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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담보대출 LTV 짜맞춘 4대 은행…공정위 과징금 2720억

한승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1-2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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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신한·우리·하나, 담보인정비율 수년간 공유…비담합 은행보다 평균 7.5%p 낮게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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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파워 한승호 기자] 부동산 담보대출의 핵심 조건인 담보인정비율(LTV)을 두고 4대 시중은행이 장기간 정보를 주고받으며 사실상 ‘보조를 맞춰온’ 행태가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1일 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이 부동산 담보인정비율 정보를 은밀히 교환·활용해 담보대출 시장 경쟁을 제한했다며 법 위반 행위 금지명령과 함께 총 27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은행은 담보대출 한도를 결정하는 기초 지표인 담보인정비율 정보를 최소 736건에서 최대 7500건 규모까지 서로 주고받았다. 각 은행 실무자들은 필요할 때마다 타행에 연락해 전국 부동산의 소재지·종류별 담보인정비율 전체를 문서로 건네받은 뒤 일일이 엑셀 파일로 옮겨 적었고, 법 위반 소지를 인식해 원본 문서는 파기하는 등 흔적 지우기까지 반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보교환은 담당자가 바뀌어도 끊기지 않도록 은행별 담당자와 교환 방식 등을 정리해 전·후임자에게 인수인계하는 방식으로 장기간 이어졌다.

이렇게 수집한 경쟁 은행의 내부 정보를 바탕으로 각 은행은 자체 담보인정비율을 조정해 왔다. 공정위 조사 결과, 4개 은행 모두 “타행 대비 얼마나 높거나 낮은지”를 기준으로 조정 규칙을 마련해 운용하고 있었으며, 특정 지역·부동산 종류(토지·상가·공장 등)에 자신들의 담보인정비율이 경쟁 은행보다 높으면 대출금 회수 리스크를 이유로 낮추고, 반대로 낮으면 고객 이탈을 우려해 올리는 식으로 사실상 ‘눈치 보기’를 지속했다. 그 결과 담보인정비율 수준이 은행별로 장기간 비슷한 수준에 머물며, 조건 경쟁은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쪽은 자금 조달을 위해 담보대출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다. 담보인정비율이 낮아지면 같은 부동산을 담보로 잡더라도 빌릴 수 있는 돈이 줄어들고, 부족한 자금을 채우기 위해 추가 담보를 내놓거나 더 비싼 금리의 신용대출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에서 중소기업·소상공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기업체 수 기준 99.9%, 종사자 수 기준 80.4%에 달하고, 중소기업 대출 중 담보대출 비중이 72.4%에 이르는 현실을 감안하면 담보인정비율 수준이 곧 자금 조달 가능성과 직결된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담합에 참여하지 않은 기업은행·농협은행·부산은행 등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뚜렷하다. 공정위 집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4개 은행의 담보인정비율 평균은 비담합 은행보다 7.5%포인트 낮았고, 공장·토지 등 기업대출과 연관성이 큰 비주택 부동산의 경우 차이가 8.8%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담보인정비율이 낮게 책정된 만큼 차주 입장에선 대출 한도가 줄고 조건 협상 여지가 제한되는 구조가 고착됐다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이 2021년 12월부터 시행된 개정 공정거래법에 새로 도입된 ‘경쟁제한적 정보교환 담합행위’ 금지 규정을 적용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중요 거래조건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도 담합으로 제재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앞으로 금융을 포함한 각 산업 분야에서 유사한 정보교환 행태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법 위반이 확인될 경우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한승호 더파워 기자 news@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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