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이 28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139기 해군사관후보생 임관식'에 참석해 있다./사진=연합뉴스
[더파워 이설아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방대한 유산 정리가 4월 상속세 완납을 끝으로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상속세 12조원 분납이 마지막 회차만 남은 가운데, 유족이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의 해외 공개와 의료·복지 분야 기부 사업도 병행되면서 재무적 의무 이행과 사회 환원이 동시에 정리되는 그림이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재계에 따르면 삼성 일가는 2021년부터 활용해 온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오는 4월 고 이건희 회장 유산에 대한 상속세 12조원을 모두 납부할 예정이다.
이건희 회장이 2020년 별세 당시 남긴 유산은 주식 19조원 상당과 부동산, 미술품 2만3000점 등을 합쳐 총 26조원 규모로, 여기에 최고세율 50%와 최대주주 할증 20%가 적용되면서 ‘세기의 상속세’로 불린 12조원대 세금이 부과된 것으로 집계된다.
상속세 재원 마련 과정에서 유족들의 역할 분담도 뚜렷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보유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배당금과 금융권 차입을 통해 세금을 충당한 반면,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은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SDS 지분을 매각해 자금을 마련했다.
세 모녀가 지난해 말까지 처분한 지분은 총 7조2833억원 규모로 집계되며, 최근 홍 명예관장이 삼성전자 주식 1500만주(지분율 0.25%)를 처분하는 2조원대 신탁 계약을 체결하면서 연부연납 종료에 필요한 상속세 재원 확보가 사실상 완료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 과정에서 삼성그룹 지배 구조도 이재용 회장을 정점으로 한 구조로 더 선명해졌다.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상속 이전 0.7%에서 1.45%로 늘었고, 지배구조의 정점인 삼성물산 지분은 20.82%까지 확대됐다.
삼성생명 지분 역시 10.44%를 확보하면서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 고리가 한층 공고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업황 회복과 주가 상승에 힘입어 이 회장이 보유한 상장사 주식 가치는 22일 기준 3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상속세 완납과 함께 이건희 회장이 남긴 미술품 기증도 본격적인 국제 무대에 오르고 있다. 삼성 일가와 주요 계열사 경영진은 이달 말 미국 워싱턴DC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건희 컬렉션’ 첫 해외 전시 기념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 전시는 개막 두 달 만에 관람객 5만명을 넘었으며, 향후 시카고와 영국 등으로 순회 전시가 이어질 예정이다.
의료·복지 분야 사회공헌 사업도 진행형이다. 이건희 회장의 뜻에 따라 조성된 약 7000억원 규모의 감염병 전문 병원과 서울대병원 감염병 임상연구센터는 2028년 개원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으며, 3000억원이 투입되는 소아암·희소질환 지원 사업은 2030년까지 약 1만7000명의 환아를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상속세 완납과 함께 이 같은 사회 환원 프로그램이 본격화되면서, 이건희 회장 유산 정리가 재무·지배구조·공익 분야에서 동시에 마무리 수순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