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라면 시장 2027년 564억달러 전망…한국 4사 점유율 11.7%→14.3%
美 라면 시장 5년 새 2.2배…유럽향 한국 라면 수출도 올해 48% 급증
화장품 1~9월 수출 111억달러·30.8%↑…2027년 178억달러 전망
중화권 제자리여도 성장 가능…유럽·중남미·중동 등 수출 다변화 본격화
[더파워 이경호 기자] 한국 음식료와 화장품 산업의 성장 공식이 바뀌고 있다. 과거 중국 소비 회복 여부가 실적의 가장 큰 변수였다면 최근에는 미국과 유럽, 중남미·중동 등으로 수요처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중국이 크게 성장하지 않아도 전체 수출이 늘어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라면은 해외 수요가 이미 공급능력을 압박할 정도로 확대됐고, 화장품은 수출 국가 자체가 200개국을 넘어섰다. 2027년에는 K라면이 생산능력 확대를 통해 막혀 있던 공급을 풀고, K뷰티는 특정 국가가 아닌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성장하는 새로운 단계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라면 소매시장은 2025년 515억달러에서 2027년 564억달러로 연평균 4.7%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은 같은 기간 사실상 정체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아시아 밖에서 새로운 시장이 커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미국이다. 미국 라면 시장은 2020년 17억5000만달러에서 2025년 39억3000만달러로 5년 만에 2.2배 확대됐다. 같은 기간 파스타 시장은 23% 성장하는 데 그치면서 파스타 대비 라면 시장 규모는 0.51배에서 0.93배까지 올라왔고, 2027년에는 두 시장의 규모가 역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에서 라면이 아시아계 소비자의 간편식이라는 틀을 넘어 가정의 일반적인 면 요리로 자리 잡기 시작한 셈이다. 시장 확대의 상당 부분을 한국 업체가 차지하면서 미국 라면 시장의 성장과 한국 라면의 성장이 사실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구조도 뚜렷해지고 있다.
2025년 농심과 삼양식품의 미국 라면 시장 합산 점유율은 43.8%로 마루찬의 34.1%를 처음 넘어섰다. 같은 해 미국 라면 시장이 6억1000만달러 증가하는 과정에서 약 87%를 두 한국 업체가 채운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 라면의 다음 무대는 유럽이다. 올해 1~9월 유럽향 라면 수출은 2억25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8.1% 증가했고 전체 라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5.9%로 미국의 17.3%에 근접했다. 영국 수출은 53%, 네덜란드는 39%, 독일은 20% 증가했다.
미국이 최근 5년간 보여준 라면의 대중화 과정이 유럽에서 2~3년의 시차를 두고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소비 수요는 확인됐고 이제는 얼마나 많은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느냐가 성장의 상단을 결정할 변수로 바뀌고 있다.
실제로 2027년은 국내 음식료 업체의 해외 생산능력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해다. 삼양식품은 중국 자싱 공장을 2027년 1분기 가동해 연간 11억3000만식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예정이며 전체 생산능력은 약 40% 늘어난다. 농심도 이달 녹산 수출전용공장을 가동하면서 수출 생산능력을 기존 연간 7억개에서 12억개로 확대한다.
이에 따라 한국 라면 4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025년 11.7%에서 올해 12.9%, 2027년 14.3%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불과 2년 동안 2.6%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2020년부터 2025년까지 5년에 걸쳐 높아진 2.7%포인트와 비슷한 폭이다.
수출액도 공급 확대에 따라 한 단계 높아질 전망이다. 2027년 한국 라면 수출은 기본 시나리오에서 20억9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0.4%, 생산능력 확대분이 미국과 유럽 수요로 빠르게 흡수될 경우 22억1000만달러로 16.6%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물량뿐 아니라 가격도 변수다. 2025년 평균과 비교해 소맥 가격이 28%, 팜유는 10% 높아지면서 원가 부담이 이어지고 있어 수출 가격 인상 가능성이 제기된다. 가격을 7% 올린다는 가정에서는 원화 강세에 따른 환율 부담도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음식료 시장 역시 단순 물량 증가보다 평균판매가격(ASP) 상승이 성장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반기 들어 햇반·만두, 용기면·스낵, 컵라면, 제과 등 여러 품목에서 가격 인상이 이어졌고 상당 부분은 내년 실적에 연간으로 반영된다.
여기에 프리미엄화가 더해지고 있다. 고가 라면과 저당·고단백 제품, 소용량 제품 비중이 높아지면서 같은 판매량에서도 매출이 늘어나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 2027년 국내 음식료품 판매는 평균판매가격이 약 3%, 물량이 1% 이상 늘면서 금액 기준 4% 이상의 성장이 예상된다.
화장품은 라면보다 수출 지역의 변화가 더 빠르다. 올해 1~9월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111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0.8% 증가해 9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수출액 114억2000만달러에 근접했다. 9월 한 달 수출액도 15억1000만달러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현지 관람객들이 ’올리브영 익스프레스’에 전시된 70여 개 중소 K뷰티 브랜드를 직접 체험해 보고 있다./올리브영 제공
과거 K뷰티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됐던 중국 의존도도 크게 낮아졌다. 미국·중화권·유럽을 제외한 지역의 2021~2025년 연평균 화장품 수출 증가율은 18.9%에 달했고, 전체 수출에서 이들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27.1%에서 2025년 43.5%까지 높아졌다.
수출 대상국도 2024년 172개국에서 지난해 202개국으로 30개국 증가했다. 특정 국가에서 소비가 부진하더라도 다른 지역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에서는 시장 자체의 성장보다 한국 제품의 점유율 확대가 두드러진다. 미국 화장품 수입시장은 올해 1~8월 2.4% 성장하는 데 그쳤지만 한국산 수입은 17.2% 늘었고 한국 제품의 점유율은 2019년 10.1%에서 올해 27.1%까지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프랑스와 이탈리아, 일본산 화장품 수입은 감소했다. 전체 시장이 크게 늘어서가 아니라 한국 브랜드가 기존 글로벌 브랜드의 자리를 가져오면서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른 양상이다.
유럽은 더 빠르다. 올해 1~9월 유럽향 화장품 수출은 92.3% 증가했고 영국은 171.7%, 네덜란드는 302.7%, 에스토니아는 208.4%, 폴란드는 55.9% 성장했다. 올해 상반기 유럽 주요 6개국 수출액은 8억4000만달러로 아세안 7개국의 7억7000만달러를 처음 넘어섰다.
중남미와 중동, CIS도 새로운 성장축으로 올라오고 있다. 올해 1~9월 중남미 수출은 111.3%, CIS는 27.8%, 중동은 23.5% 늘었으며 캐나다도 128.2% 증가해 2억5000만달러 규모로 커졌다.
이 같은 다변화를 감안하면 중국이 회복되지 않더라도 K뷰티 전체 수출은 성장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2027년 화장품 수출은 기본 시나리오에서 178억달러로 19.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낙관적인 경우 193억달러까지 확대될 수 있다.
2027년 성장 기여도는 유럽이 6.4%포인트로 가장 높고 기타 지역 4.5%포인트, 중동·CIS·중남미 3.3%포인트, 미국 2.9%포인트 순이다. 중화권은 0.4%포인트에 불과해 중국 수출이 전년 수준에 머물더라도 전체 수출이 약 19%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기업의 성장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삼양식품은 중국 자싱 신공장을 가동하면서 중국 물량을 현지로 이전하고, 국내 생산능력을 미국과 유럽 수요에 더 많이 배분하는 구조로 전환하고 있다. 2027년 매출은 3조9552억원으로 28.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미국과 유럽 판매 비중이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화장품에서는 브랜드 기업뿐 아니라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의 수혜도 커지고 있다. 한국 브랜드가 미국·유럽뿐 아니라 중남미와 중동까지 동시에 확장하면서 여러 브랜드의 주문을 받는 제조사의 성장 기회도 함께 넓어지는 구조다.
코스맥스의 경우 2027년 매출이 20.8%, 영업이익은 25.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뿐 아니라 중국과 미국, 동남아 법인이 동시에 성장하면서 매출 증가보다 이익 증가 속도가 더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2027년 K소비재의 핵심은 중국의 회복 여부가 아니라 '얼마나 넓은 시장에서, 얼마나 많은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라면은 이미 확보한 해외 수요를 생산능력 확대로 풀어내는 단계에 들어가고, 화장품은 수출 국가를 늘리며 특정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중국이 다시 성장하면 추가적인 상승 여력이 생길 수 있지만 이제 중국이 살아나야만 성장할 수 있는 산업은 아니라는 의미다. 미국에서 파스타와 경쟁하기 시작한 라면과 유럽·중남미·중동으로 영역을 넓히는 화장품이 2027년 K소비재의 새로운 수출 지도를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