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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위기, 저출산만의 문제가 아니다…수도권 쏠림이 만든 생존 경쟁

한승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6-30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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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연구원, 인구위기를 ‘공간적 생존 경쟁’으로 진단…생산가능인구 수도권 집중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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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파워 한승호 기자] 한국의 인구위기는 더 이상 출산율 하락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태어나는 아이가 줄어드는 자연 감소에 더해, 수도권이 비수도권의 생산가능인구를 빨아들이고 비수도권 내부에서는 한 지역의 유입이 다른 지역의 유출로 이어지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지속적 인구 유입의 조건: 골든타임과 거점 투자’ 보고서에서 현재의 인구위기를 수도권 집중과 비수도권 내부 경쟁이 결합된 ‘공간적 생존 경쟁’으로 진단했다.

보고서가 주목한 핵심은 생산가능인구다. 단순한 전체 인구 규모보다 지역 경제를 실제로 움직이는 15~64세 생산가능인구의 이동이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2000년부터 2024년까지 인구 추이를 보면 수도권 전체 인구는 꾸준히 증가했고, 2019년 비수도권 전체 인구를 넘어섰다. 그러나 생산가능인구만 놓고 보면 추월 시점은 훨씬 빨랐다. 수도권 생산가능인구는 2009년에 이미 비수도권을 앞질렀다.

비수도권의 생산가능인구는 2015년 이후 뚜렷한 하락세로 전환됐다. 반면 비수도권의 고령인구는 조사 기간 내내 수도권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수도권 집중은 젊고 일할 수 있는 인구를 중심으로 진행됐고, 고령화 부담은 비수도권에서 더 크게 나타난 셈이다.

생산가능인구의 유출은 지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노동력이 줄면 기업 활동과 소비가 위축되고, 다시 일자리와 생활 기반이 약해지면서 추가 유출이 발생한다. 인구감소가 단순한 숫자 감소가 아니라 지역 경제의 활력 저하로 이어지는 이유다.

문제는 비수도권 내부에서도 경쟁이 벌어진다는 점이다.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흐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특정 비수도권 지역이 인구를 끌어들이면, 인접 지역이나 다른 지방 도시는 그만큼 인구를 잃을 수 있다. 개별 지자체가 산발적으로 인구 유치 경쟁을 벌이는 방식만으로는 전체 비수도권의 구조적 위기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보고서는 지역 기반 정책의 효과도 함께 들여다봤다. 혁신도시와 세종시, 공공기관 개별 이전 지역처럼 대규모 정책 자원이 투입된 곳은 일정 기간 인구 순유입 효과를 보였다. 반면 정책 수혜를 받지 못한 비수도권 지역은 관측 기간 전반에 걸쳐 지속적인 인구 순유출을 경험했다.

이는 인구 유입이 단순한 홍보나 일회성 지원으로 만들어지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사람들이 지역을 옮기는 이유는 일자리와 소득 같은 경제적 요인뿐 아니라 주거, 교육, 의료, 문화, 생활서비스 같은 정주 여건과도 맞물린다. 어느 하나만 갖춰서는 장기 정착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산업연구원은 인구정책이 이제 ‘사람을 데려오는 정책’에서 ‘머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봤다. 특히 생산가능인구가 이동성과 경제활동성을 동시에 가진 집단인 만큼, 이들의 유입과 정착 여부가 지역의 미래 인구구조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지방소멸 대응의 출발점은 출산율 대책만이 아니다. 누가 어느 지역으로 이동하고, 왜 정착하지 못하며, 어떤 조건에서 다시 떠나는지를 살펴야 한다. 인구위기의 무대가 전국 평균 출산율에서 지역 간 이동과 정착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

한승호 더파워 기자 hansh1975@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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