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견 '매수' 유지·목표가 60만→50만원…현재가 대비 상승여력 34.6%
3분기 파업·원화 강세 반영해 2026·2027년 EPS 각각 8.7%·17.6% 하향
로봇 사업은 전략적 투자자·지원 역할…초기 투자 부담 계열사와 분산 전망
자율주행 데이터 축적 2028년부터 본격화…"2027년 AI 기술 모멘텀 공백"
[더파워 이경호 기자] 현대차가 로봇 사업의 직접적인 투자 주체보다 전략적 투자자(SI)와 지원 역할에 무게를 두고 자율주행에 자원을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대규모 신사업 투자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원화 강세와 파업에 따른 실적 부담까지 반영되면서 목표주가는 하향 조정됐다.
삼성증권은 23일 현대차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면서 목표주가를 기존 60만원에서 50만원으로 16.7% 낮췄다.
목표주가 하향에는 3분기 파업과 원화 강세에 따른 실적 둔화 전망이 반영됐다. 삼성증권은 현대차의 2026년 주당순이익(EPS) 전망을 기존 3만5152원에서 3만2085원으로 8.7%, 2027년은 3만8015원에서 3만1340원으로 17.6% 각각 낮췄다.
목표 주가수익비율(PER)은 기존 17배를 유지했다. 중국 전기차 상위 업체 평균 12개월 선행 PER 18.9배에 10% 할인율을 적용한 수준이다. 현대차가 로봇 사업을 자회사 형태로 추진한다는 점도 할인 요인으로 반영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가 "로봇 사업에 대해서는 SI와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자동차 업체로서 핵심 경쟁력인 자율주행에 더 많은 리소스를 투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과 로봇, 데이터센터, 스마트팩토리 등 신사업에 필요한 대규모 투자를 계열사가 분담하고 외부 투자자도 참여시키는 구조를 택할 것으로 예상됐다.
로봇 사업의 경우 보스턴다이내믹스(BD)를 중심으로 HMG글로벌 등 계열사를 활용해 투자 부담을 나누는 방식이 거론됐다. 로봇 메타플랜트 적용센터(RMAC) 역시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운영하고, 로봇 생산공장도 HMG글로벌이 투자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 같은 구조는 초기 적자가 큰 로봇 사업을 현대차 연결 실적에서 일정 부분 분리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삼성증권은 로보틱스랩 역시 분사 후 여러 계열사가 지분을 나눠 보유하면서 현대차의 지분법 자회사로 편입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반면 현대차가 직접 집중할 분야로는 자율주행이 꼽혔다. 다만 실제 주행 데이터 축적이 2028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돼 2027년에는 AI 기술 측면에서 모멘텀 공백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사업 확대 과정에서 자금 부담은 중요한 변수다. 현대차는 지난해 CEO 인베스터 데이(CID)에서 향후 5년간 총 7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연평균으로는 15조4000억원으로 2022~2024년 평균 투자액 11조8000억원보다 약 4조원 많다.
삼성증권은 2027년부터 로봇과 새만금 데이터센터,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 등의 투자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현대차의 자금 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의 금융 부문을 제외한 순현금은 올해 상반기 기준 12조1000억원으로 분석됐다. 향후 투자 확대를 감안하면 2028년 이후 외부 자금 조달 필요성이 높아질 수 있으며, 회사채 발행과 기술 파트너의 지분 투자 등이 주요 조달 방식으로 예상됐다.
삼성증권은 AI 시대와 고금리 환경에서는 자금조달 능력이 신사업 경쟁력과 직접 연결될 수 있다고 봤다. 높은 기업가치를 확보한 기업은 증자를 통해 상대적으로 적은 지분 희석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5조원을 조달할 경우 PER 10배 기업은 약 1320만주의 신주 발행이 필요해 희석률이 5.0%에 달하지만 PER 20배에서는 660만주, 2.5%로 낮아진다. PER 150배 수준에서는 희석률이 0.33%까지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현대차의 밸류에이션 하락은 이 때문에 단순한 주가 조정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평가다. 현대차의 12개월 선행 PER은 지난 6월 초 18배에서 최근 9배 수준으로 절반가량 낮아졌다.
삼성증권은 현대차의 밸류에이션이 낮아지면 대주주의 자금 여력이 축소되고 보스턴다이내믹스 가치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 시가총액에 반영된 보스턴다이내믹스 가치도 약 47조원으로 고점 대비 크게 낮아진 것으로 추산했다.
단기 실적에는 원화 강세가 부담이다. 삼성증권은 반도체 수출 호황으로 경상수지 흑자 폭이 확대되면서 원화가 3년 만에 강세로 전환됐지만 자동차 업체들은 이에 대한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차의 달러 순노출 규모는 약 314억7300만달러로 추산됐다. 환율이 1% 움직일 경우 영업이익 변동 폭은 약 3.3%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원가 절감 활동의 효과도 2027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증권은 현대차의 올해 매출액을 186조3950억원으로 전망했다.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은 9조5930억원으로 16.3%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2027년에는 매출액이 188조5960억원으로 1.2% 증가하는 반면 영업이익은 8조8490억원으로 다시 7.8%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2025년 6.2%에서 올해 5.1%, 2027년 4.7%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다만 연말까지는 보스턴다이내믹스를 비롯한 AI 신사업에서 추가 모멘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미국 빅테크가 보스턴다이내믹스에 지분 투자하거나 새만금 데이터센터 사업에 참여하는 방안이 현실화될 경우 신사업 자금 부담을 나누는 동시에 기술 파트너십도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임 연구원은 현대차가 로봇 사업에서는 직접적인 주연보다 지원자 역할을 택하고 자율주행에 역량을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단기적으로는 원화 강세와 파업에 따른 실적 부담, 중장기적으로는 대규모 신사업 투자에 필요한 자금조달 구조가 현대차의 기업가치 재평가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