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보험 1년 새 3배↑·달러예금 4년 만 최대…외화상품 판매 전방위 점검
[더파워 한승호 기자] 원·달러 환율이 연초부터 가파르게 오르면서 달러보험·달러예금 등 외화상품에 개인 자금이 몰리자 금융당국이 보험사와 은행 경영진을 잇따라 소집해 판매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달러보험 판매와 관련해 소비자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보험사에 과도한 마케팅 자제와 내부통제 강화 등을 주문했다고 18일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 15일 달러보험을 판매하는 주요 생명보험사 담당 임원들을 불러 달러보험 판매 현황과 리스크 관리 실태를 점검했다. 이는 이찬진 금감원장이 지난 13일 시장 상황 점검회의에서 “외화 예금·보험 등이 증가하면서 환율 변동에 따른 금융소비자 손실 위험도 커지고 있는 만큼, 경영진 면담 등을 통해 과도한 마케팅과 이벤트를 자제하도록 지도해 달라”고 주문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금감원은 고환율 국면에서 환차익을 노린 투기성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상품 설명 과정에서 환율 변동 위험을 충분히 고지했는지, 고객 적합성·적정성 원칙이 지켜졌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살필 계획이다.
달러보험 판매는 최근 1년 새 급증했다. 외화보험을 판매하는 4개 생명보험사(AIA·메트라이프·신한라이프·KB라이프)의 달러보험 신계약 건수는 2024년 말 4만598건에서 지난해 말(2025년) 11만7398건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신계약 초회보험료도 1조5495억원에서 2조3707억원으로 53% 증가했다. 환차익 기대 수요에 더해 자녀 유학비 등 실수요까지 겹치면서 가입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금감원은 외화보험 관련 소비자경보를 발령한 데 이어, 이번 점검을 통해 불완전판매 소지가 있는지 여부를 세밀하게 들여다볼 방침이다.
외화보험 판매 관행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자 생명보험협회는 2022년 ‘외화보험상품 운영에 관한 모범규준’을 제정해 운용 중이다. 모범규준은 보험사가 상품 기획·개발·판매·사후관리 전 과정을 논의하는 ‘외화보험상품위원회’를 설치하고, 계약 체결 전 가입자의 투자성향을 분석하는 적합성·적정성 진단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부적합 판정이 나온 소비자에게는 외화보험 가입을 권유하지 못하도록 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달러보험 상품이 급격하게 늘었고 관련 민원도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며 “각 보험사에 소비자 주의사항 안내와 함께 신속한 자체 점검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당국은 보험사 자체 점검 결과를 토대로 필요할 경우 현장 검사로 이어가는 방안도 열어두고 있다. 보험사들도 외화보험 등 불완전판매 소지와 내부통제 적정성을 재점검해 금감원에 보고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상품 구조와 판매 채널·설명 의무 이행 실태까지 함께 들여다보며 향후 제도 개선 필요성도 검토할 계획이다.
달러예금 수요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지난달 24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개인 달러예금 잔액은 127억3000만달러로, 2024년 말보다 9억1700만달러 증가해 2021년 말 이후 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감원은 오는 19일 시중은행 수석 부행장들을 불러 달러예금 상품에 대한 ‘마케팅 자제’ 방침을 전달하고, 환율 민감도가 높은 고위험 고객을 대상으로 한 공격적 영업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장기화될 경우 외화상품에 가입한 개인 투자자의 손실이 한꺼번에 현실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금감원은 “외화보험·예금 가입이 단기 환차익을 겨냥한 투자가 아니라 환율 변동 위험을 충분히 이해한 가운데 이뤄지도록 안내를 강화하고, 필요 시 제도 개선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한다는 방침이다.
한승호 더파워 기자 news@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