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설아 기자] 봄꽃이 만개한 4월, 노원구 '더 숲 아트갤러리'에 색채의 물결이 일렁인다. 함현선 작가의 초대 개인전 '다시 흐르는 시간'이 지난 3월 31일 개막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1월 인사동 57th 갤러리에서 '오늘의 탄생'을 성황리에 마친 함 작가가 약 3개월 만에 새 전시로 돌아왔다. 이번 전시는 '오늘의 탄생'이 던진 질문 '오늘 하루의 소중함'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멈춰버린 것 같은 시간 속에서도 삶이 이어지고 있음을 세포의 언어로 이야기한다.
'더 숲 아트갤러리'는 독특한 공간 구조를 가졌다. 카페와 갤러리가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 안에 자리 잡은 갤러리로, 'space 02 under stairs'라는 이름처럼 계단 아래 숨겨진 공간에서 전시가 펼쳐진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중앙 파티션에 걸린 대형 청색 작품이 관람객을 가장 먼저 맞이한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15×15 그리드로 배치된 16점의 소형 연작이다. 나무 받침대 위에 올려진 작은 캔버스들은 저마다 다른 색채를 품고 있다. 연보라, 마젠타, 핑크, 청색, 터콰이즈, 주황, 네이비, 버건디, 레드, 마치 하루하루가 각기 다른 색으로 기록된 일기장 같다.
이미지 확대보기사진=15×15 그리드로 배치된 16점의 소형 연작. 각기 다른 색채가 하루하루를 기록한다
함 작가는 "우리 몸의 세포는 끊임없이 사라지고 다시 태어난다"고 말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반복되는 이 생성과 소멸의 순환은, 삶이 결코 완전히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16개의 작은 캔버스는 그 순환의 단면들이다.
이미지 확대보기사진=16점의 소형 연작 옆에 걸린 '새날 새아침'. 세포들이 생동감 있게 어우러진다
△ 청색의 편안함, 핑크의 균형
전시장을 가득 채운 색채 중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은 청색이다. 함 작가에게 파란색은 "가장 편안한 색"이다. "관객에게도 안정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핑크는 파랑과 대비되면서도 너무 강렬하지 않아 화면에 균형을 주는 색이죠."
벽면을 따라 걸린 작품들은 저마다의 색을 품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조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청색 계열의 작품들이 시원한 안정감을 주고, 그 사이사이 핑크와 보라, 연두색 작품들이 따뜻한 생기를 더한다.
△ 산딸기에서 시작된 생명 이야기
함 작가의 작품 세계는 어린 시절 시골에서 본 산딸기에서 출발했다. "작은 산딸기가 갖고 있는 영롱한 색채와 생명력을 생명의 기본 단위인 세포로 형상화해 삶의 시간을 바라본다"고 작가는 말한다. 캔버스 위 동그란 형상들은 산딸기일 수도, 세포일 수도, 달이나 태양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몸 안의 세포들이 조용히 새로운 생명을 준비하듯, 멈추어진 것처럼 보이는 시간 속에서도 삶은 보이지 않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나의 작업은 멈춘 것처럼 느껴졌던 시간들이 다시 흐르기 시작하는 순간을 바라본 기록입니다."
"사라짐과 탄생이 맞닿아 있는 그 경계에서, 삶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의 가능성을 품습니다. 그 흐름 속에서 우리는 다시 하루를 살아갈 용기를 발견합니다."
이미지 확대보기사진=안내 데스크와 방명록. '다시 흐르는 시간' 포스터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함현선 작가의 '다시 흐르는 시간'은 4월 18일까지 노원 '더 숲 아트갤러리'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봄꽃이 만개한 계절, 잠시 멈춰 서서 세포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그 속에서 다시 흐르기 시작하는 시간을, 살아갈 용기를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른다.
△ 전시 정보
• 전시명: 다시 흐르는 시간
• 작가: 함현선
• 기간: 2026년 3월 31일(화) ~ 4월 18일(토)
• 장소: 노원 '더 숲 아트갤러리' (서울시 노원구 노해로 480 조광빌딩 B1/2)
• 관람시간: 오전 10시 ~ 오후 6시
• 입장료: 무료
△ 작가 약력
• 함현선
• 경원대학교(현 가천대)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 2025 '새롭게 하소서' (57th 갤러리)
• 2025 '오늘의 탄생' (57th 갤러리)
• 2026 '다시 흐르는 시간' (더 숲 아트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