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유럽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를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전체 수요 증가율은 둔화하고, 중국 업체 공세 속 경쟁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증권은 26일 유럽 자동차 판매 동향 리포트에서 낮은 수요 증가율 속에서도 친환경차 중심 경쟁이 확대되고 있어 현대차·기아의 시장점유율 방어와 중장기 신차 전략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유럽(EU+영국+EFTA) 자동차 소매판매는 11월 108만대로 전년 동월 대비 2% 증가하며 5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 다만 증가율은 9월 11%, 10월 5%, 11월 2%로 둔화되는 모습이다. 11월 누적 판매는 1209만9000대로 2% 늘었다. 국가별로는 스페인(+13%), 독일(+3%)이 성장을 이끈 반면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보합, 영국은 2% 감소했다.
업체별로는 폭스바겐·르노·스텔란티스가 각각 4%, 3%, -3% 변동을 보였고, 포드와 테슬라는 1%, -12%를 기록했다. 일본 브랜드 중 토요타·혼다·닛산은 -10%, +19%, -10%였으며, 중국 상해기차와 BYD는 각각 21%, 222% 증가해 점유율은 2.2%, 2.0%까지 올라섰다.
성장을 견인한 건 친환경차였다. 11월 유럽 전기차(BEV+PHEV) 판매는 36만6000대로 36% 늘며 전체의 33.9%를 차지했다. 이 중 BEV는 37%, PHEV는 34% 증가했다. 독일·프랑스·영국의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각각 58%, 25%, 7%로,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와 독일 전기차 세제 혜택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하이브리드차(HEV) 판매는 36만1000대로 3% 늘며 비중 33.4%를 기록, 14개월 연속 가솔린차 판매를 웃돌았다. 같은 기간 가솔린차와 디젤차 판매는 25만대(-20%), 7만5000대(-23%)로 감소했고, 비중은 각각 23.1%, 6.9%로 떨어졌다.
11월 누적 기준으로도 전기차 판매는 342만5000대(+29%, 비중 28.3%), HEV는 418만6000대(+13%, 비중 34.6%)로 확대된 반면 가솔린·디젤차는 각각 19%, 24% 줄었다. EU가 2035년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종전 100%에서 90%로 완화했지만 규제 수준이 여전히 높아 친환경차 전환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현대차·기아의 유럽 판매는 시장 평균을 밑돌았다. 11월 현대차 유럽 소매판매는 4만1000대(전년 동월 대비 4% 증가), 점유율 3.8%로 나타났다. 기아는 3만9000대(-3%), 점유율 3.6%를 기록했다. 양사 합산 11월 판매는 8만대(증감률 0%)로 점유율은 7.4%로 0.2%포인트 하락했다.
11월 누적 판매는 현대차 -1%, 기아 -4%를 기록했고, 합산 기준 95만9000대(-3%), 점유율 7.9%(-0.4%포인트)로 집계됐다. 하나증권은 “양사 합산 기준으로 11월과 누적 모두 시장 성장률을 하회해 부진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친환경차 부문에서는 성과가 뚜렷하다. 현대차의 11월 유럽 전기차 판매는 1만대(78% 증가)였고 EV·PHEV는 각각 90%, 54% 늘었다.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는 24%, -23%를 기록했으며, 소형 전기차 캐스퍼EV는 2883대가 새로 판매됐다.
기아의 11월 유럽 전기차 판매는 1만2000대(34% 증가)로 EV·PHEV가 각각 75%, -40% 변동을 보였다. EV6·EV9 판매는 -23%, 11%였고, 올해 투입된 EV3는 5392대로 114% 증가했다.
양사 합산 전기차 판매는 2만2000대(51% 증가)로 비중 27.7%, 점유율 8.2%를 기록했다. 11월 누적 기준으로는 22만3000대(30% 증가), 비중 23.7%, 점유율 6.5%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HEV 판매는 11월 현대차·기아가 각각 8000대, 7000대(점유율 2.4%, 2.1%)로 합산 1만6000대(점유율 4.5%)였고, 11월 누적 기준으로는 각각 9만대, 9만대(점유율 2.2%, 2.1%), 합산 18만3000대(점유율 4.4%)를 기록했다.
하나증권은 유럽 내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지고, 기아의 니로·씨드·스포티지 등 기존 주력 모델이 노후화 단계에 진입한 만큼 단기적으로는 현대차·기아의 유럽 판매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2026년 이후에는 EV·HEV 등 친환경차 라인업 확대와 중소형 전기차 신차 효과로 흐름이 개선될 여지가 크다고 봤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유럽 자동차 판매가 5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지만 수요 증가율이 낮은 가운데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려면 EV·HEV 등 친환경차 모델의 순차적인 투입이 중요하고, 2026년에는 중소형 전기차를 중심으로 흐름이 긍정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