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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충실의무 확대, 오히려 코리아 디스카운트 가속화 우려"

최병수 기자

기사입력 : 2024-07-15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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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 저평가 원인, 높은 상속세·법인세, 반기업 정서로 인한 투자 위축

왼쪽부터김지평김앤장법률사무소변호사,권종호건국대교수,류진한경협회장,곽관훈한국경제법학회회장,강원세종대교수,김창범한경협상근부회장/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왼쪽부터김지평김앤장법률사무소변호사,권종호건국대교수,류진한경협회장,곽관훈한국경제법학회회장,강원세종대교수,김창범한경협상근부회장/사진=연합뉴스
(더파워뉴스=최병수 기자) 기업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를 넘어 주주로 넓히는 상법 개정이 이뤄지면 오히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가 심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은 지난 15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회사법 전문가들을 초청 '이사 충실의무 확대, 무엇이 문제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고 16일 밝혔다.

한경협은 이 자리에서 회사법 학자와 전문가들은 최근 논란이 된 상법 개정안, 즉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계획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일부에서는 상법을 개정하면 기업 지배구조가 개선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을 하지만, 과도한 사법 리스크로 기업인들은 신산업 진출을 위한 투자나 인수합병을 주저하게 되고 결국 기업 가치를 훼손시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기업 지배구조’ 때문에 한국 증시가 저평가된 만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이사 충실의무를 확대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강원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특유의 법·제도의 틀 내에서 주주나 투자자들이 내린 합리적 선택의 결과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설명했다.

높은 상속세와 법인세 등으로 회사가 번 돈을 주주가 가져가지 못한다는 것을 시장이 알기 때문에, 미래 주가 예측에 큰 폭의 할인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한 기업들이 미래 유망 사업에 투자하려 해도, 반기업 정서나 각종 규제로 인해 투자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래서 결국 투자자들이 한국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저평가하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강 교수는 "이런 법·제도 환경에서 이사의 충실의무까지 확대될 경우,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켜 국내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를 외면하게 만들고 코리아 디스카운트까지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곽관훈 한국경제법학회 회장(선문대 법·경찰학과 교수)은 "한국 회사법은 회사와 이사 간 위임계약 관계를 준용하기 때문에 이들 두 계약 당사자 사이에서만 의무가 발생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할 경우, 위임계약의 기본 법리와 모순될 뿐만 아니라 상법 근간까지 훼손시킨다"고 지적했다.

곽 회장은 일본 사례를 들어 이사에게 광범위하고 추상적인 의무를 부과하는 것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일본은 1970년대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일본 상법에 일반규정으로 도입하는 것을 논의했고, 2014년에는 ‘모회사 이사의 자회사에 대한 감독책임’을 명문화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며 "그러나 두 건 모두 이사의 책임을 지나치게 확장하는 데 따른 ‘책임한도 설정’ 문제를 불러와서 결국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곽 회장은 “이번에 상법이 개정돼 이사 충실의무가 대폭 확장될 경우, 이사의 행위규범이 오히려 불분명해지는 부작용이 초래되고 결국 이사의 책임한도를 어디까지로 설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뒤따를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국 회사법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지평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포이즌필이나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을 기피하는 분위기와 관련 “미국 및 일본 등의 선진 지배구조 법제에서도 소액주주의 문제제기 가능성이 있지만 위와 같은 경영권 방어 수단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참고할 수 있다”고 지적다. 이어 “선진국이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사법심사를 통해 해당 수단의 투명성 및 효율성을 적정하게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경영권 방어 수단이 직접적으로 투명하게 도입되지 않으면, 자사주 매입 등 우회적인 경영권 방어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그 경우 불필요한 자금 소요 혹은 비용 지출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경영권 방어수단이 법제화되면 자사주 매입 등 우회적인 경영권 방어에 투입될 기업 자금을 시설·R&D 투자나 임직원 보상, 이해관계자 이익 증진 등에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권종호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좌담회를 마무리하며 최근 상법 개정 논란과 함께 제기된 배임죄 처벌 문제를 지적했다. 현재는 이사의 위법한 직무수행에 대해 상법상 특별배임(상법 제622조)이 아닌 형법의 업무상 배임(형법 제356조)을 적용한다. 그래야만 불법이득액이 5억원 이상인 경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가중 처벌(제3조 제1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사의 직무수행과 관련한 위법성 여부에 대해, 일반인에게 적용되는 형법을 적용할 경우 경영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하기 어려워지고 결국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까지 이어져 과잉처벌로 귀결된다는 지적이다.

권교수는 “이사의 경영판단 행위에 대해 현재와 같이 형사책임을 물을 경우, ‘잘못에 비해 처벌이 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범죄와 형벌 사이에 적정한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죄형균형원칙에도 반한다”면서, “그런 점에서 이사를 형법상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은 상법 개정 여부와 관계없이 지양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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