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최병수 기자] 노인 10명 중 4명 중위소득 절반도 못 벌고, 절반 가까이는 만성질환 3개 이상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연구원은 26일 이런 내용을 담은 '한국의 사회동향 2025'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66세 이상 노인의 소득 빈곤율은 39.7%로 집계됐다. 중위소득의 50% 미만 소득으로 생활하는 비율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4.8%)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수치다. 전체 인구의 소득 빈곤율이 14.9%로 OECD 평균(11.1%)보다 높은 가운데, 노인층의 빈곤 수준이 특히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을 기준으로 보면 양상은 다소 달랐다. 유동 금융자산을 기준으로 한 자산 빈곤율은 17.0%, 소득과 자산이 모두 부족한 이른바 ‘이중 빈곤’ 비율은 5.4%로 각각 OECD 평균(39.3%, 6.3%)보다 낮았다.
소득과 자산이 모두 빈곤하지 않은 노인 비율은 2017년 51.1%에서 지난해 57.0%로 늘었고, 소득과 자산이 모두 빈곤한 집단은 같은 기간 16.1%에서 13.4%로 줄었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소득은 부족하지만 유동 금융자산이나 부동산 등 일정 수준의 자산을 보유한 노인이 많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로 설명했다.
다만 국민연금 등 노후 소득보장 체계가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75세 이상 후기 노인에서는 공적 이전소득을 통한 빈곤 완화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았다. 처분가능소득 기준 65세 이상 가구주 가구의 빈곤율은 2016년 42.4%에서 2023년 36.1%로 낮아졌고, 빈곤완화효과도 강화됐지만, 75세 이상 구간에서는 개선 폭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성아 박사는 “현재 노인 빈곤의 기저에는 75세 이상 노인분들이 있다”며 “연금 같은 노후 소득 보장 체계가 충분히 성숙하지 않기에 기초연금과 같은 재정 투입이 필요한 이유”라고 분석했다.
건강 지표도 75세를 기점으로 급격히 악화됐다. ‘후기 노인의 건강과 돌봄’ 보고서에 따르면 75세 이상 노인의 46.2%는 3개 이상 만성질환을 앓고 있었고, 치매 유병률은 15.7%로 74세 이하 노인(4.6%)보다 3배 이상 높았다.
후기 노인의 33.1%는 스스로 건강하지 않다고 인식했으며, 일상생활 자립에 제한을 겪는 비율과 병의원·요양급여 이용 일수도 전기 노인(65~74세)보다 크게 높았다.
보고서는 “노년 후기에는 건강과 신체·인지 기능 저하가 현격히 나타나고, 그에 따른 어려움을 줄이기 위한 의료와 돌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령화에 따른 위험은 교통사고 통계에도 반영됐다.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추이’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는 2005년 이후 꾸준히 증가했으며, 최근 5년간 고령운전자는 연평균 9.2% 늘었다.
2024년 기준 고령운전자 사고의 55.7%는 안전운전의무 불이행이 원인이었고, 사고 1건당 사망자 발생 확률은 차량 단독 사고가 10.1%로 가장 높았다. 고
령 운전자가 몰았을 때 버스·택시·화물차 등 사업용 차량과 비사업용 차량 모두에서 교통사고 1건당 사망자 발생 확률이 높게 나타났다. 보고서는 신체·인지 능력 저하로 인한 안전운전의무 불이행을 주요 원인으로 제시하며 맞춤형 교통안전 대책 필요성을 언급했다.
세대 간 격차는 주거 지표에서도 드러났다. ‘임차가구 주거상황과 지원정책의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39세 이하 청년층의 무주택 가구 비율은 2015년 65.9%에서 2023년 73.2%로 상승했다.
주택가격 상승과 소득 정체, 청년 1인가구 증가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2023년 기준 서울의 임차가구 비율은 53.4%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임차가구 내 월세 비중은 1995년 32.8%에서 2020년 60.1%까지 늘어 전세를 앞질렀다.
주거 면적도 자가(81.3㎡)와 전세(63.5㎡)에 비해 보증금 있는 월세(39.7㎡), 보증금 없는 월세(25.2㎡)가 현저히 좁았다.
보고서는 “청년·고령층 및 저소득층 임차가구의 증가와 월세화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수도권·대도시 청년 세대에서 구조적 취약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인구구조 변화 역시 지역 불균형과 맞물려 악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감소지역의 인구변동 주요 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2000~2023년 전국 89개 인구감소지역의 연평균 인구 감소 규모는 1만9034명으로, 이 가운데 사회적 감소가 1만2847.9명(67.5%), 자연적 감소가 6186.1명(32.5%)을 차지했다.
인구감소지역에서는 청년층 유출에 따른 사회적 감소가 장기간 이어진 뒤 출생아 감소와 고령화에 따른 사망 증가로 자연적 감소가 누적되는 패턴이 확인됐다. 인구감소지역의 고령화 비율은 28.8%로 전체 시군구 평균(20.2%)을 웃돌았고, 유소년 비율과 조출생률은 전국 평균보다 낮았다.
보고서는 “한국 사회는 노인 빈곤이 구조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고령층 내부에서도 취약 계층이 뚜렷이 존재한다”며 “특히 75세 이상 노인을 중심으로 보다 두터운 소득·돌봄 정책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최병수 더파워 기자 news@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