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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4.9%·이탈리아 4.6%…뒤집힌 유럽 국채지도, 이번엔 서유럽이 흔들린다

이경호 기자

기사입력 : 2026-10-25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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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이탈리아 4.8%·프랑스 3.4%→2026년 9월 각각 4.6%·4.9%
과거 재정위기 겪은 남유럽은 긴축 지속…프랑스·독일은 재정지출 확대
독일 2026년 국채 발행 5270억유로 예상…프랑스 재정적자 GDP 대비 5.1%
다만 성장률 개선·ESM·ECB 안전망으로 단기간 재정위기 재현 가능성은 제한적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이미지 확대보기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더파워 이경호 기자] 유럽 국채시장에서 과거 재정위기의 상징이었던 남유럽보다 프랑스와 독일 등 서유럽 국가의 금리가 더 가파르게 오르는 이례적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2010년대 유럽 재정위기 때와 달리 이번에는 재정건전성에 대한 시장의 시선이 남유럽에서 서유럽으로 옮겨가면서 유로존 국채시장의 지도가 바뀌는 모습이다.

최근 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가 발간한 리포트에 따르면 최근 서유럽 주요국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2023년 금리인상기 당시 전고점을 넘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상승했다. 반면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남유럽 주요국 금리는 상대적으로 완만한 상승에 그치며 2023년 고점을 여전히 밑돌고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움직임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023년 9월 이탈리아 10년물 국채금리는 4.8%로 프랑스의 3.4%보다 1.4%포인트 높았지만, 2026년 9월에는 프랑스가 4.9%로 올라선 반면 이탈리아는 4.6%에 머물렀다.

과거 유럽 재정위기 당시 위험국으로 분류됐던 이탈리아보다 프랑스 국채금리가 높아진 것이다. 같은 유로화를 쓰고 유럽중앙은행(ECB)의 동일한 통화정책을 적용받는 국가 사이에서 장기금리가 이처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각국의 재정·신용 여건을 시장이 다르게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유로존에는 비슷한 기억이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재정지출에 나선 뒤 세수 감소까지 겹치면서 국가별 재정여력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이후 그리스 재정적자 문제가 불거지자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이 구제금융을 신청했고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금리까지 급등하며 유로존 전체의 위기로 확산됐다.

당시 2009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는 아일랜드 -13.9%, 포르투갈 -9.9%까지 악화됐다. 이탈리아 10년물 금리도 2010년 12월 4.8%에서 2011년 말 7.0%까지 치솟았고 스페인은 2012년 8월 6.8%에 달했다.

이번에는 방향이 반대다. 과거 위기를 겪은 남유럽 국가들은 이후 공공지출 증가를 제한하고 구조조정을 이어가면서 재정건전성을 개선했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은 EU의 재정적자 기준인 GDP 대비 3% 안팎으로 재정수지를 관리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유로존 경제의 중심인 서유럽 국가들은 재정적자가 상대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독일은 오랫동안 유지해온 보수적 재정정책에서 벗어나 국방과 인프라 투자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독일은 GDP의 1%를 초과하는 방위비에 대해 ‘부채 브레이크’ 적용 예외를 허용하고 2029년까지 국방비를 GDP의 3.5%까지 확대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5000억유로 규모의 인프라·기후중립 특별기금도 만들었다.

국채 발행도 늘어난다. 독일의 전체 국채 발행 규모는 2025년 4250억유로에서 올해 5270억유로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10년물 국채 발행액 역시 685억유로에서 820억유로로 늘어날 전망이다.

프랑스는 상황이 더 민감하다. 2025년 재정적자가 GDP 대비 5.1%에 달하는 가운데 연금개혁과 재정긴축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까지 이어지면서 재정건전화 정책을 추진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용등급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S&P는 지난해 10월 재정 악화와 정치 불안을 이유로 프랑스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 단계 낮췄다. 재정수지뿐 아니라 정책을 실제 집행할 수 있는 정치적 능력까지 국채가격에 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최근 금리 움직임을 2010년대 유럽 재정위기의 재현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당시와 비교하면 유로존 경제가 완만한 성장 흐름을 이어가고 있고 금융위기를 막기 위한 제도적 안전망도 크게 강화됐기 때문이다.

올해 2분기 유로존 경제성장률은 연율 환산 2.4%를 기록하며 2022년 2분기 이후 약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방위·AI 투자 확대와 견조한 소비를 바탕으로 하반기에도 성장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위기 대응 장치 역시 과거와 다르다. 유럽은 2010년 재정위기 당시 임시로 마련했던 구제금융 체계를 보완해 2012년부터 유럽안정화기구(ESM)를 상설 운영하고 있다. 개별 국가의 재정위기가 유로존 전체로 번질 경우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장치가 이미 구축돼 있는 것이다.

ECB도 국채시장의 급격한 분절에 대응할 수단을 갖췄다. 무제한 국채매입 정책과 함께 특정 국가의 경제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공포나 전염 효과로 국채금리가 급등할 경우 개입할 수 있는 파급경로보호장치(TPI)를 도입했다.

따라서 현재의 국채금리 디커플링을 유로존 재정위기의 직접적인 전조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보다 성장환경이 안정적이고 위기 확산을 막을 제도도 정비돼 있어 단기간에 2011~2012년과 같은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시장이 보내는 신호는 달라졌다. 과거에는 남유럽 국가의 과도한 부채와 재정적자가 유로존의 약한 고리였다면, 지금은 독일의 재정확대와 프랑스의 높은 재정적자·정치 불안이 투자자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프랑스는 2027년 4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정책 불확실성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재정개혁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심해질 경우 국채금리 상승과 금융시장 불안으로 다시 연결될 수 있어 향후 재정계획과 주요 정치 이벤트를 함께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번 국채금리 역전이 보여주는 것은 단순히 프랑스 금리가 이탈리아보다 높아졌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15년 전 재정위기의 중심이었던 남유럽이 상대적으로 재정을 관리하는 동안 유로존 경제의 중심국인 서유럽이 재정확대와 정치불안이라는 새로운 시험대에 올라섰다는 점에서 유럽 재정위험의 축 자체가 이동하고 있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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