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부·울·경 취재본부 이승렬 기자]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의 오늘을 응시한 흑백사진전이 열린다. 하병철 작가의 이번 3회째 사진전은 그의 도서 ‘반송-오래된 미래’로 펼쳐낸 구박갤러리 포토폴리오 초대전으로 오는 29일까지 관람객을 맞는다. 전시는 작가가 지난 3년간 반송동 일대를 걸으며 기록한 작품 40여 점과 그의 도서 로 구성됐다.
반송동은 저출산과 고령화, 인구 감소라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변화를 집약한 공간이다. 닫힌 대문과 불 꺼진 상점, 낮게 내려앉은 셔터는 도시 쇠퇴의 징후를 말없이 전한다. 그러나 하 작가의 렌즈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장터를 오가는 노인들의 발걸음과 해가 기울어도 남아 있는 집집의 불빛 속에서 그는 여전히 이어지는 삶의 온기와 연대를 포착한다.
이미지 확대보기하병철 작가가 구박갤러리 전시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승렬 기자
모노톤의 화면은 비어가는 공간을 차분히 기록하면서도, 그 위로 스며드는 작은 빛을 또렷이 남긴다. 이번 전시는 절망을 과장하지도, 희망을 덧칠하지도 않은 채, 도시가 늙어가는 자리에서 사람과 시간이 만들어내는 표정을 담담히 보여준다.
하 작가는 25일 본지 기자에게 "사진은 기다림을 빛으로 그려내는 그림이다."라고 말했다. 반송동의 풍경은 한 동네의 기록을 넘어, 우리가 어떤 내일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된다. 작가와의 만남은 26일 오후 4시에 열린다.
한편하병철(68세) 작가는 (사)한국사진작가협회 자문위원이자 부산시지회 감사로 활동하며, 지역의 시간과 풍경을 꾸준히 기록해 온 사진가다. ‘파노라마 부산’, ‘해운대’ 등 도시 연작을 통해 공간과 사회의 변화를 응시해 왔으며, 이번 ‘반송-오래된 미래’에서는 쇠퇴의 현장에 남은 인간의 온기와 가능성을 응축해 보여준다. 2019년 녹조근정훈장을 비롯해 예술문화공로상 등을 수상하며 한국 사진계에서 기록성과 공공성을 함께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