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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파워 ISSUE] 지주사 대표직 내려놓은 송영숙…한미 '전문경영'은 어디까지 왔나

이경호 기자

기사입력 : 2026-10-26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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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미사이언스 대표·사내이사 사임…외부 CEO 선임·조직개편 속 대주주와 경영진 역할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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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R&D센터
[더파워 이경호 기자]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송영숙 회장이 추진해 온 전문경영인 중심의 경영체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지주사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자리에서 물러나며 전문경영 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했던 송 회장의 선택이 이후 경영진 구성과 조직 운영에 어떻게 반영됐는지가 핵심이다.

26일 한미약품그룹의 주요 경영 관련 발표를 종합하면 한미그룹은 지난해부터 지주사와 핵심 사업회사의 경영체제를 재편해 왔다. 송 회장의 지주사 경영 일선 퇴진에 이어 올해 첫 외부 출신 한미약품 대표이사가 선임됐으며, 조직개편과 성과 중심의 임원 인사도 진행됐다.

송 회장은 지난해 3월 26일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 맞춰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한미그룹은 경영권 분쟁을 마무리하고 전문경영인 중심의 경영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송 회장이 물러난 자리에는 유한양행 출신 김재교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김 대표는 유한양행에서 전략기획부문장 등을 지낸 인물로, 한미사이언스의 경영 안정화와 새로운 성장전략 추진을 맡게 됐다.

당시 송 회장은 전문경영인 체제의 정착을 지원하면서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의 경영철학과 핵심 가치를 계승하는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주사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은 것은 이러한 경영체제 전환 과정에서 이뤄진 실질적인 변화였다.

주목할 부분은 한미그룹이 추진했던 전문경영 체제의 방향이다. 주요 주주들은 당시 독일 머크의 지배구조를 참고한 경영체제를 제시했다. 주주가 지분에 따른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경영진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는 주요 주주의 권한 자체를 배제하는 구조와는 다르다. 주주와 이사회, 경영진이 각자의 역할에 따라 책임을 나누는 체제로, 일상적인 기업 운영과 장기적인 사업 전략에 전문경영인의 판단을 반영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송 회장은 올해 3월 대주주와 경영진 사이의 갈등이 불거졌을 당시에도 같은 원칙을 강조했다. 지난 3월 5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대주주는 경영의 방향을 제시하고 지지하는 역할을, 전문경영인은 부여된 권한과 책임에 따라 회사를 이끄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밝혔다.

이는 당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사이에 경영 개입 여부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진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박 전 대표는 신 회장의 경영 개입이 전문경영 체제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반면 신 회장은 대주주가 기업 경영에 관해 조언하는 것을 부당한 경영 간섭으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관련 주장을 반박했다.

이후 박 전 대표는 3월 12일 사의를 밝혔고, 한미약품은 같은 달 31일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황상연 대표이사를 새롭게 선임했다.

황 대표는 한미약품 창사 이후 처음으로 외부에서 영입된 대표이사다. 서울대학교 화학과에서 학·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과 종근당홀딩스 대표이사, HB인베스트먼트 프라이빗에쿼티 부문 대표 등을 지냈다.

경영진 교체를 둘러싼 갈등과 별개로 황 대표 체제에서는 사업 조직의 재편이 이뤄졌다. 한미약품은 지난 5월 8일 혁신성장·지속성장·미래성장·성장지원 등 4개 부문을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했다고 발표했다.

핵심은 부문별 전문성과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비만치료제 사업을 담당하는 혁신성장부문에는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 생산, 해외영업 관련 조직을 통합했고, 기존 연구개발 조직은 미래성장부문으로 재편했다.

연구개발 조직에는 비만대사·항암·융합 분야의 전문 센터를 배치했으며, 국내영업본부는 지속성장부문으로 격상했다. 대규모 임상 투자와 신규 프로젝트, 개발 품목의 조정 등을 결정하는 포트폴리오 위원회도 신설했다.

한미약품은 당시 조직개편의 목적을 사업 부문 간 협력을 강화하고 주요 성장전략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영권 문제와 별개로 사업조직의 역할을 구체화하고 주요 의사결정 체계를 정비한 것이다.

지난 7월에는 연구개발과 글로벌 사업 성과 등을 반영한 임원 승진 인사도 단행했다. 한미약품에서는 김나영 혁신성장부문장과 최인영 미래성장부문장이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최재혁 그룹장은 이사로 승진했다.

김 부사장은 한미약품의 비만·대사질환 신약 사업화 전략을 담당해 왔으며, 최 부사장은 차세대 신약 연구개발과 글로벌 사업개발을 이끌어 온 인물이다. 회사는 핵심 사업 분야에서 성과를 창출한 인재들을 중심으로 이번 인사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러한 경영체제 변화는 송 회장이 전문경영의 필요성을 강조해 온 흐름과 맞닿아 있다. 다만 경영진 선임과 조직개편이 이뤄졌다는 사실만으로 전문경영인의 독립성이 완전히 확보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특히 신 회장을 비롯한 주요 주주들은 여전히 한미사이언스의 지배구조와 경영진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주요 주주의 정당한 권한과 전문경영인의 경영 자율성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는 앞으로도 중요한 문제로 남아 있다.

한미약품은 장기간에 걸친 연구개발과 글로벌 임상시험, 의약품 생산과 판매를 함께 추진하는 기업이다. 이러한 사업에서는 개별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판단과 자금 배분, 연구인력 운영 등 경영진의 지속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전문경영인 체제의 역할도 이와 연결된다. 주주가 정당한 권한을 행사하는 가운데 경영진은 사업 운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사회는 주요 의사결정과 감독 기능을 수행하는 구조가 중요하다.

한미약품은 오는 27일 올해 3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는 앞서 진행된 기술이전 계약의 회계상 반영과 기존 의약품 사업의 수익성, 연구개발 투자 현황 등이 주요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송 회장이 지난해 지주사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난 이후 한미그룹에서는 외부 전문경영인 선임과 조직개편, 임원 인사 등 경영체제 변화가 이어졌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가 안정적인 사업 운영과 지속적인 성과로 연결되는지 여부다. 한미약품의 연구개발 경쟁력과 기업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요 주주들의 이해관계와 별개로 전문경영인이 책임 있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체계를 정착시키는 일이 과제로 남아 있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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