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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퇴사 직원이 회사 고객명단을 가져갔다면

황인석 기자

기사입력 : 2026-10-23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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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법무법인 필 서울사무소 조의민 변호사이미지 확대보기
사진=법무법인 필 서울사무소 조의민 변호사
[더파워 황인석 기자] 회사의 핵심 영업직원이 퇴사한 뒤 기존 고객들에게 연락해 경쟁업체로 거래처를 옮기도록 유도했다면 법적으로 어떤 대응이 가능할까.

특히 오랜 기간 관리해 온 고객명단이나 거래처 정보가 경쟁업체로 넘어간 사실을 알게 된 기업 입장에서는 영업상 피해를 우려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퇴사 직원이 고객에게 연락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영업비밀 침해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영업비밀 침해 사건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사항은 해당 정보의 법적 보호 가능성과 자료 취득·사용 경위다. 고객명단 유출 문제를 단순한 직원 간 갈등으로 판단하기보다 법률적 요건에 따라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행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영업비밀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해당 정보가 외부에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아야 한다. 둘째, 독립적인 경제적 가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셋째, 기업이 해당 정보를 비밀로 관리하고 있어야 한다.

가령 일반적으로 공개된 업체명과 연락처를 정리한 자료와 회사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축적한 고객별 구매 이력, 거래 단가, 계약 조건, 담당자 정보 등은 법적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후자의 경우에도 해당 정보가 실제로 비밀로 관리됐는지, 회사가 접근 권한을 제한했는지, 직원에게 비밀유지의무를 고지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기업 대표들은 회사에서 만든 자료는 당연히 회사의 영업비밀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법적으로 보호받는 영업비밀인지 판단하려면 정보의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회사가 이를 어떻게 관리해 왔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퇴사 직원의 정보 유출이 의심되는 상황에서는 자료의 반출 경위와 이후 사용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직원이 퇴사 직전 회사 내부 시스템에서 대량의 고객정보를 내려받거나 개인 이메일과 외부 저장장치로 자료를 전송한 정황이 있다면, 해당 기록은 분쟁에서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

다만 파일을 다운로드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경우에 영업비밀 침해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자료를 취득한 방법, 해당 직원의 업무상 접근 권한, 정보의 성격, 이후 경쟁업체에서 사용했는지 여부 등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 자료라고 하더라도 그 취득과 이용 방식에 따라 개인정보 보호 관련 법령이나 다른 법적 책임이 문제 될 가능성도 있다. 영업비밀 유출 사건은 직원이 무엇을 가져갔는지뿐 아니라 그 자료가 어떤 정보였고, 어떤 경위로 취득했으며, 실제로 어떻게 사용됐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업비밀 침해가 의심되는 경우 기업은 우선 관련 자료와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내부 시스템 접속 기록, 파일 다운로드 이력, 이메일 전송 기록, 비밀유지계약서, 정보 접근 권한 설정 내역 등은 영업비밀의 관리 상태와 침해 정황을 확인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이후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영업비밀 사용금지 가처분을 비롯한 민사적 구제, 손해배상 청구, 형사고소 등의 법적 대응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침해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직원의 개인 계정에 접근하거나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행위는 별도의 법적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어 적법한 증거 확보가 필요하다.

기업이 영업비밀 유출을 의심할 때 중요한 것은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확보 가능한 증거를 신속하고 적법하게 보존하는 것이다. 특히 영업비밀 침해는 자료의 보호 요건과 침해행위에 대한 입증이 중요하기 때문에 사건 초기부터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

영업비밀 분쟁은 문제가 발생한 이후의 대응도 중요하지만, 평소 정보 접근 권한을 구분하고 비밀유지계약과 보안 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등 예방 조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 규모에 맞는 정보보호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분쟁에 대비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도움말 법무법인 필 서울사무소 조의민 변호사

황인석 더파워 기자 his@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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