기적 가치와 주주 전체의 이익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