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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연 “미·이란 충돌, 단순 유가 악재 아니다…물류망 재설계 시급”

한승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4-09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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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분쟁에 중동 3대 초크포인트 동시 흔들…IMEC 참여 가능성, 산업전환기 해외 수요 확보 기회로 제시

호르무즈 해협 앞에서 대기 중인 유조선들/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호르무즈 해협 앞에서 대기 중인 유조선들/연합뉴스
[더파워 한승호 기자] 미국과 이란의 분쟁이 단기 유가 충격을 넘어 한국 산업 전반의 공급망 재설계를 요구하는 구조적 위험으로 번지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 진단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동 해상 초크포인트의 반복 가능한 경색 위험이 커진 만큼, 원유 수입의 약 70%를 호르무즈 해협에 의존하는 한국은 단기 대응을 넘어 대체 물류경로와 중기 산업전환 전략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산업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 제목은 ‘미국-이란 분쟁과 글로벌 물류경로 재편 가능성: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 추진의 의미와 우리 산업의 중기 전환전략 모색’이다. 보고서는 미국과 이란 충돌 이후 정부가 유가상한제, 수출제한제, 전략비축유 활용, UAE 원유 확보, 러시아산 에너지 재도입 검토 등으로 공급망 경색 위험에 대응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를 반복되는 지정학 충격에 대비한 중장기 전략 설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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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특히 해상 초크포인트 위기가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비가역적으로 반복될 수 있는 구조적 국면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2022년 노드스트림 가스관 폭파, 2023년 후티의 홍해 선박 공격, 2026년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를 같은 흐름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자폭 드론과 저가 미사일, 기뢰처럼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도 해상 병목을 교란할 수 있는 비대칭 무기가 확산하면서, 과거 효율성을 앞세워 구축된 중앙집중형 물류망이 이제는 구조적 취약점으로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중동의 위험은 더 크다. 보고서는 호르무즈 해협, 바브엘만데브 해협, 수에즈 운하 등 3대 초크포인트가 서로 연결된 구조여서 하나의 분쟁이 복수의 병목을 동시에 흔들 수 있다고 봤다.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 원유 수입의 약 70%가 지나는 핵심 통로이고, 중동산 LNG 비중은 15~20%, 나프타 수입 비중은 약 60%로 추정됐다.

산업연은 이번 미·이란 분쟁으로 호르무즈 통과 선박이 2월 일평균 135척에서 3월 24일 기준 4척으로 줄었고, 중동-아시아 VLCC 운임지수는 225에서 465.5로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구조적 위험 속에서 보고서는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 이른바 IMEC에 주목했다. IMEC은 인도에서 UAE,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을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는 신물류 경로 구상으로, 기존 홍해-수에즈 축을 우회하는 성격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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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IMEC이 중국의 일대일로와 달리 미국, 인도, EU, 사우디, UAE 등이 참여하는 다자 협력형 구상이라는 점에서, 국제 조달과 입찰을 통해 한국 기업이 참여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다고 평가했다. 건설과 인프라, 제조, 물류 분야 기업들에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산업연은 IMEC을 당장 확정된 성장 기회로 단정하지는 않았다. 사우디와 이스라엘 간 안정적 협조, 투자금융 확보, 인프라 구축, 반복적 환적의 경제성, 중동 군사 안정 등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 원유 같은 벌크 수송의 완전한 대체재가 되기 어렵고, 에너지 측면에서는 호르무즈를 우회할 수 있는 육상 파이프라인 규모도 전체 물동량의 4분의 1에 못 미친다고 봤다. 그럼에도 반도체, 전자, 자동차 부품, 고가 소비재 등은 더 빠른 대체 조달 경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가 더 강조한 대목은 향후 10~15년이다. 산업연은 이 시기를 한국 산업의 전환 완충기라고 규정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아직 노동시장에서 버티고 있고, 저출산 세대가 본격적으로 주력 노동층에 진입하기 전까지의 이 기간 동안 기존 산업의 완충 수요를 확보해야 산업·인구·AI 전환을 함께 관리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 맥락에서 IMEC 같은 해외 신물류망 구축 수요는 건설, 기계, 전력, 디지털, 항만 등 이른바 레거시 산업에 새로운 해외 수요를 제공할 수 있다고 봤다.

산업연은 정부와 기업 모두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업은 장기 용선 계약이나 대체 조달, 비축 조정 같은 단기 대응을 넘어, 기존 해상운송로를 전제로 한 수출입 전략을 미래 대체 경로까지 포함하는 장기 전략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에는 중동 국가와의 양자투자협정 확대, 인프라 조달시장 접근 협상,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 로드맵 검토, 그리고 IMEC 실익이 가시화될 경우 신물류망 대응형 산업·경제·외교 정책을 적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길은선 산업연구원 인구전략연구실장은 “이번 미-이란 분쟁을 단기적 손실로 단정하기보다, 향후 10~15년간 산업·인구·AI 전환을 종합 관리하는 프레임 하에서 중기 산업전환 전략을 설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승호 더파워 기자 hansh1975@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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