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평균보다 40분 덜 자는 한국인…전문의 “몰아 자기 해도 평소보다 2시간 이내로”
[더파워 이설아 기자] 설 연휴를 맞아 그동안 부족했던 잠을 한꺼번에 보충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경희대병원 신경과 황경진 교수는 장기적인 수면 부족이 건강을 위협한다며 “연휴 동안 ‘몰아 자기’를 하더라도 평소 생활 리듬을 무너뜨리지 않는 선에서 보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교수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약 7시간41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8시간22분보다 40분 이상 짧다. 그는 “치열한 경쟁과 늦은 퇴근, 24시간 열려 있는 디지털 환경이 만성적인 수면 부족을 부르고 있다”며 “수면 중에는 기억을 정리하고 면역을 조절하며 뇌 노폐물을 제거하는 과정이 이뤄지는데, 이 시간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다음 날 집중력 저하와 반응 속도 감소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잠을 며칠 제대로 자지 못해도 일상생활이 가능한 것은 우리 몸의 ‘보상 기전’ 덕분이다. 아드레날린과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일시적으로 각성을 유지하는 ‘응급 모드’가 작동해 버티게 만드는 것이다. 황 교수는 “이 상태는 어디까지나 비상 상황을 견디기 위한 일시적 장치일 뿐 정상적인 신체 상태가 아니다”라며 “누적된 손상은 어느 순간 한꺼번에 드러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기간 이어지는 수면 부족은 전신 건강에도 영향을 준다. 황 교수는 “만성적인 수면 부족은 일부 암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고, 감정 조절 기능을 떨어뜨려 우울·불안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업무가 바쁘더라도 수면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긴 명절 연휴는 이런 ‘수면 빚’을 일부라도 줄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단순히 오래 자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전문의들은 연휴 동안 수면을 보충할 때에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고 조언한다. 과도한 낮잠이나 늦잠은 오히려 밤 시간의 정상적인 수면 패턴을 깨뜨려 피로감을 더 심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황 교수는 “주말이나 연휴에 수면을 보충할 때는 이른바 ‘2시간 법칙’을 기억해야 한다”며 “평소보다 2시간 이상 더 자거나 평소 기상 시간보다 2시간 이상 늦게 일어나면 생체 리듬이 흐트러져 연휴가 끝난 뒤 심한 피로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결국 수면의 양보다 중요한 것은 ‘리듬’이다. 가장 기본이 되는 수면 관리법은 평소 취침·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생활이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안정시키고, 체내 생체 시계를 규칙적으로 유지해 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황 교수는 “설 연휴 동안 부족했던 잠을 어느 정도 보충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평소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2시간 법칙’을 지키는 것이 연휴 뒤 컨디션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설아 더파워 기자 news@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