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지역소멸·산업정체 ‘고르디우스의 매듭’ 풀 해법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수도권 과밀 해소와 지역 소멸, 저출생 등 대한민국의 구조적 난제를 동시에 풀기 위한 해법으로 '메가 샌드박스' 구상을 제안했다.
최 회장은 12일 방영된 KBS 다큐멘터리 <미래 사회로 가는 길, 메가 샌드박스>에 출연해 “선진국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사업 여건을 지역에 조성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 거점으로 전환할 수 있다”며 “이 실험은 단순한 지역정책이 아닌, 우리 사회의 근본적 구조를 바꾸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메가 샌드박스’는 대구·경북, 강원권, 충청권 등 광역 단위 지역에 미래 전략 산업을 선정하고, 이들 산업을 중심으로 규제 완화, 인프라 구축, 인재 육성, 인센티브 지원 등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구조다. 대한상의는 “문제들이 상호 얽혀 있는 만큼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국가 리더십 출범을 앞두고 국민과 해법을 공유하고자 이번 다큐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구체적으로 ▲인재 육성·유치 ▲AI 산업 기반 인프라 조성 ▲네거티브 규제 방식 도입 ▲기업 맞춤형 인센티브 제공의 네 가지 실현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대학 교육이 취업까지 연계되는 교육-일자리 매칭이 지역에서 가능해야 한다”며 “지역 대학을 선택하면 졸업 후 원하는 일자리까지 연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AI 인프라가 전국 어디라도 제대로 구축된 곳이 단 한 곳이라도 있어야, 이를 통해 다양한 산업의 AI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좌담회에 참여한 이제형 스트라티오코리아 대표는 “미국에서는 ‘최초’와 ‘최고’라는 인식이 있으면 과감히 투자에 나서지만, 한국은 선례 검토에 시간을 보내다 기회를 놓친다”며 한국의 규제 환경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최 회장도 “기업이 ‘이런 걸 해도 되나’라고 묻는 순간, ‘뭐든지 하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규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기업 맞춤형 인센티브에 대해서도 “지역이 스스로 설계하고 글로벌 기업도 유치 가능한 수준이어야 한다”며 “수요자 중심의 바텀업 접근이 중요하고, 필요하다면 법도 유연하게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는 스타트업 창업가 손보미 대표가 고향 부산을 찾아 지역의 현실을 조망하는 장면으로 시작해, 지역 기업인 박윤하 스피어AX 대표의 자발적 복귀 사례, 실리콘밸리 진출 이후 국내에 법인을 설립한 이제형 대표의 경험 등을 통해 현실적인 목소리를 담았다.
해외 사례로는 도요타가 주도하는 일본 시즈오카현의 ‘우븐 시티’, 싱가포르의 기술 친화적 실험환경 등이 소개됐다. 반면 국내 자율주행 스타트업 마스오토의 노재경 부대표는 “미국은 실험 기준만 충족하면 허용하지만, 한국은 이중·삼중 규제로 실험조차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한두 지역을 먼저 성공시키고 그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방식이 중요하다”며 “일자리, 교육, 주거, 문화까지 통합된 지역 생태계를 구축해 저출생과 지역 소멸이라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총 48분 분량의 다큐는 KBS1에서 방송됐으며, 대한상의 유튜브 채널에서 다시 시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