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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파워 이우영 기자] 가정 내 학대와 방임이 청소년의 우울과 수면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세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김재엽 교수 연구팀은 아동학대 경험이 청소년의 우울을 심화시키고, 이 우울이 다시 수면 문제로 이어지는 경로를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연구팀이 전국 중·고등학생 793명을 분석한 결과, 전체의 18.4%는 최근 1년간 부모에 의한 정서적·신체적 학대 또는 방임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대·방임을 경험한 청소년 집단의 중증 우울 비율은 6.8%로, 비경험 집단 1.7%보다 4배 높았다. 수면장애 비율도 피해 집단은 68.2%로, 비경험 집단 49.3%보다 높게 나타났다. 전체 평균은 중증 우울 3.3%, 수면장애 52.7%였다.
이번 연구는 가정 내 폭력이 일시적 충격에 그치지 않고 청소년의 정서와 생체 리듬, 일상 기능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줬다. 연구팀은 학대 경험 청소년에게서 높아진 우울 수준이 신체 각성 상태를 장기화하고, 결국 수면의 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학대 경험이 단순한 과거 사건이 아니라 정서 회복력과 수면 건강을 흔드는 구조적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에서 가장 주목된 대목은 교사의 정서적 지지가 이 같은 부정적 경로를 완화하는 '완충 효과'를 보였다는 점이다. 교사로부터 높은 정서적 지지를 인식한 청소년은 학대 경험이 우울로 이어지는 연결이 약화됐고, 수면장애 위험도 유의하게 낮아졌다. 심한 우울 증상을 보인 비율은 약 85% 감소했고, 수면 문제를 호소한 비율은 13.5%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교사가 단지 수업을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 정서적 보호자원이자 회복의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가정에서 심리적 지지를 기대하기 어려운 청소년에게 교사는 위험 신호를 가장 먼저 알아차릴 수 있는 가까운 성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신나은 연구원은 "아이들의 수면 문제는 단순한 생활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정서적 안정성과 깊이 연결돼 있다"며 "가정에서 회복이 어려운 상황일수록 학교와 교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김동현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교사의 정서적 지지가 학대 경험을 지닌 청소년의 심리적 회복에 실질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국내 데이터를 통해 확인한 연구"라며 "학교가 단지 교육 공간을 넘어 회복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사회적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정서적으로 취약한 학생을 조기에 발견하고 회복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학교 기반 심리 지원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담임교사와 전문상담교사가 함께 학생의 정서·행동 변화를 살피고 지원을 연계하는 팀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기적인 학급 단위 심리 점검, 교사 대상 정서지원 연수 확대, 교육청 차원의 회복중심 상담 허브 구축도 과제로 제시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SSCI Q1 저널 'Journal of Interpersonal Violence'에 온라인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