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 국무회의 의결…상장 전 기관투자자 물량 사전배정 허용
코스피 기관물량 20%·코스닥 30% 한도…공모가 확정 전 사전수요예측도 도입
[더파워 이경호 기자]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기관투자자에게 공모주 일부를 미리 배정하는 '코너스톤투자자' 제도가 오는 13일부터 도입된다. 사전배정받은 기관투자자는 물량의 절반을 6개월, 나머지는 8~10개월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공모가격을 확정하기 전에 기관투자자의 매입 희망가격과 물량을 미리 파악하는 사전수요예측 제도도 함께 시행된다.
금융위원회는 3일 국무회의에서 사전수요예측과 코너스톤투자자 제도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이달 중 공포되며 개정 자본시장법 시행일인 13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이번 제도 개편의 핵심은 IPO 과정에서 기관투자자의 참여 시점과 주식 보유기간을 조정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증권신고서 제출 이후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앞으로는 신고서 제출 전에도 일정 요건을 충족한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주 매입 수요를 확인할 수 있다.
사전수요예측은 주관사가 기업에 대한 실사 결과보고서를 작성한 이후 진행한다. 참여 자격을 갖춘 기관투자자에게 향후 증권신고서에 공시될 기업 정보를 제공하고 매입 희망가격과 물량 등을 문의하는 방식이다. 금융위는 이를 통해 희망 공모가 범위를 설정하는 단계부터 시장 수요를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참여 자격은 현행 IPO 수요예측에 참여할 수 있는 전문투자자 기준을 기본으로 한다. 다만 일반 사모집합투자업자와 투자일임업자는 총 위탁재산이 300억원 이상이어야 하며, 등록 후 2년이 지나면 50억원으로 완화하는 기존 기준은 적용하지 않는다. 기업가치 평가 능력과 미공개정보 관리 역량 등을 확인하기 위한 추가 요건도 마련된다.
사전수요예측 과정에서 미공개 기업정보가 제공되는 만큼 정보 관리 규정도 적용된다. 주관사 등은 참여 기관투자자와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해야 하며, 정보 제공 시점과 상대방, 제공 내용 등을 기록해 관리해야 한다.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해 제3자가 정보를 이용하도록 하는 행위는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코너스톤투자자 제도는 기관투자자에게 공모주 일부를 사전에 배정하는 대신 일정 기간 매도를 제한하는 방식이다. 코너스톤투자자로 참여하려면 사전수요예측 참여 자격을 갖추고, 사전 청약하는 공모주 물량의 20배 이상에 해당하는 자기자본 또는 위탁재산을 보유해야 한다.
의무보유 기간은 배정물량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전체 배정물량의 50%는 6개월, 30%는 8개월, 나머지 20%는 10개월간 보호예수해야 한다. 모든 물량의 매도 제한이 한꺼번에 해제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보유기간을 나눴다.
사전배정 한도는 코스피와 코스닥에 차등 적용된다. 일반 청약자와 우리사주조합, 정책펀드 등에 배정하는 물량을 제외한 일반 기관투자자 배정분 가운데 코스피는 전체 20%, 코스닥은 30%까지 코너스톤투자자에게 사전배정할 수 있다.
개별 코너스톤투자자에 대한 배정 한도는 코스피 10%, 코스닥 20%다. 이를 전체 공모주 물량으로 환산하면 코스피는 전체 10%, 코스닥은 4.5~10.5% 범위에서 코너스톤투자자에게 배정할 수 있다. 코스닥은 우리사주조합 배정 비중 등에 따라 실제 배정 가능한 물량이 달라진다.
금융위는 코스닥의 경우 공모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정책펀드 별도 배정분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코스피보다 높은 한도를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특정 기관투자자에 대한 특혜나 위험 이전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도 마련됐다.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등 이해관계가 있는 기관투자자는 코너스톤투자자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 사전배정을 조건으로 직접적 또는 간접적인 이익을 주고받는 행위도 금지된다.
금융위는 사전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 산정의 합리성을 높이고, 코너스톤투자자 제도로 중·장기 투자 성향의 기관투자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상장 직후 기관투자자의 공모주 매도 물량이 집중되면서 주가가 급락하는 현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