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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송동, 쇠퇴의 골목에 스민 빛의 기록

이승렬 기자

기사입력 : 2025-12-26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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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병철 사진전 ‘반송-오래된 미래’, 구박갤러리 초대전
사라짐의 풍경 속에서 발견한 기다림과 연대의 흔적

하병철 사진전, '반송-오래된 미래'./ 사진=이승렬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하병철 사진전, '반송-오래된 미래'./ 사진=이승렬 기자
[더파워 부·울·경 취재본부 이승렬 기자]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의 오늘을 응시한 흑백사진전이 열린다. 하병철 작가의 이번 3회째 사진전은 그의 도서 ‘반송-오래된 미래’로 펼쳐낸 구박갤러리 포토폴리오 초대전으로 오는 29일까지 관람객을 맞는다. 전시는 작가가 지난 3년간 반송동 일대를 걸으며 기록한 작품 40여 점과 그의 도서 로 구성됐다.

반송동은 저출산과 고령화, 인구 감소라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변화를 집약한 공간이다. 닫힌 대문과 불 꺼진 상점, 낮게 내려앉은 셔터는 도시 쇠퇴의 징후를 말없이 전한다. 그러나 하 작가의 렌즈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장터를 오가는 노인들의 발걸음과 해가 기울어도 남아 있는 집집의 불빛 속에서 그는 여전히 이어지는 삶의 온기와 연대를 포착한다.

하병철 작가가 구박갤러리 전시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승렬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하병철 작가가 구박갤러리 전시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승렬 기자

모노톤의 화면은 비어가는 공간을 차분히 기록하면서도, 그 위로 스며드는 작은 빛을 또렷이 남긴다. 이번 전시는 절망을 과장하지도, 희망을 덧칠하지도 않은 채, 도시가 늙어가는 자리에서 사람과 시간이 만들어내는 표정을 담담히 보여준다.

하 작가는 25일 본지 기자에게 "사진은 기다림을 빛으로 그려내는 그림이다."라고 말했다. 반송동의 풍경은 한 동네의 기록을 넘어, 우리가 어떤 내일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된다. 작가와의 만남은 26일 오후 4시에 열린다.

한편 하병철(68세) 작가는 (사)한국사진작가협회 자문위원이자 부산시지회 감사로 활동하며, 지역의 시간과 풍경을 꾸준히 기록해 온 사진가다.
‘파노라마 부산’, ‘해운대’ 등 도시 연작을 통해 공간과 사회의 변화를 응시해 왔으며, 이번 ‘반송-오래된 미래’에서는 쇠퇴의 현장에 남은 인간의 온기와 가능성을 응축해 보여준다.
2019년 녹조근정훈장을 비롯해 예술문화공로상 등을 수상하며 한국 사진계에서 기록성과 공공성을 함께 평가받고 있다.

이승렬 더파워 기자 ottnews@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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