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설아 기자] 유방암 치료 이후 재활 과정에서 단순히 체력을 높이는 것보다 몸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움직이느냐가 기능 회복에 더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재활의학과 양은주 교수 연구팀이 유방암 생존자의 재활에서 감각운동 기반 프로그램 ‘ReMAP’의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양은주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주도하고, 정승현 국립암센터 재활의학과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연구팀은 유방암 치료를 마친 환자의 재활에서 근력이나 심폐 기능 향상뿐 아니라 움직임 조절 능력이 보행과 자세 안정성 회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봤다.
암 치료법이 발전하면서 치료를 마친 암 생존자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치료 후에도 보행이나 자세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가 적지 않다.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수술 등 치료 과정에서 근육과 신경이 영향을 받으면 몸이 스스로 자세 안정성을 유지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는 유방암 생존자에게서도 두드러진다. 연구팀에 따르면 유방암 환자가 항암치료 중이거나 치료를 마친 이후 낙상을 경험하는 비율은 50~60%에 이른다. 그러나 기존 암 재활은 근력 강화와 유산소 운동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협응 능력이나 자세 안정성을 높이는 훈련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연구팀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ReMAP(Rehabilitation through Movement and Perception)’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ReMAP은 바른 자세 정렬, 좌우 균형, 팔다리 협응 등 몸이 스스로 균형을 잡고 움직임을 조절하는 능력을 되살리는 데 초점을 맞춘 감각운동 기반 재활 프로그램이다.
연구는 국내 7개 대학병원과 공동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유방암 치료를 마친 환자 71명을 ReMAP 치료군 41명과 스트레칭 및 가벼운 체조를 수행한 대조군 30명으로 나눠 8주간 효과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이동 능력을 평가하는 TUG 검사에서 ReMAP 치료군은 평균 7.85초에서 6.55초로 약 1.3초 단축됐다. TUG 검사는 의자에서 일어나 3m를 걷고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반면 대조군은 7.27초에서 6.94초로 소폭 개선되는 데 그쳐 두 그룹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다.
특히 악력과 6분 보행거리 등 체력 지표에서는 두 그룹 간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체력 변화가 없어도 움직임 조절 능력 자체가 보행 기능 회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영상 기반 분석에서도 ReMAP 치료군은 몸의 흔들림이 줄고 움직임이 더 일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 안정성과 협응 능력이 개선된 것이다. 반면 움직임에 사용된 에너지 수준에는 변화가 없어, 기능 향상이 운동 강도나 운동량 증가 때문이 아니라 움직이는 방식의 변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됐다.
양은주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기능 회복의 핵심은 몸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조절하느냐에 있다”며 “ReMAP은 기본 체력은 유지돼 있지만 움직임이 불안정한 환자에게 기존 재활을 보완하는 또 다른 회복의 경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환자들은 힘은 있지만 움직임이 어색한 상태를 겪는 경우가 많다”며 “ReMAP이 ‘중간 단계 재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설아 더파워 기자 seolnews@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